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나는 가끔 ‘미래 먹거리’라는 말을 들으면 불편함부터 느낀다. 당위성은 이해한다. 변화에 적응하고 기회를 선점하자는 전략적 사고다. 하지만 그 실행 과정은 대개 진부하고, 또 뻔하다. 트렌드를 좇아가는 모양새는 일견 진취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나는 오히려 그 안에 무계획과 무비젼이 숨어 있다고 느낀다.
첫 번째 실패의 이유는 너무 많은 사람이 같은 것을 좇는다는 점이다. 이미 대중적 트렌드가 된 미래 먹거리는 더 이상 블루오션이 아니다. 누구나 참여하고, 누구나 뛰어들지만, 이들이 그려내는 그림은 대개 비슷하다. 시장은 이미 포화됐고, 경쟁은 치열하며, 차별화는 쉽지 않다. 그저 ‘우리도 해야 한다’는 막연한 불안감에서 출발한 미래 전략은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상품과 서비스를 낳을 뿐이다. 결과는 ‘미래’가 아닌, ‘모방’의 늪이다.
두 번째 이유는 지식과 전략의 부재다. 사람들은 트렌드가 말해주는 표면적인 성공 신호만 보며, 그 이면의 논리와 기술을 간과한다. 말하자면 ‘밴드웨건’에 올라탄 것이다. 이는 일종의 집단적 착시다. 누구나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강박.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방향이다. 그 방향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왜 그 방향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은 사라지고, ‘당장 뛰어들어야 한다’는 조급함만 남는다. 전략 없는 실행은 실패를 예약하는 일이다.
세 번째는 실패에서 배우지 않는 구조적 한계다. 새로운 시도에는 언제나 시행착오가 따른다. 이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시행착오를 통해 전략을 보완하거나 교훈을 얻으려는 태도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실패가 나쁜 것이 아니다. 나쁜 것은 실패를 분석하지 않는 자세다. 특히 정부 주도의 프로젝트에서는 이런 현상이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대개 공공사업에서 ‘미래 먹거리’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해당 사업을 기획한 주체는 진정한 ‘주인’이 아니다. 대부분의 책임은 위탁기관이나 집행 사업자에게 전가된다. 사업자는 정부의 틀에 맞춰 형식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결과보다는 예산 소진에 관심이 많다. 혁신은 없고, 형식만 가득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부가 만들어놓은 길’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실책으로 설계된 길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미래 먹거리는 그저 ‘트렌드를 좇는 행위’가 아니다. 진정한 미래 전략은, 아직 시장이 열리지 않았지만 반드시 열릴 분야를 먼저 보고, 그 길을 깎아내는 사람만이 주인공이 된다. 실수해도 좋다. 그러나 그 실수에서 반드시 배워야 한다. 그리고 전략을 가다듬어야 한다. 주도권은 트렌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트렌드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가치로 바꾸느냐에 있다.
요약해, 미래 먹거리의 본질은 ‘미래’가 아니라 ‘책임’이다. 미래를 논하려면 먼저 자기 전략에 책임을 져야 한다. 실패를 인정하고, 교훈을 정리하고, 다음으로 나아가는 힘. 그게 없다면, 아무리 많은 정부 자금이 투입되어도, 아무리 많은 스타트업이 뛰어들어도, 우리는 또 하나의 실패를 반복할 뿐이다. 미래는 계획하는 자의 것이 아니라, 성찰하는 자의 것이다.
#정부 #정책 #전략 #트렌드 #레드오션 #전략부재 #포퓰리즘 #전문성부족 #시행착오 #반면교사 #책임 #주인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