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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가족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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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글사랑 Dec 20. 2023

인생 친구

술 한잔 앞에 두고 쓰디쓴 인생을 안주 삼을 수 있는 친구

술 한잔 앞에 두고 쓰디쓴 인생을 안주 삼을 수 있는 친구. 마음 울적할 때 술 한잔 기울이며 이야기 들어줄 수 있는 친구. 그런 친구가 몇이나 있을까.


눈길을 달려 밤 10시에 도착한 친구는 힘들어 보였다. 급히 온다고 맥주를 못 사 왔다는 친구에게 복분자주를 건넸다. 술 안주할 게 없어 찾던 중 호빵을 전자렌즈에 데워 접시에 담아 내놓으니 환하게 웃는다. 그렇게 우리는 마주 앉아 각자 할 일을 하며 술을 즐겼다. 이번 주 일정에 대해 이야기하다 회사 힘든 이야기를 꺼냈다. 회사는 무엇보다 가까워야 하는데 3시간 왕복 출퇴근 거리가 힘들다며 친구는 털어놓았다. 12월 말까지 2주간 근무해 보고 결정하겠다고. 자신의 약한 부분을 잘 드러내지 않는 친구가 말이 많아졌다. 그냥 눈 마주치며 이야기 들어주는 것만으로 편안해 보였다.


나의 밑바닥까지 드러낼 수 있는 친구가 몇이나 될까. 생각해 보니 나의 밑바닥을 드러내는 친구는 가족뿐이다. 밖에서 힘든 일이 있으면 아무 설명 없이 방에 들어가서 잔다. 내 기분에 대해 낱낱이 설명하지 않아도 무슨 일이 있냐고 귀찮게 묻지 않는다. 눈곱 낀 부스스한 모습을 자연스레 보일 수 있는 친구. 민낯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친구가 바로 가족이 아닐까. 편한 옷을 입으면 마음이 편하듯 가족은 내 모든 감정을 보여준 만큼 편하다. 그런 가족을 인생 친구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감추고 싶은 단점이 닮아가는 친구 사이. 비슷한 식습관으로 어느새 건강상태도 닮아간다. 나이가 드니 여유가 생겨 좋은 건 나눠 좋은 습관을 전해주고픈 마음은 인생 친구이기에 그런 게 아닐까. 좋은 글귀를 보면 친구가 생각난다. 간절한 마음까지 전달될 수 없지만 은은한 달빛처럼 진심은 반드시 전해진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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