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비트코인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었다. 그것은 신뢰와 공정을 재배치하려는 철학적 도전이었고, 동시에 전통 금융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 사건이었다. 이러한 비트코인이 시장에서 실제 가치를 획득하자, 이를 모방한 수많은 알트코인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2017년, 대한민국은 이른바 ‘암호화폐 광풍’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 반응은 미숙했고, 정부는 기술의 본질과 사회적 파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정부는 금융위원회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의 계좌 개설을 막는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했다. 이는 시장 기능의 정상적인 작동을 막는 조치이자, 자본주의의 핵심 요소인 자유로운 금융 인프라 접근을 차단하는 행위였다. 그 와중에 이 분야의 자칭 전문가들이 등장했고, 이들은 불완전한 지식과 상업적 동기를 기반으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미래를 설계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튜브 영상 몇 편과 책 한두 권으로 만들어진 지식은 인플루언서를 통해 ‘트렌드’로 확산되었고, 책임 없는 담론이 대한민국 전역을 덮었다.
정치권은 블록체인을 지역 균형 발전의 새로운 ‘먹거리’로 포장했다. 규제자유특구라는 이름으로 각 지자체에 블록체인 관련 사업이 뿌려졌고, 그 과정에서 기술적 검증이나 정책 철학은 실종됐다. 전문성 없는 지방정부는 다시 자칭 전문가들을 불러 사업을 기획했다. 연구개발 사업의 대부분 형식적인 평가를 진행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사업들이 국민 세금으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나 지속 가능성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성과 평가는 ‘자화자찬’ 수준에 그치며, 실질적인 기술 검증이나 후속 조치, 반성적 분석은 이뤄지지 않는다. 오히려 내부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진짜 전문가들은 무시당하거나 배제된다. 결국 수년간 수백억 원이 투입된 블록체인 사업들은 아무런 실질적 성과 없이 종료된다.
지방 정부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형식적으로 사업을 집행할 뿐이고, 외부 전문가의 평가 결과는 면피용 변명으로 활용된다. 정책 입안자, 특구 위원회, 지자체, 기술 평가위원, 운영기관, 수행 기업, 감사 기관 모두 책임지지 않는 구조 속에서, 세금은 구멍 뚫린 독처럼 줄줄 새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수차례 정치권, 언론, 지자체에 개선을 촉구해 봤지만 돌아온 것은 침묵뿐이었다. 누구도 결과에 책임지지 않고, 아무도 시스템을 고치려 하지 않는다.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이 정책을 만들고,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기에 이러한 비극은 반복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회의 태도다. 천동설이 사회적 상식처럼 굳어져 있을 때, 지동설을 외치는 이는 침묵당하고 고립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그런 존재다. 진실을 말하는 자는 외면받고, 겉만 번지르르한 MOU와 언론플레이가 정책의 전부가 되어간다.
AI시대, 비트코인은 이제 단순한 암호화폐가 아니라 빠른 진화와 학습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영역은 과거의 명성과 권위로는 접근할 수 없다. 빠른 자, 굶주린 자만이 이 기술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과거의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
이대로라면 블록체인은 한국 사회의 실패를 증명하는 대표적 아니 총체적 사례로 남을 것이다.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다루는 시스템이 문제다. 대한민국은 지금, 블록체인을 통해 자신의 시스템 리스크를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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