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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글사랑 Jul 26. 2023

와글와글 플리마켓

정성으로 채운 시간과 공간을 떠나며


   정든 곳을 떠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7~8년 정성으로 채워진 공간에서 그동안의 시간을 떠올리니 감회가 새로웠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부모교육은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하였다. 세상을 다 아는 어른이 아닌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었고, 험난한 일에 조심스레 다가가 경험해 볼 용기를 주었다. 할 수 있다는 격려는 아이를 용감하게 만들었다. 거듭되는 실패로 괴로워하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기에 맛보는 성공은 더 큰 희열을 경험하게 하였다. 아이는 어딜 가나 도전적이었다. 그런 아이 덕분에 나는 함께 공부하고 성장했다.


   모든 부모 강의에 열정을 쏟았다. 배운 건 함께 해보았고 아이는 나의 선생님이 되어주었다. 내 아이, 우리 아이를 위해 성남지회 운영진들은 모두 하나가 되었다. 새내기 학부모 강의, 부모와 함께하는 체험, 숲체험, 뚜벅뚜벅 역사체험, 가족역사체험, 회원만남의 날, 불편한 여행, 오감캠프, 와글와글 놀이터, 고딩쌤 샤샤샤, 꿈의 학교, 나눔 텃밭, 전국 여름연수, 품앗이 부모 강좌 등 다양한 소모임으로 학부모와 아이, 지역사회를 연계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그런 혈기왕성했던 성남지회가 달라진 세상에서 3년간 버텨오던 사무실을 처분키로 결정했다. 왁자지껄 떠들썩했던 정든 그곳을 정리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했다.


   참학 성남지회 밴드 사진첩에 들어가 옛 사진을 보았다. 사진 속 아이와 부모들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바쁜 일상 속 잊지 말아야 할 순수함을 맛보고 지키고 싶어서이지 않았을까. 와글와글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다 보면 부모도 어느새 어린아이로 돌아갔다. 뛰고 땀 흘리다 보면 숨겨두었던 장난기가 발동해 아이처럼 꾀가 생기고 그 꾀를 즐기는 아이들은 어른들의 재미난 모습에 사랑을 느낀다. 그게 바로 이들이 참학을 찾은 이유가 아니었을까. 와글와글 놀이터에 오면 재밌는 어른들이 많고, 꿈의 학교에 오면 행복하다는 아이들. 잔소리보다 웃음소리를 그리워하던 아이들은 그렇게 우리에게 마음을 터놓았다.


   이런 추억으로 자란 아이들이 플리마켓을 준비했다. 그동안 쌓여있던 지회의 물건을 나누고, 각자 가정의 물건을 나누는 플리마켓은 크지 않지만 아담하게 진행되었다. 아이들은 서로 마주 앉아 물건을 펼쳤고 시간이 지나며 남는 물건을 물물교환 하듯 나누었다. 처음에는 돈을 주고 사 먹던 음식도 마지막에는 정으로 나눴고 끝까지 마음을 나누고자 함께해 준 회원 가족들과 지역 주민들께 감사했다. 그동안 의미 있던 경험이 앞으로 성남지회가 나아가고자 하는 길을 환하게 빛내 주리라 믿는다. 선한 끝은 선하다고 했던가. 이익이 아닌 봉사 단체들이 더 힘을 얻어 빛을 비춰야 하는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존재감이 흔들리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여야 한다. 정답 없는 세상에서 답을 찾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모험심을 갖고 탐험을 떠나야 한다. 참학 성남지회는 언제나 열려 있다. 해보고 싶은 소모임이 있으면 무엇이든 함께할 것이다. 단, 모험의 주인공은 회원 가족들이다. 부모와 아이가 시행착오를 견디고 버티며 불편해도 끝까지 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누군가의 리드가 아닌 함께하는 이들과 용기 내어 만들어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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