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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정치,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하라

자유

by 이필립

. 과연 정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상하게도 정치가 국민의 삶을 바꾸기보단, 정당의 입장을 대변하고 세를 불리는 수단으로 쓰이는 경우를 자주 보아왔다. 정치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특정 집단의 이익에 봉사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 정치는 포퓰리즘과 키워드 정치를 반복해 왔다. 겉으로는 그럴듯한 슬로건을 내걸고, 국민의 요구를 대변하는 듯한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정책은 공허했다. 실행 없는 말잔치, 보여주기식 이벤트, 현실을 외면한 공약들이 넘쳐났고, 결국 돌아오는 것은 무능한 행정과 분열된 사회였다.


진짜 정치는 말이 아니라 실행이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바로 실용정부와 실용정치다. 실용이란 그저 유연하게 타협하는 정치가 아니다. 실용은 철저히 현실에 기반한 판단과,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의미한다. 구호로 포장한 실용이 아니라, 냉정한 분석과 효과적인 정책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실용이다.


그렇다면 실용정치의 핵심은 무엇인가? 나는 법과 원칙이라고 말하고 싶다. 행동과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준이 분명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법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원칙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된다. 이것이 바로 형평성, 정당성, 일관성이다. 실용정치란 이 세 가지를 지키는 행정에서 출발한다.


형평성이란 특정 계층이나 지역, 정파에 유리하게 기울지 않는 구조를 의미한다. 정당성은 절차와 근거가 분명한 정책이어야 함을 뜻하고, 일관성은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원칙의 지속이다. 이 세 가지가 지켜질 때, 국민은 비로소 정책의 수혜자가 된다. 그리고 그때야말로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가능해진다.


나는 실용정부가 반드시 상식 위에 서야 한다고 믿는다. 무능한 이상주의나 냉소적 현실주의를 넘어서, 균형 잡힌 법의 집행과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정부. 정치인의 말보다 정책의 결과가 평가받는 시대. 우리가 바라는 것은 거창한 이상이 아니다. 그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이뤄내는 정치다.


이제는 보여주는 정치가 아닌 작동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말이 아닌 행동, 구호가 아닌 결과. 실용정부는 그 어떤 정치 슬로건보다도 현실에 가까워야 하며, 동시에 이상에 가장 충실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국민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법의 집행, 그리고 상식이 통하는 정책을 실현하는 것이다. 정치는 결국 삶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정치가 존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정치는 이미 실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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