블록체인으로 본 대한민국의 전문가, 그리고 미래

비트코인

by 이필립



2017년 암호화폐 광풍이 불며 세상은 새로운 기술의 등장을 목격했다. 이어 2018년, 블록체인은 마치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을 듯한 혁명적 기술로 등장했다. 당시 대한민국은 ‘블록체인’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미래 산업의 상징처럼 떠받들었다.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을 공공행정, 의료, 물류,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시키기 위해 막대한 연구비와 지원금을 쏟아부었다.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수천억 원의 세금이 블록체인이라는 이름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러나 2025년 현재, 이 막대한 자금과 열정이 향했던 곳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블록체인이 적용된 실질적 서비스는커녕, 지속 가능한 기술 사례조차 거의 남지 않았다.


그렇다면 문제의 원인은 어디에 있었을까. 가장 큰 책임은 소위 ‘전문가’라 불리던 학자들과 시장 해설가들에게 있다. 그들은 블록체인의 원리를 깊이 이해하거나 실증적으로 검증하기보다, 단지 ‘미래 혁명 기술’이라는 수식어에 도취되어 있었다. 그들이 내세운 주장은 자신이 직접 연구한 결과가 아닌, 외국 서적이나 논문을 그대로 번역해 내뱉은 앵무새의 말에 가까웠다. 철학, 경제, 컴퓨터공학, 법학 등 다양한 학문이 교차해야만 비로소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블록체인을, 단일 전공의 시각으로 단정 지었다. 결국 ‘기술을 모르는 전문가’, ‘현장을 모르는 학자’들이 시장을 주도한 셈이다.


물론 블록체인은 복잡한 구조를 지닌 기술이며, 단기간에 완벽히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학문적 양심이란 ‘모르면 말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전문가들은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한 개념을 포장해 발표하고, 강의하고, 정책 자문까지 맡았다. 이로 인해 블록체인은 실체 없는 ‘신화’로 변질되었고, 정부는 그 신화를 믿은 채 세금을 쏟아부었다. 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책 결정자들은 기본적인 기술 이해조차 없이, ‘전문가’라는 이름을 빌려 면피성 결정을 내렸다. 정책의 실패에 대한 책임은 어디에도 귀속되지 않았다. ‘주인 없는 돈’이 ‘책임 없는 권한’을 따라 흘러간 결과였다.


현장에서는 이런 허상을 가장 먼저 체감했다. 필자가 비트코인 관련 사업을 하며 만난 정부 관계자들 대부분은 기술의 본질을 묻는 질문에 “저도 잘 모릅니다”, “위험해 보여서 검토해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공무원 사회의 최우선 목표는 ‘아무 일 없이 임기를 마치는 것’이기에, 도전과 혁신은 늘 뒤로 밀린다. 안전을 명분으로 한 ‘정지 상태의 행정’이 이어지는 동안, 한국의 블록체인 산업은 발전의 기회를 잃었다.


결국, 블록체인이라는 이름 아래 대한민국은 기술 발전보다 ‘전문가의 허상’을 양산해왔다. 진정한 전문성은 책 한두 권이 아니라, 실험과 검증, 그리고 책임에서 비롯된다. 블록체인의 본질은 ‘신뢰의 기술’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신뢰를 기술이 아닌 사람의 말에 맡겨버렸다. 앞으로의 대한민국이 기술 혁신의 진정한 미래를 맞이하려면, ‘전문가의 권위’가 아니라 ‘전문가의 책임’을 묻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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