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없는 대화, 책임 없는 말

자유

by 이필립


대화란 단순한 말의 교환이 아니다. 목적을 가진 대화라면 더욱 그렇다. 협의든 회의든, 혹은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이든 간에 대화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겉만 번지르르한, 실속 없는 대화에 휘말리곤 한다. 특히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이 책임 있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의미 없는 말’을 남발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움을 넘어 화가 난다.


의미 없는 대화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미사여구로 가득 찬 말이다. “잘해보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함께 힘을 모읍시다”와 같은 말은 겉보기에 긍정적이고 협력적인 듯하지만, 정작 그 안엔 아무런 구체성도, 방향성도 없다. 듣는 사람의 기대감을 자극할 수는 있어도 실질적 문제 해결에는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한다.


둘째, 주제를 벗어나거나 핵심을 피하는 대화다. 논의해야 할 주제는 명확한데, 굳이 본질을 피해 주변 이야기만 맴돌고, 논점은 흐려진다. 어떤 때는 의도적 회피이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진짜 몰라서 우회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느 쪽이든 대화는 시간만 낭비하고, 정작 필요한 결론에는 다가가지 못한다.


셋째, 말은 많지만 실체가 없는 대화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회의석상에서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무엇을 하겠다’는 의지나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은 없다. 화려한 수사는 있지만, 실질은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이러한 대화의 문제는 시간 낭비다. 시간은 자원이며 비용이다. 특히 기업과 조직, 공공기관의 회의에서는 참여자 모두의 시간은 곧 비용이고, 이는 그 자체로 성과와 직결된다. 그런데 이런 허무한 대화가 반복되면 조직은 방향을 잃고, 구성원들은 피로감만 느낀다.


더 큰 문제는 책임 회피와 전문성 부재가 드러난다는 점이다. 전문가란 자신이 아는 것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방향과 실행 안을 제시하고, 그것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하지만 의미 없는 말을 반복하는 사람은 두 가지 가능성 중 하나다. 하나는,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말로만 버티는 무능함이고, 다른 하나는 책임지기 싫어서 구체성을 피하는 비겁함이다.


이런 대화는 결국 신뢰를 잃게 만든다. 말에 구체성이 없고, 책임이 없고,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구성원은 리더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조직은 무기력해진다. 실제로 수많은 기업과 프로젝트가 이런 대화 속에서 방향을 잃고 실패해 왔다.


대화는 목적을 가져야 한다. 주장과 근거, 방향과 실행, 그리고 책임이 따라야 한다. 우리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보다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실행하는 사람’을 신뢰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비트코인 토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