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든 외톨이
보다 따뜻한 마음이 사회 곳곳에 뿌리내려져야겠다.
무더위 속 달콤한 휴가를 마치고 출근했다. 나른한 몸과 마음을 추슬러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자꾸 창밖의 먼 산과 하늘을 바라봤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나를 유혹했다. 같이 놀자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 시원한 사무실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아름다웠다. 지금 만약 바깥 땡볕에서 똑같이 하늘을 보고 있다면 이리 아름답게 감상할 수 있었을까.
폭염을 견디고 이겨냈기에 지금의 경이로운 하늘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휴가 후 무거워진 몸과 마음도 차차 일상으로 되돌아올 거라 믿는다. 행정안전부에서 태풍이 북상한다는 문자가 왔다. 마치 태풍을 피해 구름 가족들이 피난을 가듯 길게 줄지은 구름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구름들은 제 스타일대로 자신의 모습을 뽐냈다. 자유롭기에 행복해 보였다.
며칠 전 서현역에서 일어난 <묻지 마 칼부림 사건>은 끔찍했다. 더 끔찍한 건, 십 년 전 일본 젊은이들의 모습과 현재 우리나라 청년들의 모습이 닮았다는 점이었다. 경제는 일본이 십 년 앞서고 뒤따라간다고 하지만 이런 범죄마저 따라간다고 생각하니 섬뜩했다. 폭염에 지치듯 청년들이 힘들어지는 현실 앞에서 희망을 잃고 있다. 자꾸 자기만의 늪으로 빠져들지 않도록 경쟁은 더 이상 사회 어느 곳에서도 사라져야 한다. 힘들 때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쉬고 활력을 얻듯이 우리 청년들에게 숨통은 무엇일까. 태풍이 북상하듯 은둔형 외톨이로 관계가 끊긴 이들에게 일상 속 새로운 변화에 몸을 맡겨보라고 권하고 싶다.
주말에 남편 탁구대회에 응원 갔다. 중원구청배는 우리 부부가 탁구를 시작하고 매년 나갔던 대회인 만큼 아는 얼굴들이 많았다. 그런데 유독 눈에 띄고 낯선 이름이 보였다. 모범탁시, 모범택시 회사에서 단체로 참여한 줄 알았다. 그런데 유독 어린 친구들이 많았다. 현수막에 모범탁시의 뜻이 적혀 있었다. 모두가 평범하게 탁구를 시작할 수 있는 동호회란 뜻이었다. 탁구는 연령층이 높고 진입 장벽이 높은 운동에 속한다. 성남에 살거나 직장을 가진 2030 젊은이들이 모여 탁구로 하나 되어 소통하고 게임하는 동호회였다.
열정과 인성만 준비하라는 모범탁시의 현수막 글귀가 인상적이었다. 2030, 누구나 지나게 되는 시간이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세대다. 열띤 열정이 가득하지만 세상 물정을 잘 몰라 지혜가 필요한 세대이다. 2030과 5060이 함께하는 탁구 시합장의 모습을 보며 이 같은 장면이 많아지기를 기원했다. 흉기 든 외톨이는 절대 거리의 악마가 아닐 것이다. 그들도 그들의 마음을 다스릴 줄 몰라 저지른 가슴 아픈 사건이란 생각이 든다. 보다 따뜻한 마음이 사회 곳곳에 뿌리내려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