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기 조영상
2015년 8월 25일, 뉴욕 타임스와 시카고 트리뷴지에 'AN OPEN LETTER FROM BURGERKING TO MCDONALD'S'라는 제목으로 버거킹의 전면 광고가 실렸다. “Good morning McDonald’s”로 시작하는 이 광고에는 30년 넘도록 단 한 번도 휴전하지 않고 해오던 케첩 튀기는 전쟁을 잠시 멈추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01a4-ClcTs
9월 21일 UN에서 제정한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맥도널드의 대표 메뉴인 빅맥과 버거킹의 대표 메뉴인 와퍼를 합친 맥와퍼를 당일 날 판매하자는 내용이었다. 판매 장소도 맥도널드 본사가 위치한 시카고와 버거킹의 본사가 위치한 마이애미의 정확히 중간 지점인 애틀랜타에 합작 매장을 세우는 것으로 제안했고, 그 매장에는 양측에서 동일 인원의 직원을 보내며, 복장, 포장, 가게 인테리어 모두 양쪽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절반씩 드러나도록 디자인을 제안했다. 관련 수익금도 전액 기부하는 것 또한 버거킹은 제안했다.
많은 사람들이 버거킹의 광고를 보고 맥와퍼를 먹을 생각에 기대에 부풀었지만 아쉽게도 맥도널드 측은 CEO인 스티브가 페이스북에 답변을 게시함으로써 버거킹의 휴전 제안을 거절한다. 이에 버거킹은 맥도널드 매장 뒤편에 위치한 전광판을 통해 평화의 비둘기가 그려진 자사 광고를 하는 등 끊임없이 맥도널드를 건드렸지만 맥도널드는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맥도널드의 제안 거절을 통해 단순히 재미있는 한 사건으로 끝날 뻔한 이 맥와퍼 아이디어는 양사의 공식적인 맥와퍼를 맛볼 수 없게 된 소비자들이 직접 나서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많은 사람들이 빅맥과 와퍼를 구매하여 직접 재료들을 섞어 DIY 맥와퍼를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NfPIzT4RFq4
https://www.youtube.com/watch?v=LgyurwABeKk
이들이 유튜브나 SNS에 직접 만든 맥와퍼 동영상과 사진을 찍어 올리면서 더욱 큰 이슈가 되었고, 다른 햄버거 체인들도 ‘평화 협정’을 내세우며 연합 팝업 스토어를 열며 이슈를 활용하였다.
사실, 맥도널드와 버거킹은 경쟁 관계라고 부르기 힘들다. 독일계 통계 포털 Statista의 2016년 전 세계 패스트푸드 브랜드들의 브랜드 가치 조사를 보면 맥도널드는 886억 달러, 버거킹은 3억 6천 달러의 브랜드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 차이는 약 246배에 달한다. 그러나 이 사건을 통해서 소비자들은 맥도널드와 버거킹이 경쟁 관계에 있다고 인식하게 되었고, 제안의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버거킹은 엄청난 브랜드 노출 효과를 거두었다. 사실상 버거킹의 승리였다.
‘맥와퍼’라는 단순하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 온라인 마케팅이 큰 힘을 발휘하는 오늘날에 신문으로 이 엄청난 마케팅이 시작된 점, 약자가 강자와 비등한 상태로 소비자 인식을 바꾼 점, (속마음은 달랐지만) 경쟁 상대와 ‘평화’를 맺으려고 하는 기발함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에게 신선함과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글 ∙ 19기 조영상 | 검토 ∙ 18기 김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