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 얻는 방법
프레드릭처럼 햇살과 색깔, 이야기를 모아볼까
글이 안 써지는 날이 있다. 키워드 글감은 간혹 당혹스럽기도 하고 자유롭기도 하다. 우선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쓸 글감을 떠올린다. 나를 모르는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는 재밌거나 의미 있는 사건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내가 경험했던 사건을 떠올리며 거기에 부가적인 살을 붙이는 게 중요하다. 처음 글을 쓸 때는 책에서 본 이론적인 문장에 내 생각을 열거하는 식의 글을 많이 썼는데 그건 지루하고 식상할 뿐 공감을 일으키지 못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글이 가장 재미있는 건 자신들의 경험을 그대로 옮기기 때문일까. 살아있는 생명력과 생동감을 전하고 싶으면 순수하고 솔직한 경험만큼 좋은 게 없다.
혹 그래도 쓸 게 없다면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가자. 글감을 직접 만들어 보면 어떨까. 밖으로 나가서 직접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 ‘영감’에 대해 도저히 떠오르는 게 없다면 길을 걸으며 만나는 가로수 나무와 신호등, 구름과 간판을 보며 이야기를 걸어보자. 커다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수많은 가지와 잎사귀들이 춤을 추는 거 같기도 하고 바람에게 고문을 당하는 거 같기도 하다. 보는 이가 느끼는 감정에 따라 나무는 달리 해석될 수 있다. 요즘같이 다양성을 추구하는 시대에는 더 다양한 글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난 머리를 감을 때 영감이 잘 떠오른다. 조용히 흐르는 물소리 때문인지, 샴푸 거품 내는 손의 지압 때문인지, 고요한 시간 속에서 뇌가 풀가동을 한다. 상상에 빠져 이야기를 만들다 보면 이거 꼭 기억해야지 싶지만 머리를 감고 말리며 거울 앞에 서면 까먹고 만다. 마치 단기 기억상실증처럼. 그럴 때 녹음을 하라는 사람도 있지만 난 말보다 글이 편해 날아간 생각에 대한 스트레스만 받고 있다. 스트레스 때문일까 양치를 하고 했는지 잊어버리고, 로션을 바를 때도 다른 생각을 하면 선크림을 발랐는지 헷갈린다. 나를 위해 글을 쓰는 것도 좋지만 지나치면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다. 우선은 내 건강부터 챙기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글쓰기를 해야겠다.
간단한 메모, 책을 읽으며 공감되는 문장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난 책을 읽을 때 한 번 꽂힌 문장을 여러 번 곱씹으며 대화를 나눈다. 그러다 보면 내가 쓰려고 하는 글감과 연결이 되고 처음에 지닌 문장과 전혀 다른 문장으로 내게 와 새 옷을 입힌다. 이처럼 우리의 뇌는 자유자재로 적응한다. 진심으로 글을 쓰고 싶다면 공부를 해서라도 내가 작가라 생각하고 책을 낸다는 마음가짐으로 주제 있는 글쓰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주제에 따라 목차를 세우고 각 소주제를 정해서 윤곽을 잡아본다면 한결 더 깊이 있게 글을 쓸 수 있다. 처음 책과강연 백일백장 때 어설프지만 프롤로그와 목차를 만들었기에 100편의 글을 쓸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학부모로 살아온 발자취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글을 쓰는 이유를 기록하는 것에 맞춰보는 건 어떨까. 시간이 흘러 내 기억이 가물거릴 때 나의 기록장을 들쳐보며 지난 추억을 회상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프레드릭> 그림책은 볼 때마다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게 뭔지 생각하곤 한다. 나이가 들어 기력이 없어졌을 때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가. 프레드릭처럼 옛이야기를 들려주고 따뜻한 감성을 나누는 그런 낭만가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프레드릭이 햇살과 색깔, 이야기를 모으듯이 나도 일상 속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나만의 영감을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