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27th BITors

깡, 우리집,
마젤토브, 시끄러의 역주행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6기 라진주


깡의 역주행


요즘 '1일 1깡'이 유행이다. 유튜브에서 반짝 하고 끝날 줄 알았는데, Official Remix가 발매되더니 음악차트 1위를 차지했다. 문제의 노래 '깡'은 최신노래도 아니다. 무려 3년 전 나왔다가 무관심 속에서 잊혀졌던 곡이다. 그런데 예전 곡이 갑자기 역주행을 하고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비단 '깡'뿐이 아니다. 2PM의 '우리집', ZE:A의 'Mazeltov', 유키스의 '시끄러!!'도 마찬가지다.


이 곡들이 역주행 하게 된 이유는 다 다르다. '깡'은 한 때 잘나갔던 가수의 몰락을 조롱하는 성격이 강했다. 반면 '우리집'은 남자 아이돌의 트렌드가 섹시에서 미소년 컨셉으로 바뀐 것에서 기인한 아쉬움과 향수 때문이다. 'Mazeltov'와 '시끄러'는 그때는 이상한 줄 모르고 들었던, 이제와서 보니 이상한 음악에 대한 중독성이다. 이런 온도차는 각 음악의 MV영상에 달린 인기댓글 몇 개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유투브 인기댓글 발췌-

깡: 빈틈없이 촌스럽고 끊임없이 어긋났으며 쉴틈없이 안타깝다

우리집: 여기가 여자들 20대넘기면 단체로 들어오게되는 마의구간인가요

Mazeltov: 이 노래 알람으로 해놓으면 창피해서 벌떡 일어남

시끄러!!: MP3 처음샀을때 주인장 아저씨가 처음 넣어주신 노래입니다. 왜그랬어요


이렇게 다 다른 이유로 역주행을 하고 있는 노래들이 가진 공통점은 무엇일까? 무엇이 사람들을 철 지난 노래로 이끄는 것일까.


음악감상을 완성하는 요소는 청각뿐이 아니다.


사람들이 콘서트에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장에서 들으면 음질이 더 좋아서, 라고 대답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콘서트에 가는 이유는 콘서트만의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가수와 더 가깝게 만나고, 퍼포먼스를 눈에 담고, 음악과 응원과 소음이 뒤섞인 새로운 소리를 감상하는 그런 분위기 말이다. 반면 음악감상이 취미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먼저 드는가? 이어폰을 끼고 멜론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하는 그림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콘서트, 연주회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음악감상은 청각만 사용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 동안의 음악 감상 플랫폼이 청각적인 면에 치중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유튜브가 새로운 음악 감상 플랫폼으로 떠오르면서 그동안 간과되었던 다른 요소들이 음악이 흥행하는 데 새롭게 기여하고 있다.

깡.png 유튜브 Sake B 채널의 '깡 레전드 댓글 모음집 2탄' 중

예를 들어보자. '깡' 영상의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은 MV와 무대 위에서 비의 퍼포먼스에 관한 부분이다. '깡'에서 추는 생소한 크럼프 장르의 특이한 춤, 꾸러기 같은 표정 등. 뿐만 아니라 해당 영상의 몇 초가 웃어야 하는 포인트인지를 짚어주는 리뷰 영상과 댓글도 존재한다. 앞서서 언급한 것들은 음악감상에서 청각이 아닌 시각적인 요소들이다.


주접을 잘 떠는 민족


주접.JPG 한국인은 주접을 잘 떠는 민족이다

깡을 비롯한 곡들의 특징 중 하나는 영상에 달린 댓글이 '주접'을 떠는 내용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조롱도 재치있게, 칭찬이라면 더 과하게 표현하는 SNS 유저가 상주하며 노래에 대한 반응을 극대화한다. '깡'이 얼마나 웃긴지, '우리집'이 얼마나 섹시한지를 강조하는 내용의 댓글이 새롭게 유입된 시청자를 설득한다. '너도 이거 보면서 이렇게 느껴지지?' 라고 말이다.


위 노래 중 하나를 친구에게 추천받아 본 사람이라면 '댓글도 꼭 같이 봐야 한다.'는 멘트도 들어보았을 지 모른다. 이런 단적인 사례들만 보아도 댓글이 음악감상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댓글이 감상에서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을 때는, 같은 음악을 듣고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했다. 주로 그런 반응을 구두로 공유하기도 했다. 물론 그때도 주접은 떨었을 지 모른다. 다만 그 주접을 주변 지인들과만 공유하는지, 생면부지의 다른 시청자와 공유하는지가 달라졌다. 그리고 그 부분이 달라짐으로 인해서 예전에 묻혔던 노래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힘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댓글보러.JPG 음악감상에 이제는 댓글감상도 포함되게 되었다.



요즘 인싸의 기준: '밈'화에 대해


정의에 따르면, 밈(Meme)은 대개 모방의 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사람에서 사람 사이에 전파되는 어떤 생각, 스타일, 행동 따위를 말한다. 밈화는 노래를 역주행 하게 만든 아주 중요한 요소다.


'깡'이나 'Mazeltov'같은 노래들은 각종 패러디가 양산되며 원곡의 조회수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 경우다. 원인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특정 노래를 하루에 여러 번 듣는 행동 자체가 밈이 되면서 유행처럼 번진 것이다. '1일 1깡'을 하기 위해 들어온 사람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고,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이들을 다시 비슷한 다른 영상으로 이끈다.

1일 1깡.JPG 1일 n깡

물 들어올 때 노젓는 가수들과 방송국


문화가 변했다고 느껴지는 것은 비단 소비자 뿐만이 아니다. 마냥 긍정적이지 못한 이유로 예전 노래들이 정주행하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이를 이용해 새로운 컨텐츠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말 그대로 물 들어올 때 노를 열심히 젓고 있는 것이다.


2PM은 얼마 전에 주접 댓글 읽기 컨텐츠를 진행했다. 군대 공백기로 컴백 한지도 오래되었고, 다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연차가 오래된 그룹이 다시 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비는 유재석이 진행하는 예능프로에 출연해 자신을 향한 조롱을 전면적으로 수용하고 오히려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새우'깡'의 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 'Mazeltov'는 놀라운 토요일이라는 예능 프로에서 문제로 등장하기도 했다.


마젤토브.JPG 스브스뉴스는 마젤토브 작사가를 인터뷰 하기도 했다.

예전에 성적이 좋지 않았던, 소위 말하는 망했던 노래들이 다시 부상하는 것에서 음악감상이라는 문화가 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앞으로 몇 년 후에는 앞서 언급한 다른 요소들이 음악 자체보다 더 강조된 앨범이 발매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마케팅적 요소로 활용하기 위해 이런 소비자의 심리를 노리고 나오는 곡이 생길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연세대 EESE 라진주

jeje99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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