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6기 박지현
내가 좋아하는 가수와의 카카오톡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적어도 대한민국의 아이돌 팬들은 한 번쯤 상상해봤을 일이다. 이런 팬들의 지갑을 털기 위해, 아이돌의 본좌 SM이 새로운 팬덤 메신저 ‘Dear U. bubble(이하 버블)’을 출시했다. 버블은 '최애(가장 좋아하는 대상)와 나만의 프라이빗 메시지'로, 아티스트당 월 4500원의 구독료를 지불하면 구독한 아티스트에게 메시지가 오는 서비스이다.
버블은 공식 홈페이지나 각종 계정 등에 올라오는 아티스트들의 글과는 독특한 차별점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는 사실이다. 그동안의 공식 SNS의 글과는 다르게,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고, (만난 적도 없으면서) 저번에 나에게 번호를 물어보고 싶었다고 이야기해준다. 나와 더 깊은 사이가 되고 싶다며 수줍어하는 모습은, 마치 카카오 페이지 소설(일명 ‘카스 썰’)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눈치챘을지도 모르지만, 진짜 가수와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설정한 이름을 가수가 보내는 메시지에 적용시켜 보내주는 것뿐, 제대로 된 쌍방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내가 가수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는 있다. 하지만 이에 답장이 오는 것은 다른 문제이며, 아티스트의 메시지는 언제나 일괄 전송이다. 아티스트는 자신이 보낸 메시지의 실시간 반응을 확인하며 이를 철저히 ‘팬서비스’의 형태로 활용한다. 팬들의 메시지 또한 자유롭지 않다. 사전에 설정한 다양한 금칙어들이 존재해, 일반적인 대화조차 방해받기 일쑤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돈 내고 이런 ‘기만 메신저’를 구독하는 것일까?
‘버블’이 흥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팬들이 버블을 구독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일단 소속사에서 제공하는 새로운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팬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조금 생소한 논리일 수 있으나 팬덤, 특히 아이돌 팬덤에게 새로운 콘텐츠를 소비하려는 니즈는 굉장히 크다. 별 내용 없는 자체 리얼리티나 허접한 굿즈, 매우 비싼 콘서트 DVD 등이 성공하는 이유도 다 이에 기반하고 있다. 특히 버블은 팬들의 소통과 소유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꽤 ‘혜자스러운(가격 대비 알찬)’ 콘텐츠다. 팬들이 버블을 구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버블이 기존 서비스들과는 다른 점도 분명히 있다. 그동안 진행되어오던 아이돌-팬의 소통은 일방향적 소통이었다. 아이돌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팬들은 이를 수용하고 감상을 남긴다. 기존의 SNS-트위터, 인스타그램-뿐만 아니라, 최근 떠오르고 있는 아이돌의 라이브 스트리밍 역시 그러하다. 버블과 같이 가수와의 직접 대화의 형태를 취하는 서비스는 쭉 하락세를 걷다가 2018년에 문을 닫은 ‘UFO 타운’ 뿐이었다.
버블에서는 최애가 보낸 메시지를 마치 카카오톡처럼 알림을 받고, 답장하고, 심지어는 최애와의 기념일을 설정할 수 있다. 1:多 소통이 필연적이었던 아이돌 산업에서, 비록 신기루일지라도 1:1 소통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을 버블의 두 번째 성공 요인으로 꼽고 싶다.
SM을 포함한 요즘 소속사들의 공통적 움직임 중 하나는, 계속해서 ‘자체 커뮤니티’를 만드려고 한다는 점일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가 만든 ‘위버스’는 그동안 Daum 공식 팬카페와 트위터, Vlive 등으로 흩어져 있던 팬들을 모으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커뮤니티이다. 처음에는 방탄소년단 만으로 시작했던 위버스는 점차 같은 소속사인 TXT, 여자친구 그리고 플레디스 합병 이후에는 세븐틴까지 그 세력을 확정하고 있다. 프로듀스 48의 데뷔조 아이즈원 역시, 프라이빗 메일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을 도입해 유료 메시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버블 역시 기존의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고 새로운 커뮤니티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한다.
이렇게 자체 커뮤니티를 제작할 시 소속사가 얻는 이점이 무엇이길래 이러는 걸까? 가장 큰 장점은,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수수료 지불이나 팬덤 이동 등의 추가적인 비용이 필요 없다는 점인 것 같다. 실제로 위버스는 자체 리얼리티 판매나 프리미엄 회원 모집을 진행하기도 하고, 공식 굿즈 판매처 위버스 샵까지 오픈했다.
소속사가 자체 사이트를 만들 때마다,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아이돌이 곧 기업의 자원이던 Vlive는 눈 뜨고 콘텐츠를 빼앗겼으며, 기존 팬덤의 반발은 때때로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공식 팬카페를 유지하려는 세븐틴 팬덤의 노력에 세븐틴의 위버스 도입이 주춤한 사례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접속자들을 감당하기에 부족한 서버나 앱 내 기능, 분산되는 화력이라는 다양한 변수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버블’이 목표하는 바가 팬덤 커뮤니티 구축인지, 단순히 팬들에게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SM의 시도는 예로부터 그 파급력이 크다는 사실이다. 팬덤을 사로잡은 1:1 대화 커뮤니티가 앞으로 아이돌과 팬덤 간의 소통을 바꾸어나갈 것인지 지켜보고 싶다.
연세대 경영학과 박지현
zxcvj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