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AI의 발전 속도를 보면 하루하루가 혁명이다. 채 3년 전 OpenAI가 ‘ChatGPT’를 세상에 내놓았을 때만 해도, 우리는 단지 지능적인 챗봇 하나가 등장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텍스트 생성에 머물던 AI는 어느새 음악을 작곡하고, 프로그래밍을 대신하며, 영상을 만들고, 논문을 쓰고, 의학 진단과 제조 공정, 실험 설계와 시뮬레이션까지 척척 해내고 있다.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인간의 창의성과 사고가 요구되는 영역까지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만 보더라도, 기존에 인력이 처리하던 초·중급 업무는 대부분 AI가 대체하고 있다. 그것도 압도적인 속도와 정확도로. AI 한 명이 기존 인력 10명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덕분에 조직의 생산성은 분명히 올라갔지만, 이 변화가 과연 모두에게 이로운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AI는 더 이상 단일 기술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전문 AI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그 진화를 따라가기조차 벅찰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기업조차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를 위한 프롬프트 작성 역량조차 AGI가 대체하고 있는 현실에서, 인간 전문가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기술의 발전이 아니다. 사회 구조와 고용 생태계 전반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산업혁명이나 정보혁명은 기존 노동을 기계나 컴퓨터가 보완하며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자동차가 마차를 대체했지만, 자동차 산업은 수많은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했다. PC가 타자기를 밀어냈지만, 동시에 IT산업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많은 사회학자들은 AI 시대도 비슷한 경로를 걸을 것이라 전망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며, 결정을 내리는 ‘준지능체’다. 이 말은 곧, 초보자나 신입이 경험을 쌓으며 전문가로 성장할 기회의 단계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대학을 졸업한 청년이 기업에 입사해도 현장에서 바로 활용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하려면 최소 3~5년은 필요하다. 그런데 기업 입장에서는 AI가 그 역할을 즉시 수행할 수 있다면, 굳이 인턴을 고용할 이유가 없다. 이는 곧, 진입 장벽의 급격한 상승을 의미한다.
더 심각한 것은 숙련된 전문가조차 AI의 발전 속도 앞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 분석가,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심지어는 의료진과 연구자까지 AI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도구를 다루었지만, 이제는 도구가 사람의 역할을 흡수하는 구조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단순히 AI 기술 개발에만 매달려선 안 된다. 정부와 사회는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진정으로 향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견인해야 한다. 산업 생산성의 향상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인간의 의식주, 여가, 정신적 만족까지 포함하는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기술은 사람을 소외시키는 도구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선택의 기로다. AI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지만, 그 방향은 조절 가능하다. 기술의 효율성과 인간 삶의 존엄성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준비해야 할 ‘AI 시대의 진짜 과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후에 외양간을 고칠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부터 인간 중심의 AI 시대를 설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