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해킹된 적이 없다: 당신의 '열쇠'가 복

비트코인

by 이필립


광주검찰 비트코인 유출을 보며


비트코인이라는 생태계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가지 계층을 분리해서 바라보는 혜안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전 세계적인 합의를 통해 움직이는 '분산 네트워크' 그 자체이고, 다른 하나는 그 위에서 자산의 통제권을 증명하는 '개인키(Private Key)'입니다. 대중과 언론이 흔히 저지르는 오류는 이 두 가지를 하나로 묶어 생각하는 데서 발생하며, 이는 결국 본질을 흐리는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집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전 세계 수많은 노드가 동일한 프로토콜에 따라 합의하는 공개 장부 시스템입니다. 특정 권력이나 기관이 임의로 장부를 수정할 수 없으며, 외부의 물리적 침투로 조작하는 것 또한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비트코인의 기반 구조는 역사상 그 어떤 금융 시스템보다 견고한 무결성을 자랑합니다.

반면, 개인키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개인키는 특정 자산에 접근하고 이를 전송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권한입니다. 즉, 이 키를 점유한 자가 곧 자산의 주인으로 인정되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수많은 기관과 개인이 이 키의 무게감을 간과한 채, 기존의 중앙집중식 금융 관행에 젖어 허술하게 자산을 관리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일상의 비유를 들자면,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거대한 포털 사이트의 인프라와 같고 개인키는 해당 계정의 비밀번호와 같습니다. 포털의 서버가 아무리 철통 보안을 유지하더라도, 사용자가 자신의 비밀번호를 공공장소에 적어두거나 허술하게 관리해 계정을 탈취당했다면 이를 두고 서비스 자체가 해킹당했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보안 주체의 관리 방식에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발생한 검찰, 거래소, 커스터디 업체의 비트코인 유출 사건들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읽어야 합니다. 해커는 비트코인이라는 거대한 성벽(프로토콜)을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성문을 여는 열쇠(개인키)를 보관하던 초소의 허점을 공략한 것입니다. 키가 탈취되는 순간, 네트워크 입장에서는 정당한 권한을 가진 사용자가 자산을 전송하는 것으로 인식할 뿐입니다. 키가 도난당하는 찰나에도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1초의 오차도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대중이 "비트코인이 해킹당했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전통 금융의 '보호막'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 시스템에서는 사고 발생 시 기관이 책임을 지는 구조지만, 비트코인은 철저히 '자기 책임'을 전제로 설계된 프로토콜입니다.

많은 기관이 다중서명(Multi-sig)이나 콜드월렛, 물리적으로 격리된 보관 방식 같은 보안 설루션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운영의 편의성과 비용 효율성을 이유로 위험을 방치해 왔습니다. 이것은 기술적 한계가 아닌 명백한 '운영의 실패'입니다.


결국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은 명확합니다. 비트코인이 뚫린 것이 아니라, 비트코인을 담는 그릇이 깨진 것입니다. 비트코인의 강점은 변하지 않는 합의 규칙에 있고, 약점은 그 규칙을 다루는 인간의 안일함에 있습니다. 이제 기관은 비트코인을 기존 금융 자산처럼 다루려는 타성에서 벗어나야 하며, 개인 역시 '남이 내 자산을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고 키 관리의 원칙을 숙지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 책임의 무게를 올바르게 인식할 때 비로소 비트코인을 둘러싼 소모적인 오해를 끝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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