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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에서 ‘돈’과 ‘화폐’를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그러나 이 둘을 구분하지 않으면 경제의 본질을 이해하기 어렵다. 돈은 인류가 가치를 저장하고 교환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장 오래된 도구이며, 화폐는 그 돈 중에서도 특정 사회와 국가가 제도적으로 인정한 형태다. 즉 돈은 개념이고, 화폐는 제도다.
돈의 본질은 세 가지 기능에서 드러난다. 첫째는 교환의 매개다. 물물교환의 비효율을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은 공통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가치를 필요로 했고, 그 결과 돈이 등장했다. 둘째는 가치의 척도다. 서로 다른 재화와 노동의 가치를 비교하기 위해 공통 기준이 필요했고, 돈은 그 기준 역할을 수행해 왔다. 셋째는 가치 저장 수단이다. 오늘의 노동을 미래로 옮길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 바로 돈의 핵심이다.
화폐는 이 돈의 기능을 국가가 제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국가가 발행하고, 법으로 통용을 강제하며, 세금과 부채 상환의 수단으로 인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화폐의 가치는 그 자체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화폐의 가치는 국가, 제도, 정책, 그리고 사회적 신뢰 위에 성립한다. 그래서 화폐는 편리하지만 동시에 취약하다. 통화량이 늘어나면 가치가 하락하고, 정책 판단 하나로 개인의 자산 가치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이 지점에서 금은 흥미로운 비교 대상이 된다. 금 역시 돈의 기능을 수행해 왔지만, 화폐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금은 국가가 발행하지 않는다. 자연적으로 존재하며, 희소성과 변질되지 않는 물성 자체로 신뢰를 얻었다. 사람들은 국가의 보증이 없어도 금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받아들여 왔다. 이는 금의 신뢰가 제도가 아니라 시간과 인간의 경험에서 축적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시중에서 통용된다는 조건만 놓고 본다면, 금과 화폐는 모두 돈이다. 그러나 화폐는 신뢰를 ‘위임’받은 돈이고, 금은 신뢰를 ‘획득’한 돈이다. 화폐의 단점인 인플레이션, 정책 종속성, 가치 훼손 가능성은 곧 돈이 제도화될 때 발생하는 구조적 한계다. 반면 금의 단점은 이동성과 분할성, 실사용의 불편함에 있다.
결국 돈의 문제는 무엇을 믿을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국가를 믿을 것인가, 제도를 믿을 것인가, 아니면 시간과 희소성을 믿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선택이 곧 우리가 어떤 돈을 받아들이고 어떤 경제를 살아갈 것인지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