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6기 김경민
지난 5월, 버거킹이 OK캐시백과 손을 잡고 버거 정기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월 4700원을 결제하면 매주 1개씩 킹치킨 버거의 교환권이 발행되고 가까운 버거킹 매장에 가서 사용할 수 있다. 킹치킨 버거 단품의 가격은 2900원으로, 정기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햄버거를 먹을 수 있는 셈이다.
버거킹에서 버거를 구독한다는 것이 얼핏 들으면 생소하고 낯설게 느껴진다. 한달에 네번씩은 꼭 버거킹에 가서 버거를 사먹는 모습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생각을 해 보면 학교나 회사의 식당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한달치 식권을 한번에 사놓고 쓰는 것과 유사한 것 같기도 하고, 쿠팡에서 생필품을 일정한 주기로 정기 배송하면 가격을 할인해 주는 서비스나 현대자동차의 자동차 구독 서비스인 '현대 셀렉션' 같은 것도 존재하는 것을 보면 버거 구독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이제 구독이 안되는 것을 찾기 힘들 정도로 구독경제라는 소비의 트렌드가 우리의 삶에 너무나도 깊숙히 자리잡았다. 그렇다면 구독경제는 어떻게 이렇게 확산될 수 있었을까? 버거킹은 도대체 왜 할인 등의 다른 프로모션 전략이 아닌 구독서비스를 시작하게 되었을까? 단순히 매출을 높이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창출하기 위해서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글에서는 이런 피상적인 이유에서 한 발 나아가 버거킹이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필연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에 대해서 분석 해 보고자 한다.
뉴노멀의 정의는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경제적 표준'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어떠한 현상이 방아쇠가 되어 세상이 그 현상 이전과 '경제적으로' 완전히 달라짐을 의미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이 뉴노멀이라는 단어가 많이 회자되기 시작했는데, BC와 AC의 뜻이 Before Corona, After Corona로 재정의 될 정도로 코로나 사태 이후 세상은 완전히 변했고, 코로나 이전의 세상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비대면과 온라인의 확산과 같은 변화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넓게 보면 뉴노멀 시대의 부수적인 현상일 뿐, 뉴노멀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면에 깔려있는 '경제적 원인'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래의 세계 GDP 성장률 그래프를 보면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전에는 평균 4~5%대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이 시기에는 어떤 사건에 의해 성장률이 급락 하더라도 다시 빠르게 회복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2008년 이후에는 위기 직후의 반짝 회복 후에는 계속해서 3% 미만의 저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큰 이벤트를 겪은 후 경제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어 다시 이전으로 되돌아 가지 않는 상태가 된 것을 보아, 사실 뉴노멀 시대는 코로나 사태부터가 아니라 12년 전인 2008년 세계금융위기 부터 '장기적인 저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어 왔던 것이다.
그래프를 보면 코로나 사태 이후 성장률이 급락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또다른 뉴노멀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2008년부터 이어져 오던 저성장의 경향성이 가속화 된 것일 뿐이라고 보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후자의 관점에서 코로나 사태로 인한 심각한 경기 침체는 코로나라는 단일 원인을 가진 감기와 같은 일시적인 증상이 아니라 지난 수년간의 변화와 이에 대한 인간들의 대처가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뉴노멀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경제가 더이상 큰 폭으로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 국가들은 단기적인 주가 부양책으로 화폐를 찍어내는 등 부채를 늘려 침체된 경기를 살려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언제 거품이 꺼질지 모른다. 뉴노멀 시대로 접어들면서 세상의 성장은 멈추었다. 이 변화를 인식하고 있어야만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들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뉴노멀 시대에 새롭게 나타난 수많은 현상 중 하나로 첫 문단에서 언급했던 구독경제의 성장을 들 수 있다. 세계 구독경제 시장규모는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5년 4200억 달러 규모에서 2020년 53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구독경제가 이렇게 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원인을 뉴노멀과 관련지어 분석해보자.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청소년 시기에 세계금융위기를 겪은 20~34세 연령층을 '경기 침체를 겪은 세대'라는 뜻의 '리세션 제너레이션'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세계 금융위기로 보유 자산의 가치가 계속해서 떨어지는 것을 목격하였기 때문에 소유하는 것을 경계하고, 시기에 맞게, 필요한 것을 즐겁게 소비하는 것을 선호한다. 현재 주 소비 계층으로 떠오른 이 세대들에게 소유할 필요가 없는 구독경제는 가장 적합한 소비 형태인 것이다.
뉴노멀 시대의 저성장 기조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서 사람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도 구독경제의 성장에 한 몫을 하였다.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상품을 구매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다양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해볼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저성장 시대의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기업 측면에서도 구독경제는 현 상황에 적합한 모델이다. 저성장 체제에서 위축되는 소비로 인해 기업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 졌고, 구독 서비스는 이를 충족하기에 가장 적합한 전략이다. 구독경제의 성장은 장기적인 저성장 기조에서 수요와 공급 측면의 니즈가 딱 맞아 떨어진 결과인 것이다. 구독경제는 앞으로도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는 2023년에는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 중 75%가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버거킹이 실제로 이런 부분까지 고려하여 정기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는지는 알 수 없다. 또한 뉴노멀 시대에 적합한 전략이기 때문에 버거킹의 정기 구독 서비스가 무조건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보장도 절대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 서비스가 그닥 매력적으로 느껴지진 않기도 하다. 하지만 버거킹이 왜 지금 이런 전략을 들고 나왔는가를 뉴노멀이라는 시대의 흐름에 대입하여 생각해 보는 것은 굉장한 의미가 있다. 버거킹이 기존의 프리미엄 버거라는 이미지를 버리고 '사달라 올데이 킹'이라는 저가 가격 정책을 도입한 것, 카드사 제휴 할인이나, 모바일 앱을 이용해 할인 쿠폰을 뿌리는 등 그 어떤 패스프푸드 브랜드 보다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시행한 것, 그리고 현재 정기 구독 서비스를 도입한 것 까지 모두 뉴노멀 시대의 장기적인 저성장이라는 배경을 이해하고 본다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나아가 앞으로 버거킹이 어떤 전략을 펼칠지도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버거킹의 사례 외에도 현재 기업들이 진행하고 있는 수많은 전략들,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 문제들까지도 뉴노멀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읽는 눈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가 뉴노멀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인지하고 있다면 앞으로 펼쳐질 세상의 변화에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뉴노멀 시대에 살고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 김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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