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의 소유와 관련된 PKI의 이해를 통한 접근 필요
비트코인은 디지털 데이터에 불과하다는 초기 평가를 넘어,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 상승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과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탈중앙화라는 독특한 특성이 비트코인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히지만, 대중이 비트코인을 처음 주목한 이유는 주로 그 가격 상승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초기에는 비트코인을 디지털 화폐, 암호화폐, 전자화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며 화폐로서의 가능성을 논의했지만, 전통 금융권은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지 않았다.
전통 금융권이 비트코인을 화폐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
전통 금융권이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이나 정부와 같은 명확한 발행 주체가 없다. 전통 금융 시스템은 발행 주체를 기반으로 안정성과 통제를 확보하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가 없는 비트코인은 기존 시스템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둘째, 비트코인은 물리적인 형태 없이 디지털 데이터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금과 같은 실물 자산이나 전통 화폐와 비교했을 때 신뢰를 얻기가 어렵다.
셋째,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권에서는 안정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높은 변동성을 가진 비트코인을 자산으로서나 화폐로서 활용하기 어렵다고 본다.
비트코인을 단순히 “화폐”로만 해석하려는 시도 자체가 근본적인 오류라는 지적도 필요하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자산으로, 단순히 화폐적 기능뿐만 아니라 가치 저장, 결제, 투자 수단, 심지어 탈중앙화 네트워크의 기반 자산으로서 다면적 역할을 수행한다. 비트코인은 기존 화폐와의 직접 비교를 넘어서는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전통 금융권이 화폐로서의 기준만을 적용하며 비트코인을 평가하는 것은 그 본질적 가치를 간과하게 만든다.
예컨대, 금은 화폐로 사용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가치가 인정되는 자산이다. 마찬가지로, 비트코인 역시 반드시 거래 수단으로만 쓰일 필요 없이 가치 저장 수단이나 탈중앙화 네트워크의 신뢰 기반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 따라서 비트코인을 화폐로만 해석하며 전통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비트코인의 혁신적 가능성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는다.
전통 금융권은 고객의 자산을 수탁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출, 투자, 이자 지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를 비트코인에 적용하려 한다면, 금융기관은 고객의 비트코인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핵심은 탈중앙화에 있으며, 이는 전통 금융 시스템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가장 큰 도전은 보안 문제다. 은행이 고객의 비트코인을 보관하려면 고객의 프라이빗 키(private key)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프라이빗 키는 먼저 접한 사람이 곧 자산의 소유권을 가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기존 금융의 자산 보관 방식과 본질적으로 다르며, 보안이 무너지면 비트코인의 손실로 이어진다. 실제로 많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내부자 문제와 외부 해킹으로 인해 파산한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프라이빗 키를 비유하자면, 이는 “은행 금고에 보관된 돈”이 아니라 “길에 떨어진 금덩이”와도 같다. 금덩이는 이를 발견한 사람이 곧 소유자가 되는 것처럼, 프라이빗 키 역시 이를 확보한 사람이 비트코인의 소유자가 된다. 아무리 강력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이러한 구조적 약점은 내부자 또는 외부자의 위협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의 본질적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혁신적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비트코인을 단순히 화폐로만 보거나 기존 금융의 틀로 맞추려는 시도는 한계가 분명하다. 진정한 해결책은 프라이빗 키와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을 활용하면서도, 이를 기존 금융 시스템과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을 모색하는 데 있다.
예를 들어, 프라이빗 키를 관리하지 않고도 비트코인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 설계는 전통 금융과 비트코인의 간극을 좁히는 핵심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적 혁신뿐만 아니라, 전통 금융권의 사고방식 전환도 필수적이다.
결론적으로, 비트코인을 단순히 화폐로 간주하는 기존의 접근법에서 벗어나, 탈중앙화 시스템과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비트코인의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