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글사랑 Dec 19. 2023

눈물의 맛

이제는 짠 눈물보다 단 눈물을 흘리고 싶다.

눈물을 흘리는 꿈은 어떤 의미일까. 자신의 불쾌한 감정을 밖으로 나타내어 소진한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자신이 우는 꿈 중 혼자서 조용히 흘리는 꿈은 근심 걱정이 사라지고 축하받을 일이 생긴다고. 손수건으로 눈물 닦는 꿈은 자신의 답답한 상황을 글로 써서 주변에 알리게 될 기회가 생긴다고 했다. 티스토리 시종일몽의 꿈해석을 읽으며 현실에서 비슷한 경험이 있어 놀랐다.


매일 눈물을 흘렸다. 소리 없이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 때문에 감정을 더듬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유가 뭔지 알고 싶었다. 어릴 적부터 눈물이 많았고 감수성이 풍부해서 예민했다. 혼자 조용히 흘리는 눈물에 후회하고 미안한 감정이 묻어났다. 진심은 아닌데 심통을 부렸고 고집을 피웠다. 상대는 죄인인양 시무룩했다. 시무룩한 표정에 힘입어 감정은 거르지 않고 대포처럼 쏘았다. 조금 참고 상대의 기분을 헤아렸다면 이렇게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뱉은 말은 절대 주워 담을 수 없기에 난 혼자 조용히 눈물을 닦아야 했다.


홀로 곱씹은 눈물은 근심을 녹이기 시작했다. 눈물샘이 막혀 멈추지 않았지만 축하받을 일이 하나둘 생기며 농도가 옅어졌다. 눈물이 흐르는 물줄기를 찾기 위해 몸부림치고 소리쳤다. 물줄기는 다름 아닌 내 마음이었다. 마음이 조금 안정되고 나니 이전에 예민하게 생각한 것이 하찮게 보였고 지금까지 뭐 했나 싶었다. 허무함을 달래기 위해 상대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고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이유를 발견했다. 중년의 나이에 가슴 뛰는 순간을 다시 맛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눈물이 아니었다면 절대 달라지지 않았을 내 마음.


볼에 흐르는 눈물을 맛보았다. 소금 같았다. 눈물은 왜 짠 것일까. 찾아보니 감정에 따라 눈물 맛은 변한다고 했다. 감정을 조절하는 건 마음이지 않은가. 심신이 긴장되어 교감신경이 자극을 받으면 눈물이 분비된다고 했다. 이제는 짠 눈물보다 단 눈물을 흘리고 싶다. 눈물이 흘러 옷깃이 젖는 꿈은 잔잔한 감동을 받을 일을 경험하게 되고 오랫동안 기쁨을 간직하게 된다고. 옷깃을 적신 그 눈물은 분명 달달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억을 더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