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핫한 전기차, 그것의 연료인 '전기'
최근 테슬라 붐으로 인해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그런데 그 전기차에 사용되는 전기는 어떻게 발전하고 있을까? 이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이번 IJ에서는 문과생의 한계를 극복하며 에너지 산업의 동향을 조사해보았다.
테슬라를 움직이는 원동력 '전기' (출처: Fox Business)
낡아빠진 전기 유통망 대신 "마이크로그리드"
전 세계적으로 전기는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생산되고 유통되어왔다. 우리나라만 해도 대부분의 전력은 동해안의 원자력발전소나 서해안의 화력발전소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발전된 전기를 전력의 대부분을 소비하는 도심지까지 끌어오려면 수많은 송전탑과 케이블이 필요하다. 아래 첨부된 이미지를 보면,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사용자에게 전달되기 위해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화력발전, 원자력 발전 등 기존의 발전소는 24시간 내내 가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기 사용이 적은 심야에는 전기가 대부분 버려지게 된다.
기존 에너지 보급 방식 & 심야에도 운영되고 있는 발전소 (출처: 한국전기연구원)
이러한 기존 에너지 생산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마이크로그리드’ (Micro-Grid)이다. 마이크로그리드는 기존의 중앙집중식 전력망에 의존해 전력을 공급받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분산전원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자급자족' 전력체계이다. 즉, 프로슈머로서 직접 전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구조인 것이다.
소규모 커뮤니티 내에서 직접 전기를 생산하고 사용하는 마이크로그리드 (출처: The Climate Center)
사용자가 "프로슈머"로서 전기를 생산하도록 해주는 마이크로그리드 (출처: TriplePundit)
특히 인상 깊은 점은 전기요금의 스마트 케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존 방식으로는 밤 동안 생산되는 전기는 아깝게도 버려졌는데, 마이크로그리드를 통해서는 오히려 그 시간대에 전기를 싼 가격으로 충전하여 비축해두고, 전기요금이 비싼 낮 시간대에 사용하여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다.
또한 태양광, 지열, 풍력 등 청정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에너지 발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탄소를 절감할 수 있다.
마이크로그리드의 전기요금 스마트케어 기능 (출처: 한국전기연구원)
재미있는 건 나라별로 마이크로그리드 활용 목적 및 분야가 조금씩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다. 유럽은 환경 개선을 위한 신재생 에너지 시설 구축 과정에서 마이크로그리드를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일본은 지진 등 각종 자연 재해가 발생해 전력 공급이 중단되었을 때를 대비한 소규모 전력 공동체 구축을 위해 마이크로그리드를 도입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리고 미국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대학교 캠퍼스나 군대 등에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하는 경우가 많고, 우리나라와 중국은 송배전 설비를 설치하기 어려운 도서지역에 마이크로그리드를 도입한다.
눈부셔, 마이크로그리드의 미래!
1) 결국엔 마이크로그리드가 해답이다.
사실 마이크로그리드는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이 기술이 주목받은 건 2010년쯤부터지만, 본격적인 상용화는 올해부터 시작되고 있다. 과거엔 상상도 못 하던 일이 현실이 되는 요즘, 친환경성과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마이크로그리드는 앞으로 우리 생활에 보편적인 기술로 자리 잡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자동차, 식품 등 다양한 산업에서 친환경적인 제품을 개발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전기요금을 크게 아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기에 더욱더 매력적인 것 같다.
청정에너지를 적극활용하는 마이크로그리드 구조 (출처: CleanSpark)
2) 시장은 이미 알고 있었다.
우리가 굳이 짐작하지 않아도 시장은 이미 마이크로그리드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기업들이 마이크로그리드를 향해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며 그들의 기업에 마이크로그리드를 도입하길 계획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마이크로그리드 스타트업 ‘CleanSpark’는 올해 그들의 기술을 미국 최대 규모의 소매기업에 도입하는 160만 달러(약 19억 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규정상 그 계약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미국 최대 규모의 소매기업은 ‘월마트’이기 때문에 (구글링 하면 바로 나옴) 그 고객이 바로 월마트임을 짐작할 수 있다. 전 세계의 많은 소매기업이 월마트의 전철을 따라왔음을 고려했을 때, 월마트의 마이크로그리드 도입은 미래 소매업의 전력 소비 방식의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일상에 깊숙이 관여하는 소매업이 마이크로그리드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변한다면, 일상의 전체적인 양상도 같은 방향으로 변하리라 예측한다. 만약 그 계약 당사자가 월마트가 아니더라도 그 기업이 상당히 영향력 있는 소매업인 것은 확실하기에 예상 시나리오는 동일하다.
미국에서 가장 큰 소매업 중 한 기업이 '클린스파크'의 마이크로그리드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출처: Fortune)
미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마이크로그리드는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 리서치 기관 Global Market Insights가 2019년 12월에 발표한 산업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마이크로그리드 시장은 2020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23%를 보이며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3%의 성장률이 얼마나 큰지 가늠이 안와서 같은 기관이 2018년에 조사한 '전기차 시장' 관련 자료도 함께 참고했다. 해당 자료에선 전기차 시장이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약 16%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시장 규모만 놓고 봤을 땐 전기차 시장이 마이크로그리드 시장보다 10배 이상 크지만, 성장률 측면에선 마이크로그리드 시장이 더 폭넓게 성장할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CAGR = 연평균 성장률(출처: Microgrid Market Statistics 2020-2026, Global Market Insights, 2019)
(출처: Battery Electric Vehicles Market Forecast 2025, Global Market Insights, 2018)
3) 정부가 나서서 도와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세계 각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도 마이크로그리드 산업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각 국가에서는 재생에너지 기술을 하나로 효율적으로 통합하여 재생에너지의 상용화를 이루기 위해 정책적으로 노력 중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선 문재인 정부가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 중 "그린 뉴딜"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재생 에너지 산업의 발전을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그리드를 향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커지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의 그린뉴딜 처럼 다른 국가들도 필요성을 인지하여 이를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이크로드 시장의 성장성은 보장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마이크로그리드가 우리에게 주는 경제적˙환경적 혜택 뿐만 아니라 시장의 흐름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마이크로그리드의 화창한 미래를 자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 전기차는 먼 미래의 얘기로만 여겨졌지만 이제는 무엇보다 뜨거운 감자가 되었듯, 마이크로그리드는 곧 우리가 생활하는 건물 혹은 도시에서 활용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니 생소하다고 하여 피하지 말고 에너지 산업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연세대 계량위험관리 송민정
msong318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