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비트코인

by 이필립


2013년, 비트코인은 전환점을 맞이한다. 단순한 실험적 디지털 화폐에서 벗어나 ‘신뢰’를 얻게 되었고, 이는 곧 ‘가치’로 전이되었다. 지역화폐도 신뢰를 기반으로 유통되듯, 신뢰를 얻은 비트코인은 비로소 디지털 자산으로서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수많은 암호화폐들이 비트코인과 유사한 가치를 얻고자 경쟁적으로 등장했다. 이른바 비트코인의 ‘아류코인’이다.


2015년 이더리움이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들고 나오면서, 암호화폐 시장은 급격히 팽창했다. 스마트 계약 기능을 앞세운 이더리움은 암호화폐 생태계에 다양한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했고, 알트코인의 종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마치 누구나 암호화폐를 만들 수 있다는 착각 아래, 기술보다 마케팅에 집중한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결과, 암호화폐는 투기적 관심의 중심이 되었다.


하지만 기술의 본질은 속일 수 없다. 비트코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단단해졌다. 채굴자의 수가 늘어나면서 네트워크는 강화됐고, 2016년을 기점으로 비트코인은 사상 유례없는 정보 보안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 시기부터 진정한 의미에서 ‘위변조 불가능한 디지털 기록’이라는 기술적 본질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단순한 자산을 넘어선 새로운 신뢰 인프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2017년은 암호화폐 광풍의 해였다. 수많은 알트코인이 등장하며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의 시가총액 점유율은 35%까지 하락했고, 알트코인이 65%를 차지하며 주도권을 가져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착시였다. 이후 8년이 지난 2025년, 알트코인의 총 시가총액은 비트코인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되었고,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35%에 불과하다. 이 수치는 단순한 가격 하락이 아니라, 본질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암호화폐는 결국 하나의 ‘실험’이었다. 비트코인의 위에 올라타 기술이나 금융의 혁신을 시도하려 했지만, 그 대부분은 신뢰의 기초 없이 포장된 비즈니스 모델에 불과했다. 수많은 암호화폐들이 ‘기술’보다는 ‘이야기’에 치중하며 펌핑과 덤핑을 반복했다. 그 결과, 시장은 비트코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암호화폐에 등을 돌리게 되었고, 투자자들 역시 점점 비트코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결국, 암호화폐의 실패는 필연이었다.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고 가치만 좇았으며, 신뢰를 쌓지 않고 마케팅에만 집중한 결과이다. 반면 비트코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견고해졌고, 기술적 신뢰 위에 탄탄한 생태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앞으로도 비트코인 외의 암호화폐들은 계속해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포장을 들고 나올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는 이 표면을 넘어서야 한다. 진정한 신뢰가 어디에 존재하는지, 기술적 근거가 어디에 기반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결국 암호화폐 시장의 미래는, 비트코인의 기술적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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