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다수의 상식에 갇힌 인공지능, 그리고 블록체인을 둘러싼 왜곡된 신화
AI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그 학습된 데이터 안에서 가장 일반적인 패턴을 찾아낸다. 결국 AI의 대답은 ‘다수의 의견’이 정답인 세계관에서 나온다. 이 방식은 통계적 정합성과 반복성을 기반으로 한 논리에는 강하지만, 소수의 통찰이나 혁신적인 사유에는 극도로 취약하다.
과거를 상상해 보자. 천동설이 상식이던 시절, AI에게 “우주 중심은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 AI는 지구라고 답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당대의 대부분 사람과 과학자들이 그렇게 믿고 있었고, 그에 대한 기록이 방대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지동설이 우세하다 해도, 학습 데이터가 부족하면 AI는 그런 ‘이단적인 정답’을 낼 수 없다. 이처럼 AI의 한계는 ‘팩트’가 아닌 ‘통념’을 진실로 착각하는 데서 시작된다.
지금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을 둘러싼 대중 인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 대다수의 AI는 이렇게 답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중앙 관리자 없이도 기록을 안전하게 공유하고 유지할 수 있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입니다.”
겉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문장의 전제에는 두 가지 잘못된 상식이 숨어 있다.
첫째, 대중적으로 가능한 기술적 정의가 현실에서도 성립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둘째, ‘블록체인’이라는 용어가 마치 비트코인과 동급의 기술적 신뢰성을 가졌다고 오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10여 년간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을 연구해 온 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은 오직 비트코인 뿐이며, 그 외의 블록체인은 폐쇄적이거나 권한이 집중된 체계 위에 존재하는, 단순한 분산 DB 혹은 ‘허가형 장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는 “블록체인 기반”이라고만 하면 마치 신뢰성과 혁신성을 동시에 갖춘 기술처럼 인식한다. 여기에 덧붙여지는 것이 바로 암호화폐, 스테이블코인, STO, ICO 등이다. 이 모든 용어들이 블록체인이라는 이름 아래 연쇄적으로 긍정적인 맥락으로 포장된다. AI가 학습한 정보의 대부분이 그렇게 서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나 정책 결정자들조차도 이 AI의 답변처럼 블록체인을 신기술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AI에게 자문을 구하고 그대로 베낀 듯한 정책이다. 실질적 성과 없이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이라는 말만으로 예산이 배정되고, 각종 지원이 이어진다. 하지만 정작 이들 플랫폼이 블록체인 기술을 어떻게, 왜 적용했는지는 외부에서 검증할 수 없다. 오히려 기술의 특성과 한계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사업 검증에서 배제되거나, 시대에 뒤처진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기술의 진보는 언제나 비주류의 시선에서 시작되었다. 진실은 늘 상식의 바깥에서 발견되었고, AI는 아직 그 경계를 넘지 못한다. 비트코인은 바로 그 경계 위에 있다.
블록체인이라는 포장지 속에 갇혀버린 비트코인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AI의 대답이 아닌 ‘논리’에 귀 기울이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