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은 무엇이 다른가

비트코인

by 이필립

기술의 본질을 오해한 10년의 궤적


비트코인은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인물에 의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그저 실험적인 디지털 화폐로 여겨졌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가치를 인식한 이들이 등장했고, 결국 하나의 경제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비트코인이 가치를 얻어가는 그 시점부터 사람들은 오히려 ‘비트코인이 아닌 기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바로 블록체인이다.


2015년, 돈 탭스콧의 『블록체인 혁명』이 출간되며 블록체인은 전 세계에서 미래 기술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졌다. 이 책은 정보를 블록 형태로 저장하고, 이를 분산 네트워크에 기록함으로써 정보의 위변조를 줄이고, 나아가 ‘글로컬(glocal) 화폐’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정작 이 책에서 언급한 블록체인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모델에 불과했으며, 비트코인 시스템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기술적 이해, 특히 가장 핵심인 ‘위변조 불가능성’의 실체에 대한 설명은 빠져 있었다.


2016년, 세계는 뒤늦게 비트코인이 실현한 진정한 기술적 혁신—위변조가 불가능한 데이터 저장 방식—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혁신의 핵심이 블록체인 그 자체가 아닌, ‘채굴(mining)’이라는 합의 알고리즘을 포함한 전체 시스템 설계에 있다는 점을 대부분 이해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블록체인만 구현하면 위변조가 불가능한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이라 착각했다. 이에 따라 2017년 이후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블록체인을 도입해 정보보안이나 공공기록의 신뢰성을 높이려 시도했다. 퍼블릭 블록체인, 프라이빗 블록체인, 컨소시엄 블록체인, 델리게이션 블록체인 등 다양한 모델이 쏟아졌지만, 그 어느 것도 실증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편, 암호화폐 시장은 ‘비트코인 아닌 코인들’에 가치를 부여하려는 움직임을 계속 이어갔다. STO, NFT, RWA 등 이름을 바꾸며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주장했지만, 실체 없는 백서와 추상적인 비즈니스 모델만을 반복했을 뿐이다. 결국 2025년 현재까지도 비트코인과 같은 수준의 위변조 불가성과 기술적 완성도를 갖춘 시스템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블록체인은 원래 비트코인 시스템의 핵심 요소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러나 블록체인의 작동 원리는 채굴과 작업증명(Proof-of-Work)을 포함한 복합적 요소들이 통합되어야만 완전한 위변조 불가성을 보장한다. 이를 이해하지 못한 채, 블록체인만 떼어내어 기술화하려는 시도는 애초부터 성립 불가능한 시도였다.


현실은 명확하다. 전 세계 어떤 빅테크 기업도 블록체인 기술을 실제 서비스에 도입하지 않았다. 애플,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조차 블록체인을 비즈니스에 활용하지 않고 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기술의 본질을 이해하는 이들은 애초에 블록체인을 범용 기술로 오인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이 유일하게 구현한 진정한 무결성과 분산성은 채굴을 포함한 전체 시스템의 결과이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요소 하나’의 성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의 일부일 뿐이며, 비트코인의 핵심 가치는 그 설계 전반에 있다. 이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 블록체인을 만능 기술처럼 떠받들었던 지난 10년은 기술의 본질을 오해한 시간이었다. 진정한 혁신은 이름이 아니라 구조에 있고, 비트코인은 그 구조 전체로서 유일무이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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