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7기 권민서
[표지사진 출처: xtalks.com]
대체육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 19로 인한 고기 부족 현상에 따라 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기도 했다.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인 ‘Beyond meat'와 'Impossible Foods'는 미국 대체육 시장의 선두주자들이다. 이 두 기업을 비롯한 여러 대체육 브랜드들이 커지고 있는 파이를 나누던 중, 'Lightlife'는 두 선두주자의 머리에 총을 겨누었다.
지난 8월 25일 'Lightlife'는 뉴욕타임즈에 Beyond meat와 Impossible Foods를 저격한 광고를 냈다. Lightlife는 자신들이 기존의 육류의 맛을 따라하려 안달난 “food tech” 기업과 다르다고 말한다. “우리는 ‘진짜 음식’을 만들며, 음식은 실험실이 아니라 주방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외친 것이다. Lightlife는 고기의 맛을 따라하기 위해 이름도 어려운 레그헤모글레빈 등을 주입하지 않으며, Beyond meat와 Impossible Foods가 각각 18, 20개의 재료를 사용하는 반면 자신들은 11개의 재료만을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Beyond meat와 Impossible foods는 빠르게 반박했다. 성분의 개수가 적다고 ‘깨끗한 음식’이라고 할 수 없으며, 자신들이 사용하는 성분에는 문제가 없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지금까지 대체육 시장을 키워온 Beyond meat와 Impossible Foods를 적으로 돌렸다는 점에서 Lightlife는 다소 호전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Lightlife의 전략은 기존 브랜드들이 전달하고 있던 가치의 빈틈을 찾아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려 시도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기존 대체육 기업들은 그들의 경쟁사를 육류 기업으로 보고, 환경과 맛의 측면을 강조해왔다. 진짜 고기의 맛과 비슷하면서도, 건강과 환경에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는 약 10년 전부터 이어져왔으며, 대체육 시장 내 경쟁은 그동안 조금씩 격화되고 있었다. 점점 포화되고 경쟁은 격해지는 와중에도 Lightlife는 Beyond meat와 Impossible Foods에 비해 차별화되는 가치가 없는 브랜드였다. Lightlife가 위와 같은 광고기사를 낸 것은 어떻게 보면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다는 절박한 도전이었을 수 있다.
Lightlife는 육류 기업이 아닌 ‘대체육 기업’을 경쟁사로 상정하고, 환경과 맛이라는 value에서 나아가 ‘quality'라는 새로운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며 소비자층을 발굴하려했다. 실제로 Beyond meat와 Impossible Foods의 굳건한 팬층이 Lightlife의 대체육은 맛이 없다거나 성분의 개수는 관심없다고 하더라도, Lightlife가 전달하는 가치에 공감하는 소비자는 분명 존재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고기의 맛을 그대로 따라하지 않는 대체육은 대체육으로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든다. 무엇이 대체육을 ‘육’(肉)으로 만드는가.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Beyond meat와 Lightlife의 대체육의 정의는 다를 수 있다. 기존 육류의 맛을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Beyond meat가 어필할 수 있고, 고기의 맛이 나지 않더라도 (Lightlife가 말하는) 깨끗한 비건 푸드를 원하는 소비자는 Lightlife를 선택할 것이다.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의 가치관과 채식의 이유 등은 매우 다양하다. 비건 푸드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만큼, 소비자가 가진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차별화된 value를 제공하려는 브랜드들의 시도는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다. 이 value는 맛, 성분, 질 처럼 상품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수도 있고,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방식, 사회적 가치와 연관시키는 방식 등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앞으로 어떤 가치가 기본적인 가치로 작용하고 어떤 가치가 차별점이 되어갈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연세대 경영 권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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