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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글사랑 Dec 18. 2023

기억을 더듬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반응한다

쓰는 걸 좋아한다. 8년 전 작심삼년 일기장을 쓴 만큼 기록하는 걸 좋아한다. “매일매일 일기를 쓰는 것은 내 인생을 살아가는 데 기회를 놓치지 않고, 꿈을 온전히 실현시킬 설계도를 그리는 일이다.” 작심삼년 첫 페이지에 쓰인 글귀다. 백일장의 오늘 글감은 기억 상실이다. 깜빡하는 횟수가 늘어나더니 과거에 해오던 일이 생각나지 않는다. 마치 날짜 개념이 사라진 것처럼 까맣게 잊었다가 시간이 지나 흐릿하게 기억나곤 한다. 이것도 기억상실일까.


먼지 쌓인 일기장을 꺼내 2015년 12월 17일 페이지를 펼쳤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다. 해가 거듭될수록 체력이 떨어진다는 내용, 약속에 치여 허덕이는 연말을 보내고 있는 내용,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겠다는 내용. 어제와 오늘 탁구 리그전이 있어 운동을 심하게 했더니 온몸이 쑤시다. 아침부터 세탁기를 받고 팔고, 탁구를 치고, 조카 옷을 사주고 저녁 먹고 친정 가서 미리 크리스마스 파티까지. 여전히 바쁘게 살고 있다.


2016년 12월 17일 토요일도 바빴다. 오전 10시 인문고전독서회에 참석했고 12시에 막내 외삼촌 아들 결혼식에 갔다가 오후 3시는 아들 태권도 공개 발표회가 있었다. 시범단에서 고된 훈련을 견딜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그동안의 훈련양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동작 하나하나에 눈물이 났다. 그러고 보니 아들은 어릴 적부터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깊이 파고드는 편이었다. 지금은 요리 공부를 하겠다고 힘든 길을 택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요리는 힘들지만 요리를 통해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2017년 12월 17일은 그동안 달려온 길을 더듬고 있었다. 삼 년간 다져진 글쓰기 덕분이었을까. ‘그동안 무엇이 그리 바빴을까?’로 시작하는 일기에는 나에게 주어진 직무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가 있었는지 나를 돌아보고 있었다. 자리에 주저하지 말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라고 나를 타일렀다. <고딩쌤 샤샤샤> 는 참교육학부모회에서 운영한 중고등학생의 재능 기부 프로그램이다. 중고등학생 자신이 나누고 싶은 재능에 대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방학 동안 초등학생에게 나눠주는 프로그램. 그들을 보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지금, 2023년 12월 17일은. 지난 날처럼 잘 살고 있다. 예전과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남보다 나를 더 챙기려 한다는 점. 몸이 보내는 신호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운동을 하면 근력이 없는 만큼 체력이 떨어진다. 한 달에 한번 탁구 리그전에 나가니 체력이 좋아지고 있다. 연속적으로 운동을 하면 숨이 안 쉬어질 만큼 가슴이 아프기도 하지만 차차 근력이 붙고 있는 기분이다. 2024년 꾸준히 운동을 해서 곳곳에 붙이는 파스가 줄어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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