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수학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세 가지 이유

비트코인

by 이필립


1. 비트코인은 수학적 시스템이지만, 수학 그 자체가 아니다

비트코인은 분명 수학적 논리 위에서 작동한다. 암호학적 해시 함수, 공개키 암호화 방식, 난이도 조절 알고리즘 등은 모두 고도의 수학적 계산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을 단순히 수학적 대상으로 해석하는 것은 그 본질을 오도하는 위험한 단순화다. 왜냐하면 비트코인은 단순한 수식의 결과물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집합적 합의와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거대한 인문사회적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의 보안성을 수학적으로 파악하려는 시도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이 ‘양자컴퓨터에 의한 붕괴 가능성’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양자컴퓨터가 비트코인을 붕괴시킬 정도의 해시파워를 갖추려면 현재 전 세계에 분포된 채굴 네트워크보다 훨씬 더 많은 연산 자원이 집중되어야 한다. 이는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단순히 우지한의 채굴장이나 미국 정부의 연산력을 모두 동원한다고 해도, 그 자원 투입의 경제성과 정치적 현실성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결국 비트코인은 단순한 연산 체계가 아니라, 그 연산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경제적 동기 구조이자, 인간의 선택과 신뢰를 담보로 운영되는 네트워크다. 수학적 가능성과 현실적 불가능성 사이의 간극, 바로 그 틈에 인문학적 해석의 여지가 존재한다.


2. 비트코인은 인문학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비트코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동'과 '시간' 그리고 '신뢰'라는 개념에 대한 깊은 사유가 필요하다. 비트코인의 채굴은 단순히 연산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을 들여 연산 자원을 소모함으로써 비트코인이라는 희소한 자산을 획득하는 ‘디지털 노동’이다. 이 노동은 누적될수록 ‘시간의 증명(proof of time)’으로 축적되며, 결국 그 결과물이 신뢰로 이어진다.


즉, 비트코인은 본질적으로 ‘노동의 결과물이자 시간의 증거이며, 신뢰의 기술적 구현’이다. 인류가 화폐를 신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오랜 시간 노동을 통해 축적된 가치를 교환 수단으로 전환시켰기 때문이다. 금이 대표적인 예다. 비트코인은 이 ‘노동-시간-신뢰’의 삼각 구조를 디지털 환경 속에서 다시 구현해낸 혁신적 시도이며, 이는 단순한 수학적 계산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통찰을 요구한다.


3. 비트코인은 세계경제의 구조를 이해해야만 진면목이 드러난다

비트코인의 존재는 단지 기술적 혁신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과 화폐 시스템의 취약성에 대한 인류의 대응이다.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이후 반복되는 국가 부채 증가, 인플레이션, 양적완화 정책은 기존 화폐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냈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바로 이 불안정한 화폐 시스템에 대한 대안으로서 등장한 배경에서 비롯된다.


정부는 일자리가 부족하거나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부채를 증가시키고 화폐를 추가 발행한다. 하지만 이러한 반복은 필연적으로 화폐의 구매력을 하락시키고, 자산의 가치를 잠식한다. 이에 따라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산을 방어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과거에는 금이나 부동산, 주식이 이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글로벌화된 경제 환경 속에서, 경계 없는 가치저장 수단으로 비트코인은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비트코인이 단지 ‘수학적 대상’이 아니라 ‘경제적 인사이트’의 산물임을 말해준다. 즉,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비트코인을 이해하는 것은, 지도 없이 항해를 시작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결론

비트코인을 단순히 수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그 존재의 본질을 오해하는 일이다. 수학은 비트코인의 기반 언어일 뿐, 그것의 의미와 영향력을 설명해주는 언어는 아니다. 비트코인은 인문학적 사유와 경제적 통찰, 그리고 인간의 집합적 행위와 신뢰 구조 속에서 작동하는 하나의 ‘문명적 실험’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비트코인을 기술이 아닌 '문명 현상'으로서 이해해야 하며, 그 맥락에서 미래의 금융 질서와 인간 사회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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