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기 조영상
2014년 1월 1일, 페이스북을 뜨겁게 달군 페이지가 하나 등장했다. 계정의 주인이 사람이나 단체, 기업이 아닌, 진돗개인 페이지이다. 이 페이지는 아직까지 남아있으며, 47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렀으며, 단순한 네트워크의 장이었던 페이스북을 새롭게 활용하는 방식을 제공해 주었다. 이후 많은 유사 페이지들이 생겨났고, 많은 인기를 끌게 된다.
[진돗개 페이스북 계정]
https://www.facebook.com/jindodog.co.kr/
2015년 크리스마스 시즌, 스페인의 국영 복권 'El Gordo'에서 특별한 광고가 나왔다. 마네킹을 제작하는 공장의 야간 경비원 후스티노는 고독하게 홀로 근무를 서는 시간을 달래기 위해 공장의 마네킹들을 활용하여 낮 시간 공장 근로자들과 소통하고, 이러한 후스티노의 소통 방식은 낮 시간 근로자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제공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낮 시간 근로자들이 공동으로 구매한 복권이 당첨되는데, 공동 구매 명단에 그들은 후스티노의 이름을 올려 후스티노와 함께 그 기쁨을 나눈다. 이 때 근로자들이 구매한 복권이 공동 구매가 가능한 El Gordo의 크리스마스 한정 복권이었다.
이러한 광고만으로 끝났다면 후스티노는 그냥 감동적인 한 광고의 주인공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 광고는 2016년 칸 국제광고제에서 2관왕 그랑프리를 수상한다. 그 수상 부문이 필름과 함께 사이버였는데, 그 이유를 보면 후스티노가 왜 단순한 광고 캐릭터에 지나지 않았는지 알 수 있다. 후스티노는 그의 명의로 된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짜 사람처럼 사진을 찍어 업로드했고, 마네킹 공장의 이름으로 된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광고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후스티노의 인스타그램의 방식과 동일하게 업로드한다. 이러한, 기존의 애니메이션 광고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을 통해 광고 영상 월 평균 조회 수 약 1,600만 이상, 후스티노의 인스타그램 계정 약 10만 명 이상이 팔로우, 1인당 복권 구매 금액 및 판매량 증가라는 큰 성과를 거둔다.
[Justino 페이스북 계정]
https://www.facebook.com/Justino-el-vigilante-de-la-loter%C3%ADa-905033229534393/
‘아, 저 아이디어 나도 생각했던 건데!’ 이러한 생각은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어쩌면 혁신이라 불리는 것들 중에 상당수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생각해본 것이 누군가에 의해 조금 더 재미있고 색다르게, 혹은 더 편리하게 다듬어져 나온 것일 것이다. 2년 전 누군가가 진돗개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며 모두가 그랬던 것처럼 웃고 넘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걸 우리 회사 마케팅에 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겼다면, 우리나라에서 후스티노와 같은 사례가 나왔을지 모른다.
[참조]
http://www.koreacf.or.kr/journal/column/show.do?ukey=463176
글 ∙ 19기 조영상 | 검토 ∙ 18기 김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