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내다
하나를 이루니 또 하나가 이뤄지는 도미노처럼
무슨 일이든 처음 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이야기한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한 번 두 번 하다 보면 감이 올 거라고. 꾸준히 두드린 자는 속도 차이일 뿐 분명 어디서든 결실을 맺는다. 내 코가 석자다, 남들은 잘 이끌면서 내 일 앞에서 늘 선택하지 못하고 망설이곤 했다. 왜 그랬을까. 이런 나를 변화시키고 있는 건 바로 결과물이다. 그동안 내가 공을 들이고 시간을 들였던 행동에 대한 결과물. 하루아침에 이뤄진 결과물이라면 경솔해지고 건방질 수 있지만 아무도 모르게 묵묵히, 꾸준히 즐겼고 참고 이겨냈고 상상했다.
하나를 이루니 또 하나가 이뤄지고 도미노처럼 연결되다니. 지금 내게 일어나는 일들이 낯설지만 행복하다. 난 외동아들을 키우고 있다. 모든 게 늘 처음이었다. 불안하고 망설였기에 무슨 일을 할 때마다 돌다리를 두드리듯 조심스러웠다. 직장을 다니기에 끈이 닿아 인연이 되는 이웃 학부모들과 친하게 지냈다. 하지만 낯을 가리고 말수가 적은 편이라 친해지기까지 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었다. 다들 처음에 나를 답답해했으리. 그렇게 난 아들을 키우며 사회성을 키워나갔다.
아이를 키우니 부당한 것이 불편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부당하고 불편하지만 차마 말로 꺼내지 못하는 내 감정을 분풀이하듯 글로 남겼고 그로 인해 숨 쉴 수 있었다. 아무에게 말하지 않아 무거웠던 마음이 일상을 견딜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렇게 난 글과 사랑에 빠졌고 나를 알아주고 들어주는 글이 고마웠다. 남에게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일기장에 쓰며 서서히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글쓰기 수업을 시작하고 나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글을 썼다. 합평회에서 내 글을 들어주는 문우들의 눈빛이 나를 토닥이는 거 같아 따뜻한 교감을 맛보았다. 내편이 생긴 듯 나는 용기 내어 매주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맞춤법과 겹 조사, 단락이 뭔지도 몰랐지만 글을 쓰니 행복했다. 잘하려고 하지 않았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았다. 그냥 즐겼다. 자아도취에 빠져 글을 쓰고 내 글을 읽고 또 읽으며 행복했다. 수없이 읽어도 내 글이 좋았다. 그렇게 글과 사랑에 빠졌고 이유 없고 목적 없이 글을 썼다.
이런 내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건 SNS에 글을 올리면서부터다. 합평회를 통해 얻은 용기를 실제 적용하기 위해 SNS를 시작했다. 부족한 내 글을 인터넷친구들은 함께 읽어 주었고 좋아요와 댓글로 반응해 주었다, 마치 내 일처럼. 더 이상 독백이 아닌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경험한 사건을 찾았고 거기에서 얻은 나의 생각, 그로 인해 내가 고민한 흔적을 정리하니 의미화가 되었다. 이론으로 배운 내용들이 서서히 글에 녹여 들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고 용기를 얻었다. 부족하지만 메시지를 담은 브런치북과 매거진을 써보고 싶어 고심하고 고심하는 요즘이다. 브런치스토리에는 글을 잘 쓸 뿐 아니라 글에 진심인 분들이 많다. 라이킷에 연연하진 않을 거지만 내가 좋아하는 내 글을 함께 읽어주는 이들이 있어 감사하다.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 이런 진심이 통해서일까. 브런치 작가가 되고 매년 참여했던 <성남사랑 글짓기 대회>에서 장원을 하였다. 생각도 못한 큰 도미노들이 우연처럼 내 힘으로 쓰러지고 있는 걸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