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을 바꾼 시간
가시를 하나씩 핀셋으로 뽑아내듯
나의 삶을 바꾼 책은 무엇일까. 기억을 더듬기 위해 책상 아래 먼지 쌓인 독서노트를 꺼냈다. 2015년은 인문고전을 읽는 독서회에서 어렵고 두꺼운 책을 읽어내려 애쓴 흔적이 보였다. 지난 내 흔적을 들쳐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2019년, 다섯 번째 독서노트는 조금 특별했다.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 듬뿍 담겨 비장하기까지 했다. 노트 제일 앞에는 ‘내가 읽은 책, 노트 목록’이란 표가 붙여 있었고 그곳에는 내가 활동한 독서모임들이 적혀 있었다. 여섯 개의 독서모임을 하였다니 믿기지 않았다.
그게 가능했던 건 아마도 내 나이 마흔이었기 때문이었을까. 꽤 오랜 시간 책을 읽었다. 지금까지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건 함께 읽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났고 책 보다 더 깊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이를 계기로 나의 삶은 바뀌었다. 책은 혼자 읽고 머무는 것도 중요하지만 머물며 생긴 질문을 나누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렇게 나의 독서는 소리를 통해 더 가슴 깊이 새겨졌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삶을 바꾸어 준 시간은 도서관에서 진행한 <청춘자서전> 쓰기였다. 어느 날 양가 부모의 마음이 읽히지 않았다. 안다고 생각한 그들의 마음이 복잡하고 이해 불가해 지치고 화나고 포기하고 싶었다. 모든 걸 받아들이고 수긍하며 살았던 내게 반항하고픈 욕구가 강해졌다. 그런 마음이 커질수록 화를 내는 횟수가 잦았고 거친 말로 나의 불편함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청춘자서전 시간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 나를 들여다보니 마음 곳곳에 박힌 가시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내 마음속에서 미움과 원망, 불행이 자존감을 짓누르고 있었다.
가시를 하나씩 핀셋으로 뽑아내듯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한 꼭지 한 꼭지를 써 내려가며 어린 시절 내 마음보다 자꾸 그 당시 부모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울고 또 울었다. 그 눈물은 마음을 찌르고 있던 가시를 하나씩 씻겨 내려가게 하였다. 사실 청춘자서전 수업을 신청한 건 다른 부모들의 생각이 듣고 싶었고 그들은 자식들과 어떻게 사는지 알고 싶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수업을 통해 내 안을 깊이 들여다보았고 힘들고 어려운 그 시절 삼 남매를 키우기 위해 애쓴 부모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처럼 그 당시 부모도 그 삶이 처음이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