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다의 어원 중에서 아름은 ‘나’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나라고 제목을 정한 건 나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어서다. 지금의 나, 혼돈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기다리려 한다. 코로나 후 나는 어떻게 바꿨을까. 강박과 불안지수가 높아졌다. 이 증세는 무엇 때문일까, 자신감 부족일까. 마치 나를 지켜본 것처럼 너튜브에서 ‘마음의 병을 잘 이겨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 ‘삶이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에 무너지지 않고 싶다면’과 같은 영상이 광고처럼 뜬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남을 의식했다. 의식하기보다 독자라 생각했다. 글은 곧 나다는 말처럼 나를 들여다보고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둘러봤다. 집집마다, 사람마다 아픔이 없는 곳은 없다. 그렇다면 나답다는 건 어떤 것일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질문이다. 지난달, 3일간의 가천대 특수치료대학원과 연계된 미술치료에서 나를 만났다. 오늘은 스케치북을 꺼내 그때 적은 나의 장점을 들여다보았다.
정이 많고 사람을 좋아한다. 한번 인연을 맺으면 끝까지 이어가는 편이라 지인에게 정이 많다는 말을 듣는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해서 모임이 많다. 자연을 사랑하고 배우는 걸 좋아한다. 기후위기로 환경이 오염되고 있는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무조건 실천한다. 텀블러 사용과 면 생리대는 몸에 익었지만, 손수건은 아직 습관이 되지 않았다. 매사 걱정 없이 밝아 잘 웃는 편이었는데 마흔이 지나면서 세상사에 찌들어 가는지 웃음을 잃고 있다.
글을 쓰면서 언행일치의 삶을 꿈꿨다. 말과 행동이 곧 일관성 있게 실천하는 삶. 마흔 전까지 그런 삶을 꾸준히 살았는데 요즘은 자꾸 삐딱한 자아가 마음을 흔든다. 그래서 글을 쓸 수가 없었다. 내 마음과 다른 감정이 나를 송두리째 점령했다. 이겨내려고 마음먹지만 생각처럼 말과 행동이 나오지 않아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내 안에 괴물이라도 들어왔는지. 마음에 없는 말과 행동이 나를 피폐하게 했다. 그런 나에게 아름답다는 말을 해줄 수 있을까. 해주고 싶었다. 햇살 같은 따뜻한 말이 언 마음을 녹여주길 바랐다.
나다운 나를 만나기 위해 한 권의 책을 고를 것이다. 그리고 한 권의 책이 내가 될 수 있게 빠져들고 싶다.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보다 자유롭게 내가 읽고 싶은, 닮고 싶은 책 한 권에 깊이 빠져들고 싶다. 예전처럼 훨훨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