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8기 이민희
코로나 사태로 인해 공연예술계는 휘청거리고 있다. 불이 꺼진 극장이 하나둘 늘어가고, 유수의 극장들조차 한동안 문을 닫았다. 개막 전 공연들은 미뤄졌고, 상연 중인 공연들은 조기 종연이라는 서러운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거리두기 강화 조치에 따라 멈춰버린 배우들, 스태프들, 그리고 관객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공연은 계속되어야 한다. 언택트 시대, 무대를 지켜내기 위한 뮤지컬 공연계의 시도를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는 이유는 눈앞에서 노래하는 배우들의 열정을 느끼고, 뜨거운 무대의 열기를 통해 감동을 얻는 데 있다. 그렇기에 뮤지컬을 공연장이 아닌 집에서, 모니터라는 경계를 통해 본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조금은 생소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코로나 여파로 극장들이 문을 내리자 온라인 스트리밍은 공연 감상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영국 내셔널시어터, 독일 베를린 필을 비롯해 세계 유수 공연 단체가 공연 실황 영상을 온라인에서 무료로 상영했다. 국내에서도 여러 단체가 온라인으로 과거 공연 영상을 상영하거나 무관중 공연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했다. 예컨대 뮤지컬 <팬레터>, <적벽>, <여신님이 보고계셔>, <더 픽션>과 같은 작품은 ‘K-Musical On Air’라는 테마 아래 네이버TV 공연 생중계를 통해 상영되었다. 이러한 서비스는 관객들이 공연장에 가지 않고도 무료로 좋은 공연을 감상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무료 생중계를 통해 관객들에게 온라인 접근을 시작한 뮤지컬 공연계는 새로운 돌파구로서 ‘유료’ 온라인 상영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뮤지컬 공연제작사인 EMK 뮤지컬컴퍼니는 얼마 전 뮤지컬 <모차르트!>의 실황영상 스트리밍, VOD 관람권, MD 상품 등을 포함한 온라인 관람권 판매를 시작했다. 이는 코로나 사태 속 공연계 위기의 새로운 돌파구로 대두된 ‘유료’ 온라인 상영의 첫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영상의 퀄리티나 관객의 수요, 수익성 등 온라인 공연의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계자들의 기대 또한 안고 있다.
아래와 같이 본인이 원하는 캐스팅 조합을 골라 <모차르트!> 온라인 관람권을 구매하면 라이브 1회 스트리밍, 48시간 VOD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관람코드를 제공받을 수 있다. 네이버 V LIVE에 접속하여 해당 관람코드를 입력하면 어떤 기기로든 온라인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외에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의 뮤지컬 <귀환>도 현재 인터넷 생중계 스트리밍을 위한 온라인 관람권을 유료로 판매하고 있다.
누구나 인정하듯 공연은 현장감이 매우 중요한 예술이기에, 영상을 통해 공연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으리라는 회의적인 의견도 존재한다. 물론 영상이 공연을 완벽히 대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영상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희열도 있다. 다양한 앵글로 바라보는 무대, 배우의 땀방울과 손가락의 움직임까지 보이는 클로즈업, 위에서 내려다보는 앙상블의 군무 등 객석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감동이 존재할 것이라는 말이다. 앉을 수 있는 자리가 한정된 공연장에 비해 훨씬 많은 수의 관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것도 온라인 공연만의 특권이다. 또한 오프라인 공연과 비교했을 때 보다 저렴한 가격에 여러 번 반복해서 관람하는 것이 가능하고,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뮤지컬의 특성상 높은 라이선스비, 제작비와 더불어 그동안 무료 상영이 주를 이루었던 만큼 수요를 예측할 수 없는 유료 온라인 공연은 미지의 영역에 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영상화를 통한 수익보다는 새로운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엿보는 것에 의의를 둔다면, 이러한 시도는 지금껏 공연예술이 걸어온 길과는 다른 또 하나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여러 이유로 공연장 방문을 망설이는 이들로부터 또 다른 수요가 창출되거나,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해외 팬들이 유입될 가능성도 있으며, 영상을 접한 뒤 공연장에서 뮤지컬을 관람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고, 많은 관객을 수용하기 어려운 소극장 뮤지컬이 천 명 단위의 관중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유료 드라마/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기듯, 미래에는 뮤지컬과 같은 공연들도 유료로 결제해서 보는 문화가 새로이 스며들 수도 있는 것이다.
온라인 공연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온라인'이기에 가능한 차별점에 주목하여 앞으로 더욱 발전시킨다면, 공연계에도 제2의 넷플릭스나 왓챠와 같은 플랫폼이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아직은 여러 리스크와 도전사항이 있다는 점을 외면할 수는 없겠으나, 온라인 공연을 통해 관객과 공연제작사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미래를 충분히 그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의 힘든 시기가 지나고, 영상이라는 새로운 길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공연장을 찾는 날이 오길 바란다.
연세대 불어불문 이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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