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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가족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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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글사랑 Jul 06. 2023

우리는 잘 살고 있다

혼자보다 함께이기에 가능한 일

우리는 오늘 새벽 다섯 시, 미사시의 백일백장 합평회를 위해 만났다. 사람에 따라 상대성이 있는 건 탁구의 매력인 줄 알았는데 글이야말로 자기 색깔이 확실했다. 우리는 매일 같은 글감으로 글을 썼다. 며칠 차 글이라고 소개하고 글을 읽지만 내가 쓴 글과 전혀 다른 느낌에 생경하지만 신선하고 즐거웠다.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합평회는 저마다의 매력을 발산하는 시간이었다. 글보다 음성으로 듣는 작품은 더 가슴에 와닿았다. 내가 지나온 시간, 지나야 할 시간 등 새벽부터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한 시간에 열 명의 작품을 낭독하는 건 무리였다. 낭독만 했다면 가능할 수도 있었겠지만 다른 이의 작품에 빠져들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시계를 보며 참느라 블로그에 들어가 댓글을 달기도 했다. 자신이 소중한 만큼 다른 이의 고민과 아픔에 진심 어린 공감과 위로를 했고, 축하할 일에 기쁨을 나눴다. 내가 내린 결론은 다른 이의 이야기로 봄비가 언 땅을 녹이듯 말랑해졌다. 새벽 공기의 신선함 때문일까. 나를 상처 내고 옭아매던 마음이 조금씩 누그러졌다. 나 잘 살고 있구나, 눈물이 핑 돌았다.


어느 순간 새벽 시간이 사라졌다. 아침을 준비하고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새벽기상은 사치였다. 서툰 살림 솜씨는 아침을 분주하게 만들었고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편히 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있는데 난 고지식하게 기존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쳤다. 없으면 없는 대로 내 방식대로 만들어 가면 되는데 말이다. 서서히 아침 식단은 달라졌다. 국이 있는 날은 계란프라이가 빠졌고, 지인 소개로 반찬가게 사장님의 반찬이 오르기도 했다. 바쁜 아침이라 찬반 처리가 애매하여 삼 첩 반상으로 줄였다. 이렇게 점점 간소해지는 밥상에 적응하는 가족 덕분에 마음의 짐은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 덕분일까. 새벽 미사시 합평회에 용기 내어 신청했다. 근로자의 날 새벽은 주말 아침처럼 간단하게 대체할 생각으로. 아버님과 아들은 평상시처럼 등교했다. 똑같은 하루도 누구는 쉬고 누구는 평상시처럼 일상을 보낸다. 새벽기상을 하고 목 컨디션이 좋지 않아 침대에 누웠다. 등교하는 아들도 배웅하지 못하고. 한 시간만 잔다고 누웠는데 세 시간을 잤다. 조금 가벼워진 몸으로 방에서 나오니 남편이 아침을 차리고 있었다.


가끔은 나도 힘들다는 걸 표현해야 한다. 한결같은 사람은 절대 될 수 없다. 건강과 상황으로 달라지는 환경 속에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지 가끔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 어제 아들의 공부 이야기 끝에 우리 가족은 계획표를 세웠다. 아버님의 솔선수범으로 남편과 함께 덩달아 계획표를 세웠다. 학생 때 그리던 방학 계획표라 생소하기도 했지만 큰 동그라미 안을 채우며 내 하루가 정갈해지는 기분이었다. 잡념을 버리고 이대로 한 번 지켜보자. 괜히 내일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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