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은 긴 시간이다. 미사시 백일 동안 글쓰기 외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한 명의 생각보다 스물한 명의 생각이 얼마나 놀라운지 알게 되었다. 매 순간 방향을 잡아갈 때마다 서로의 마음을 맞춰주는 리더 지니써니 님의 겸손에 많은 걸 배웠다. 능력보다 중요한 것이 정성이라는 것을. 백일백장은 글쓰기 프로젝트였지만 우리는 글보다 더 깊은 진심을 나눴다. 각자의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놓고 나누었기에 이 자리는 빛날 수 있었다. 나의 이익보다 나를 향한 뜨거운 마음이 우리를 하나로 만들었다.
2023년 4월 10일은 다시 일상을 되찾은 때였다. 그래서 바빴다. 책과강연의 백일백장을 겪었기에 또다시 백일을 견딜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해 본 자의 여유가 아닌 해 봤기에 두려웠다. 온라인 세상에 입문할 수 있게 나를 믿고 응원해 준 미사시이기에 1기 백일백장은 함께 하고 싶었다. 나만의 갇힌 글쓰기가 아닌 동지들의 다양한 글감은 나의 세상을 넓혀주었다. 처음에는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썼는데 점점 소재가 말라갔다. 같은 글감이지만 개성 있는 다양한 글이 재미있었다. 그래서 읽고 또 읽었다. 글이 안 써질 때 책을 읽으라고 했듯이 다른 이의 글은 충분한 영감을 주었다.
우리는 잘 살고 있는가, 나를 마주하는 용기, 10년 뒤 나에게. 이런 좋은 글감은 나의 글을 성장시켜 주었다. 백일백장에 임하는 자세를 100-1 프롤로그에 써보는 건 어떨까. 백일 간 가다가 지치고 쓰러지고 포기하고 싶을 때 나를 잡아주는 등대가 될 것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를 찾기 힘들다면 내 글을 누구와 나누고 싶은지 대상을 뚜렷하게 정해 보는 것도 좋은 백일백장 글쓰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난 이번 백일백장을 통해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이제는 내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생겼다.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벌써부터 설렌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 욕심은 버려야 한다. 그냥 내 이야기를 듣고 싶은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편해지지 않을까. 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안고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조금 덜 힘들기 위해 난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쉽게 접근하다 보면 글쓰기는 두꺼운 벽이 아닌 친구가 될 수 있다. 은유 작가가 많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글을 쓰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한 것은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사회 각 분야의 사람들이 모두 살만한 세상이라고 이야기하는 그런 세상이 올 때까지 난 글을 쓸 것이다.
한 편의 글 누락으로 완주자가 되지 못했다. 이 작은 실수 덕분에 난 겸손을 배웠다. 50번째 글은 내 블로그에만 잠들어 있었다. 자만하는 자는 언젠가 중요한 순간에 하차할 수 있다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노래경영대회나 인기의 상승세를 타던 연예인들도 불미스러운 사건에 얽히면 한 순간에 추락하는 것처럼. 그래서 다시 미사시 백일백장 2기에 도전할 것이다. 완주보다 사랑할 수 있는 내 글을 만나기 위해 난 또다시 글을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