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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글사랑 Dec 23. 2023

외유내강

내면이 강한 자는 자기만의 루틴과 원칙이 있다.

천사란 별명을 붙여주었다. 장난기가 있어 재밌고 유쾌한 친구였다. 하루는 옆모습이 예쁘다는 칭찬 끝에 마음은 착한데 외모가 차갑다는 말을 했다. 거울에 비친 나를 보았다. 짙은 눈썹과 강한 눈매, 오뚝한 콧날이 날카로웠다. 그 친구 말이 맞았다. 중학교 어린 나이였기에 강해 보인다는 말은 썩 좋게 들리지 않았다. 그 후 시간이 흐르고 사회 초년생이 되었을 때 강해 보이고 싶었다. 첫 직장, 사람 사이에서 착해빠져 휘둘림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 말수를 줄였다. 중학교 친구가 나에게 조용하고 말수가 적어서 더 차갑게 느껴진다고. 지금도 낯을 가리는 편이다.


나이를 먹어서일까. 성격이 바뀐 것일까. 강해 보인다는 말은 적게 듣는다. 그 친구 덕분이다. 날카로운 이미지를 감추기 위해 웃었다. 웃다 보니 남을 의식하게 되었고 속은 채우지 못하고 겉만 꾸몄다. 나이 마흔에 외유내강 중 ‘외유’는 조금 근접했으나 ‘내강’은 여전히 부족하다. ‘내강’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새벽 다섯 시 ‘외유내강’을 검색하다 나무와 열대과일의 블로그에 들어갔다. 한 문장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나는 내 갈 길을 간다.’


욱하는 날이 많았다. 예전에는 참았는데 부쩍 횟수가 늘었다. 욱하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못한 화는 분노가 되었다. 그 분노는 하루종일 가슴속에 가라앉아 있다 저녁에 가족을 만나면 되살아났다.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바닥난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퇴근했는데 날벼락같은 불덩어리를 맞는 가족의 마음은 어떨까. 가족은 누구보다 나를 잘 안다. ‘입에 쓴 약이 좋은 약이다.’ 가족뿐 아니라 문우가 하는 조언에 귀 기울였다. 남의 이야기를 듣자 날카롭고 뾰족하던 이미지가 닳기 시작했다.


칭찬이 좋았다. 남들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줄 알았다. 외유내강의 단점인가. 미처 준비되지 않은 내면을 보지 못하고 외면으로 나를 평가했다. 독이 되는 칭찬에 만족해하며 빈껍데기처럼 살았다. 마흔에 나를 보니 ‘외유내유’한 인간이었다. 기꺼이 주지만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 아들 사춘기에 책을 읽히고 싶었지만 섣불리 읽겠다고 하지 않아 장치를 마련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책 읽는 독서모임. 초등학교 5학년 또래집단은 그들이 함께 있을 때 힘이 세다고 믿었다. 힘이 세진 후 주변을 살폈다.


날카롭고 외로운 터널을 함께 지났다. 규칙을 만들어 책을 읽고 게임을 했기 때문일까.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되었다.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에 부모도 뒤따라 성장했다. 내면이 강한 자는 자기만의 루틴과 원칙이 있다. 그런 내가 되기 위해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내 리듬을 살핀다. 가능한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기에. 겉으로 보기에 말랑하지만 속은 곧고 굳센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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