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 디지털 자산의 미래를 묻다

비트코인

by 이필립



비트코인은 ‘위변조 불가능한 분산원장’이라는 특성으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2017년을 전후해 비트코인의 급격한 가치 상승과 함께 블록체인은 ‘차세대 인터넷 기술’로 각광받았다. 많은 기업과 정부는 이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도입하고자 시도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글로벌 IT 기업 중 실질적인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성공한 사례는 전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기술이 유일하게 남긴 실질적인 유산은 ‘디지털 자산 시장’이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의 응용으로 등장한 수천 개의 암호화폐와 토큰을 포괄한다. 이들 대부분은 ‘블록체인 기반’이라는 명분 아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려 했으나, 기술의 한계와 실효성 부족으로 인해 대부분 지속 가능하지 않았다. 기술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탄생한 수많은 디지털 자산은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며, 여전히 근본적인 의문점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자산 시장은 단기간 내에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다. 2025년 현재 전 세계 디지털 자산의 시가총액은 약 5000조 원을 상회하며, 이 중 비트코인이 약 3000조 원 이상(전체의 약 60~65%)을 점유하고 있다. 그 외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시장의 약 35%를 차지하며, 그 속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약 6%, STO(Security Token Offering)는 1% 미만으로 분포되어 있다.

(출처: CoinMarketCap, STOmarket, Circle Public IPO 자료 기준)


비트코인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하나, 스테이블코인과 STO는 상대적으로 더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USD, EUR 등)와 1:1로 연동되는 코인으로, 디지털 자산의 안정성과 유통 효율성을 강화시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USDT, USDC 등은 글로벌 디파이(DeFi) 및 거래소 간 송금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한편 STO는 실물 자산(부동산, 채권, 주식 등)을 증권화한 디지털 토큰으로, 제도권 금융과 암호화폐 시장을 연결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기대받고 있다. 특히 일본과 미국 등에서는 STO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며 시장 진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성장 가능성만을 보고 진입하는 것은 위험하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단순히 ‘시장 규모’만을 근거로 진입하는 것은, 불꽃을 보고 돌진하는 불나방과 다를 바 없다. 시장에서 수많은 기술 실패, 해킹, 사기, 규제 리스크가 반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디지털 자산 = 블록체인 혁신’이라는 환상에 집착하는 것은 집단적 착시현상일 수 있다.


더욱이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아직 ‘완성형’이 아니라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실제 운영 가능한 분산 신뢰 인프라로서의 블록체인은 사실상 비트코인 단 하나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나머지 수천 개의 프로젝트는 블록체인의 핵심 요소인 ‘불변성’, ‘무결성’, ‘검증 가능성’이 결여된 채, 암호화된 DB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블록체인이 기반 기술이라는 명분으로 개발된 수많은 코인들이 진정한 자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기술적 신뢰성 확보, 법적 정당성, 실질적 수요의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이 기준에서 현저히 부족하며, 비트코인만이 유일하게 기술적으로 완성된 디지털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결국 디지털 자산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그 성장의 본질과 방향성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은 시장 진입은 일시적인 상승에 환호하다가, 붕괴와 함께 사라지는 ‘불나방 투자자’의 전철을 반복할 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디지털 자산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그중 살아남는 것은 오직 진짜 기술을 가진 극소수뿐임을 우리는 과거의 사례를 통해 이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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