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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규칙, 화폐 그리고 비트코인

비트코인

by 이필립

인플레이션 시대, 인간의 자유와 화폐의 딜레마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를 가진다. 누구에게도 억압받지 않고, 본능에 따라 움직이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말이다. 그러나 이 자유는 혼자만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자유롭게 살아가려면, 그 자유가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규칙’이라는 것이 필요해진다.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절제가 사회의 근간이 되고, 이러한 규칙은 자본주의 사회에선 곧 ‘돈’이라는 시스템과 맞닿아 있다.


자본주의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게임이 아니다. 돈은 자유를 누리기 위한 도구이며, 동시에 그 자유를 통제하는 가장 강력한 규칙이기도 하다. 과거 금본위 시대에는 금이라는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화폐가 발행되었다. 금은 희소하고, 나누기 어려우며, 신뢰를 바탕으로 가치를 가졌다. 그러나 경제가 복잡해지고 규모가 커지면서, 금만으로 거래를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수많은 거래를 위해 금을 잘게 나누는 것보다, 금을 대체할 수 있는 ‘화폐’가 필요해졌고, 그렇게 실물 금과 교환 가능한 지폐가 탄생했다.


이 지폐는 초기엔 금과 직접 교환이 가능했기에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 신뢰의 기반이 사라졌다. 정부는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했고, 보유한 금보다 더 많은 화폐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금의 양은 제한되어 있지만, 종이화폐는 마음만 먹으면 무한정 찍어낼 수 있다. 정부는 세금 이상의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미래의 세수를 담보로 화폐를 발행했고, 그 결과가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은 단지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아니다. 내가 손에 쥐고 있는 돈의 가치가 서서히 사라지는 과정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줄어들고, 이는 곧 내 자유의 범위를 좁히는 일이다. 왜냐하면 돈이란, 단지 물건을 사는 수단이 아니라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 보면, 인플레이션은 오히려 합리적이다. 명목 소득이 오르면 세수도 증가한다. 실질 생산이 그대로인 상황에서도, 화폐 가치가 하락하면 더 많은 세금을 거둘 수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손해를 보는 이들이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바로, 화폐를 보유한 일반 국민들이다. 이들은 점점 줄어드는 화폐의 가치 속에서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 채 고통을 떠안는다. 인플레이션이 누구에게 이득이고, 누구에게 손해인가? 그 이익을 보는 집단이 존재하고, 그들이 규칙을 만들고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공정한 규칙’이라 할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화폐 이외의 수단에 몰린다. 주식, 부동산, 심지어 금. 하지만 이들 역시 완전한 해답은 아니다. 특히 부동산은 대부분 대출을 기반으로 거래된다. 현실에서 ‘내 집’이라는 자산은 사실상 ‘은행의 담보물’ 일뿐이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조건 하에서는 이런 시스템도 굴러갈 수 있다. 하지만 성장이 정체되거나 후퇴할 경우, 대출은 족쇄로 바뀐다. 실제로 많은 개인들이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속에서 주거 비용에 눌려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비트코인이다.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발행량이 정해져 있으며, 중앙 권력이 임의로 손댈 수 없는 디지털 자산. 단순한 기술적 발명으로 보기엔, 사람들이 그에 담는 ‘신념’이 너무 강하다. 사람들은 말하지 않지만, 점점 더 본능적으로 기존 화폐 시스템이 신뢰를 잃어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그 틈을 비트코인이 파고들었다.


비트코인의 상승은 단순한 자산 가치 상승이 아니라, 현대 화폐 시스템에 대한 불신의 반영일 수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단지 돈이 아니다. 바뀌지 않는 가치, 뺏기지 않는 자유, 그리고 예측 가능한 미래다. 지금의 화폐 시스템이 그걸 제공하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선택이 올바른지, 위험한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가 따르고 있는 규칙들이 정말 공정한지, 그 규칙이 우리의 자유를 보장해 주는지 다시 한번 성찰해야 할 때라는 점이다. 어쩌면, 그것이 인류가 다음 세대로 넘어가기 위한 진짜 시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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