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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글사랑 Jul 12. 2023

청춘의 재발견

청춘에 색을 입히자

   토요일 오전 일정으로 늦어 주차를 하자마자 서둘러 교실로 향했다. 급한 마음에 계단을 두 칸씩 오르며 5층에 도착해 챠밍홈을 찾았지만 한산하다 못해 스산했다. 분명 5층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문자를 확인하며 아래로 내려가다 보니 사람 소리가 들렸고 1층에 챠밍홈이 있었다. 아직 학교 위치를 정확히 모르기도 했고 늦어서 허둥지둥 찾다 보니 문자를 제대로 안 읽은 내 탓 이었다. 교실에 들어서니 다들 전문가처럼 어르신 당 두 명이 짝을 이뤄 염색을 하고 있었다. 급히 앞치마를 두르고 미용장갑을 다. 염색이 처음인 건 티 나지 않게.


   어르신들의 마음과 달리 교실 분위기는 았다. 늘 집에서 혼자 거울을 보며 염색을 하거나 이제는 흰머리카락이 많아 염색은 안 한다고 하는 어르신. 거울 앞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며 연신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 말에 멋쩍어 솔직히 남의 머리 염색은 처음이라고 고백하니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냐며 오히려 우리를 응원해 주었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우리에게 그 따뜻한 한 마디는 깊은 여운을 남겼다. 당신네 머리카락을 우리의 경험을 위해 빌려준 듯 여유 있는 표정에 붓질은 더 꼼꼼해질 수밖에 없었다. 오고 가는 대화에는 진심이 묻어 있었고 처음 만난 학부모들도 덩달아 여유를 배웠다. 어르신들은 영정사진을 찍는다는 생각에 메이크업과 머리를 하면서도 크게 기뻐하지 않았다.


   염색을 하고 머리를 감겨드렸다. 하나씩 청춘에 색이 입혀지면서 그녀들은 빛났다. 이렇게 아름답다니. 나이를 잊게 하는 그녀들의 변신이 눈부셨다. 젊은 시절은 얼마나 고우셨을까. 드라이를 하고 메이크업을 하며 달라진 자신의 모습이 신기한 듯 거울을 보는 어르신. 한 분이 영정사진은 지금보다 더  건강하게 사시라고 미리 찍는 거라고 하니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 장난기 있던 어르신은 우리가 모두 변신하는 모습을 놀라며 지켜보니 500원씩 내라고 농담도 하였다.


   봉사를 다녀온 날 나의 청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남편에게 젊은 지금을 기억하자고 이야기했다. 아들 학교를 결정할 때 내 마음을 가장 흔든 게 바로 학교와 지역사회의 교류였다. 이 교류 속에 우리 아이들은 어른을 대하는 법을 자연스레 배우고 있었다. 어른을 섬기려 애쓰는 것이 아닌 우연한 기회에 만난 어른들의 보석 같은 말씀이 아이들을 성장시키고 있었다. 오늘은 청춘에 색을 입히기보다 어르신들의 청춘을 재발견한 하루였다. 우리 부모도 청춘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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