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6기 양정인
개츠비가 소수의 관객들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가 함께 사업을 하자며 명함을 건네준다. 특정 관객을 불러 억만장자가 되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이머시브 연극인 ‘위대한 개츠비’를 보러 가면 겪게 되는 일들이다. 관객들은 배우와의 경계 없이 개츠비 저택의 파티에 초대된 손님으로서 배우들과 함께 대화하거나 춤을 출 수도 있다. 주요 스토리는 중앙 홀에서 이뤄지되, 개츠비, 데이지 등 캐릭터 별로 스토리가 달라지는 구간에서는 관객이 보고 싶은 시점의 캐릭터를 따라가면 된다. 같은 시간에 개츠비의 방에서는 개츠비가 관객들에게 동업을 제의하고, 데이지의 방에서는 데이지에게 어울리는 드레스를 골라주는 동시에 다른 방에서는 술병 돌리기 게임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이머시브 연극은 무대와 객석의 구분 없이 관객들이 자유롭게 공연장을 둘러보며 극에 직접 참여할 수도 있는 작품을 의미한다. 이머시브(Immersive)는 액체에 무엇을 담근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극이라는 뜻이다. 배우가 관객에게 말을 걸거나 최근에는 관객이 연극의 스토리를 바꾸는 방식으로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머시브 연극은 2000년대 초반 관객의 몰입을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미국과 영국에서 차츰 등장했다. 이후 2003년에 영국 극단 ‘펀치 드렁크’의 ‘슬립 노 모어’라는 작품이 유명세를 타며 이머시브 연극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을 합한 무언극으로, 5층짜리 건물 한 채를 공연장으로 활용한다. 창고 공간을 1930년대 스타일의 호텔로 개조하여 공연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25명의 배우들은 100개가 넘는 객실에서 동선에 맞추어 연기를 펼치고, 관객들은 원하는 곳에 가서 공연을 보게 된다.
기존 배우들이 연기하는 것을 수동적으로 바라만 보고 있었던 관객들에게 능동적인 참여자라는 역할이 주어졌을 때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특정 이머시브 연극들은 일종의 장치를 넣는다. ‘슬립 노 모어’와 같은 경우 입장 후 모든 관객들에게 화이트 마스크를 지급하고, 마스크 덕에 관객들은 대담함을 갖추고 배우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주된 스토리가 진행될 때를 제외하고는 배우들에게 어느 때나 대화를 걸 수 있지만, 다른 관객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관객들을 위해 쉬는 시간을 이용하고 있다. 극 중간 쉬는 시간에 배우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면, 관객들이 자유롭게 말을 걸 수 있으며 배우가 먼저 말을 걸기도 하는 것이다.
이머시브 연극은 어쩌면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오려는 극장의 노력일수도 있다. 과거에 관객들이 제한적인 공간과 텍스트의 실현만으로도 만족했던 것과는 다르게 관객들은 점차 변화하고 있다. 보다 능동적으로 콘텐츠에 참여하여 본인의 참여가 반영된 결과를 가시적으로 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머시브 연극 외에 다양한 작품들이 관객 참여를 극대화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넷플릭스에서는 2018년에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볼 수 있는 루트와 결말이 달라지는 인터랙티브 형식의 영화 '블랙미러 밴더스내치'를 내놓았다. 총 30개 이상의 선택지가 시청자에게 주어지며,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10개 가량의 결말을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모험물로 베어 그릴스의 선택을 골라줄 수 있는 '당신과 자연의 대결' 등 다양한 콘텐츠로 인터랙티브 형식을 실현하고 있다.
게임에서도 이미 이용자가 참여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형식이 도입된지 오래이다. 선택형으로 게임을 구성하여 주인공의 선택에 따라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가 형성되고, 그 관계가 결국 스토리의 결말에도 영향을 미치는 '텔테일 게임즈'가 대표적인 예시이다.
즉, 관객들은 더 이상 수동적인 입장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콘텐츠에 참여하여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머시브 연극이 앞으로 발전해야 하는 방향은 무엇일까.
최근 이머시브 연극은 꾸준히 발전하여 야외로 장소를 이동하거나 기술 활용을 통해 관객들에게 더욱 다가가고 있기도 한다. '로드씨어터 대학로'라는 연극에서는 이미 위치기반 스마트폰 앱을 사용하고 '삐끼ing'라는 작품은 SNS를 활용하며 관객 참여의 방향을 넓히고 있다. 극단 '펀치드렁크'는 '빌리브 유어 아이즈'라는 연극을 통해 관객 한 명이 삼성전자 기어 VR을 착용하고 증강현실을 경험하는 동시에 실제 배우와 접촉하며 물리적 체험 또한 가능할 수 있게 했다. 런던에서는 '카베이로이'라는 연극을 통해 6시간 동안 런던의 주요 관광지와 호텔, 주차장 등을 돌아다니며 배우들과 교감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이머시브 연극을 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관객들이 참여할 수 없기에 티켓을 추첨을 통해 432쌍의 관객들에게만 한정적으로 판매하였다.
'관크'라는 말이 있다. 관객의 돌발적인 행동이 작품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머시브 연극의 치명적인 단점은 바로 관객에게 너무 많은 자유가 보장된다는 것이다. 이는 배우의 대처력과 직원의 배치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위대한 개츠비'를 보러 갔을 때 쉬는시간에 여자주인공 데이지에게 톰과 결혼할 것인지 개츠비와 결혼할 것인지 물어보는 등 연극의 결말과 관련된 질문을 하는 관객들도 있었다. 하지만 데이지를 맡은 배우는 개츠비를 사랑하지만 톰과의 정도 있다는 등 능청스럽게 답변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이머시브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이미 관객들의 돌발적인 행위에 대처하는 방식이 숙련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으며, 연극이 진행될 때에는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공연장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이와 같은 방식이 비록 관객들의 돌발적인 행동을 완벽하게 차단하지 못하더라도, 마치 극 중 인물처럼 관객의 몰입을 최대화하는 것이 목적인 이머시브 연극의 목적을 해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또 다른 문제는 수익성의 한계이다. 이머시브 연극의 특성상 한정된 관객만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장애인이 참여하기 어렵다는 것도 한계이다. 이는 두 가지 방안으로 극복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는 극단적인 '아날로그'에 치중하여 관객들에게 다른 곳에서 경험할 수 없는 보다 특별한 경험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는 이머시브 공연이 색다른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방식으로 차별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방식은 위에서 서술한 것과 같이 기술 접목에 힘을 쓰는 것이다. VR과 같은 기술을 접목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 가능하고 장애인 역시도 무리 없이 참여 가능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