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암호화폐가 아니다.
비트코인: 사토시 나카모토의 이상과 현재의 괴리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는 기존 금융 시스템의 높은 수수료와 비효율성을 비판하며 이를 대체할 새로운 화폐를 꿈꿨다.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을 ‘디지털 현금’ 혹은 지역화폐로 설계했으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낮은 수수료로 운영되는 탈중앙화된 시스템을 이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비트코인은 그의 이상에서 크게 벗어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처리 한계와 지역화폐의 가능성
비트코인의 가장 큰 기술적 한계는 초당 처리할 수 있는 트랜잭션 수다. 현재 비트코인은 10분당 약 2,000개의 트랜잭션만 처리할 수 있는데, 이는 전 세계적 통화로 사용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두 가지 접근법이 제시되고 있다.
첫 번째는 비트코인을 ‘지역화폐’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각 지역이 비트코인을 복사해 독자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방식으로, 이는 비트코인의 초기 이상에 가까운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소프트 포크를 통해 네트워크의 초당 트랜잭션 처리량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고성능 서버가 요구되며, 기존의 일반 PC 참여자를 배제하게 된다. 이 경우 비트코인의 탈중앙화 정신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초기 이상과 현실의 괴리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의 핵심 장점으로 낮은 수수료와 누구나 참여 가능한 탈중앙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높은 거래 수수료와 고성능 장비 의존성으로 인해 초기 이상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특히 비트코인 채굴은 과거 나카모토가 사용했던 개인 PC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성능 컴퓨터를 필요로 하며, 이러한 변화는 나카모토조차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비트코인의 변화된 역할
초기에는 비트코인이 화폐로서의 기능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현재는 가치 저장 수단으로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이는 비트코인의 희소성과 신뢰 기반으로 형성된 수요와 공급의 법칙 때문이다. 특히 엘살바도르처럼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사례는 비트코인이 기존 금융 시스템을 대체할 가능성을 일부 보여준다.
비트코인, 이상적 화폐로의 가능성
비트코인의 등장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명목화폐 시스템의 문제를 반영한다. 명목화폐는 정부가 화폐 발행을 통해 경제를 조작하고 특정 이익집단을 우선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반면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고정되어 있어 인플레이션과 중앙집권적 통제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화폐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강대국들은 비트코인을 수용하기 어려워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비트코인의 전 세계적 채택에 장애물이 될 것이다.
결론
비트코인은 나카모토가 설계한 ‘디지털 현금’의 이상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지만, 가치 저장 수단으로써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했다. 향후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거나, 새로운 금융 시스템의 기반이 될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공정성과 투명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요구가 계속된다면 비트코인은 여전히 중요한 대안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