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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가족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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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글사랑 Dec 26. 2023

장점 사냥

달라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

사냥에 나섰다, 장점 사냥. 장점이 도저히 생각나지 않아 남편에게 물으니 많아서 이야기하기 곤란하단다. 아들 오면 물어보라고. 저녁 준비를 하기 위해 마트에 다녀오니 아들이 와 있었다. 짐을 내려놓고 다짜고짜 아들에게 엄마의 장점이 뭐냐고 물었다. 아들은 씨익 웃으며 오늘 글감이냐고 말했다. 잠시 생각하다 노력하는 것이 나의 장점이란다. 달라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 어떤 노력을 보고 이런 이야기를 하냐고 물으니 미라클모닝 이야기를 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쓰던 그때를 기억했다.


아들의 말은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2022년 이맘쯤 일상이 무료하고 모든 게 귀찮았다. 커져가는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미라클모닝을 시작했고 나에게 족쇄를 채운 것처럼 매일 충실했다. 지금 별뜰 백일 글쓰기도 무너진 나의 습관을 잡아주고 있다. 무섭게 잊히는 기억을 기록하는데 의미를 두었다. 요즘 발자국을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더 이상 틀에 짜 놓은 계획대로 살고 싶지 않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몸을 맡기고 싶다. 글쓰기에 글감이 있어야 방향을 잃지 않고 자유롭게 날 수 있는 것처럼 2024년은 마음껏 날고 싶다.


아들이 장점을 얘기한 후 뒤에 단서를 붙였다. 미라클모닝 때 가족은 힘들었다고. 내가 행복할 때 주변을 둘러볼 수 있어야 한다는 일침을 놓는 말이었다. 내가 새벽의 고요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가족에게 새벽은 휴식 시간이다. 나의 작은 움직임과 타자 소리는 분명 소음이었으리라.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은 남편 덕분에 그때는 불편하거나 미안해하지 않았다. 가족이 힘들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


내년, 달라지기 위해 무엇을 노력해야 할까. 용기를 키워야 한다. 상대를 구속하지 않을 용기, 나를 마주할 용기, 미움받을 용기. 이 모든 용기는 행복해질 용기라고 아들러 심리학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행복해지기 위해 타인의 기대 같은 것은 만족시킬 필요가 없다고. 나의 행복을 위해 상대에게 기대에 부응하라고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나를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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