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유토피아를 꿈꾸는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보았다. 만약 영화에서처럼 주변 모든 건물이 무너지고 전기가 끊긴 아파트 한 채에 살아남게 된다면. 상상만으로 끔찍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지 않던 재난들이 잦아들고 있다. 스모그와 산불, 대홍수, 지진, 전염병 등 천재지변으로 기후위기가 빚어낸 재난 속에서 우리 인간은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저 당할 뿐. 이 영화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 것일까. 보면 볼수록 실현 가능성이 높아 영화를 보는 동안 섬뜩했다.
살아남을 수 있는 제한된 공간에서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이 정당한 일일까. 외부 인을 다 쫓아내 놓고 자신들의 식량이 떨어졌다고 외부로 나가 강도처럼 물건을 훔치고 사람을 죽인다. 외부 인의 소유권은 왜 존중해주지 않는 걸까.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이 나오는 법이다. 주인공 이병헌은 입주민 대표로 책임감 있게 행동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은 무시한 채 이기적인 단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파트는 아파트 주민 개인의 것이지만 재난 상황에서 함께 힘 모아 이겨냈다면 영화의 끝은 어떻게 되었을까.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모두의 행복을 만족시킨 이상적인 세상이었을까. 누구에게는 행복했지만 누군가에게 불편하고 슬픈 곳이었다. 마지막에 남편인 박서준을 잃고 외부 인들의 도움으로 쉴 공간에 도착해 따뜻한 주먹밥을 받아 든 박보영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다.
자신의 것을 나누는 것이 당연하다고 이야기하는 외부 인의 삶. 그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유토피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가진 것을 잃고 싶지 않은 건 인간의 욕망일 것이다.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 다른 이의 행복을 빼앗는 악의를 범하고 있진 않은지 나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시기와 질투로 남의 행복을 배 아파하진 않았는지,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한 만큼 되돌려 받진 않았는지. 나의 욕심으로 뜻하지 않게 상대에게 천재지변 같은 상처를 주진 않았는지 영화를 보고 나서 깊은 여운에 빠져들었다. 내 생명이 소중한 만큼 상대의 생명도 소중하다. 어려울수록 이웃 공동체와 마음을 모아야 한다. 특히 우리 아이들에게 경쟁이 아닌 협업으로 살아가는 세상의 참뜻을 반드시 가르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