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은 ‘이제는 암호화폐에 투자해야 하지 않느냐’며 들썩인다.
하지만 나는 묻고 싶다. 정말 비트코인을 이해한 사람이라면, 그것을 단순히 ‘암호화폐’의 하나로만 볼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비트코인과 일반 암호화폐를 동일시한다. 그러면서 “비트코인 같은 걸 우리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까지 이른다. 심지어 어떤 국가는 국가 차원에서 비트코인과 유사한 암호화폐를 개발하겠다고 나선다.
그러나 나는 단언컨대, 그런 시도를 하는 국가는 필연적으로 실패하고, 그 정점에 선 국가수반은 정치 인생의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비트코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다.
그 기술적 기반에는 확률, 채굴, 공개키 기반 구조(PKI), UTXO, 화폐의 본질, 경제학, 시간 개념, 신뢰, 노동 가치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요소들은 따로따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비로소 ‘비트코인 이해‘ 시스템이 작동한다.
나는 이런 시스템을 하나의 거대한 시계 장치로 비유하곤 한다.
수십 개의 톱니바퀴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면, 그것들을 정확하게 맞물리게 해 하나의 정밀한 시계를 만드는 것이 비트코인의 진짜 가치다. 그런데 시장에선 톱니바퀴 하나만 보고 ‘이게 전부’라 말하는 자칭 전문가들이 넘쳐난다.
이들은 톱니 하나만 보고 다른 암호화폐도 완성된 시스템이라 착각한다. 하지만 정말 비트코인의 완전체를 본 사람이라면, 수많은 알트코인들은 그저 기능을 잃은 톱니바퀴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엘살바도르의 젊은 대통령, 나이브 부켈레를 주목하게 된다.
그는 비트코인을 자국의 법정화폐로 채택했다. 많은 지식인들과 언론은 그를 비난했고, ‘미쳤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정말 미친 걸까? 기술과 경제적 구조에 대한 이해 없이 도박처럼 그런 결정을 내렸다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그는 비트코인을 꿰뚫는 인사이트를 가졌고,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 만큼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 결단을 내린 것이다.
반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이라 언급하면서도 리플, 솔라나, 이더리움, 카르다노까지 언급했다.
이더리움 정도야 어느 정도 포용할 수 있겠지만, 리플이나 솔라나까지 거론하는 걸 보면 그는 스스로 비트코인을 이해한 것이 아니라, 보좌진의 조언을 받아 말했을 가능성이 높다.
부켈레와는 다르다. 그는 비트코인을 ‘정치’로 이해한 것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이해한 사람이다.
예전 시진핑 주석이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위안화(CBDC)’를 말했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정책 입안자들이 진짜 블록체인을 이해했다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시진핑은 블록체인이 뭔지도 몰랐겠지.
결국 지금 중국은 ‘블록체인’이라는 단어는 쏙 빠지고 ‘디지털 위안화’만 남았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대선 시즌만 되면 ‘블록체인 기반 개발이익 공유’, ‘NFT 게임 산업 육성’, ‘ICO 허용’, ‘디지털 진흥청’ 같은 말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실상은 기술적 이해 없이, 표만 노린 포퓰리즘 정책들일뿐이다. 결과는 뻔하다. 세금 낭비, 기술력 저하, 시장 교란, 기회 상실. 그리고 언제나 남는 것은 국민의 실망뿐이다.
나는 바란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비트코인의 본질과 미래를 꿰뚫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
아니면 최소한 그런 사람을 보좌진으로 두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과거처럼 단기적 이익만 좇는 정책 입안자들이 계속 목소리를 낸다면, 우리는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꿈꾼다. 비트코인을 이해하는 대통령, 비트코인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국가,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도시와 금융허브가 이 땅에 탄생하길.
정치가 기술을 이해하고, 기술이 사람을 자유롭게 하는 시대. 나는 그 시작이 비트코인으로부터 시작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