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5기 유승연
앱 내에서 구찌 운동화를 디자인하고 AR 기술을 통해 신어볼 수 있는 '구찌 스니커 개러지' 서비스가 이번 달에 출시될 예정이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디자인된 운동화는 실제로 구매할 수 없으며 게임 내 캐릭터에게 입히거나 가상으로 착용해보는 것만 가능하다. 디자인한 제품을 실제로 만져보고 입어볼 수도 없는데 도대체 왜 이런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일까?
이는 디지털에 익숙한 Z세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가상 공간에서 브랜드에 대한 몰입을 높이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디지털 패션이 가상 공간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패션 브랜드들이 인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디지털 패션의 개념은 네덜란드의 The Fabricant라는 패션 브랜드에 의해 처음 도입되었다. The Fabricant는 2D 패턴 디자인 소프트웨어, 3D 디자인 소프트웨어, 그리고 애니메이션 기술을 활용해 실제보다 더 진짜같은 옷을 만들어낸다. 패션이 물리적인 영역을 벗어날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패션 업계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이다.
디지털 의류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아직까지 수요가 많지는 않지만 아주 부정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해당 브랜드와 아티스트 Johanna Jaskowska가 콜라보하여 디자인한 디지털 드레스 Iridescence의 경우 한화로 약 1100만원에 낙찰되었으며, 또 다른 패션 브랜드 Carlings에서 출시한 디지털 의류 컬렉션은 일주일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디지털 옷은 도대체 어떻게 "입는" 것일까? 결제 후 구매자가 기간 내로 자신의 사진을 올리면 해당 사진에 디지털 옷을 합성해주는 형식으로 제공된다. 아직까지는 자연스러운 합성을 위해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야 하니 사실상 디지털 의류가 "입혀진" 사진을 SNS에 한번 게시하는 정도라고 볼 수 있겠다.
우선, 디지털 패션이 물리적인 패션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리적인 옷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실제 제품이 주는 만족감을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패션이 상용화되는 것이 먼 미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아직까지는 디지털 의류를 필터 등을 통해 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바로 합성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AR 기술로 가상 피팅이 가능한 것으로 보아 디지털 의류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디지털 옷을 관리하고 바로 “입을” 수 있게 해주는 가상 옷장 서비스의 등장이 먼 미래는 아닌 것 같다. 또한 디지털 의류의 희소성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물리적인 의류처럼 개수를 제한해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복제 방지 기술이 도입이 필수적일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현존하는 블록체인 기술의 적용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디지털 패션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그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온라인 페르소나를 가진 게이머나 SNS 인플루언서들을 주로 타겟하고 있지만 일반 대중에게도 다음 3가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1) 편의성
디지털 의류는 스타일, 가격 또는 체형 때문에 입어보지 못한 옷을 손쉽게 가상으로 착용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지만 잘 활용할 수 없을 것 같아 구매하지 않았던, 또는 입어보고 싶지만 사이즈가 없어서 포기했던 제품들을 마음껏 입어볼 수 있게 된다. 이는 디지털 의류가 일반적으로 더 저렴하고 다양한 핏을 구현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2) 차별성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진다. 일반적이지 않거나 실존하지 않는 소재를 활용하거나 물리적 법칙을 무시하는 시도가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나뭇잎이나 불을 소재로 활용한 옷이나 바람이 불지 않아도 천이 위쪽으로 흩날리는 옷을 만들어낼 수 있다. 패션에서 개성이 중요한 부분인만큼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옷들이 갖는 차별성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3) 지속가능성
마지막으로, 패션 산업의 지속가능성 목표와도 잘 들어맞는다. 패션 산업은 석유 산업 다음으로 환경 오염이 심한 산업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지속가능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디지털 의류의 경우 옷을 실제로 제작하지 않으니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자주 입는 데일리 아이템이 아닌 가끔 입는 포인트 아이템을 디지털 형태로 소유하고 있다면 필요 이상으로 옷을 많이 구매하게 되지 않을 수 있어 환경 오염 절감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66%가 지속가능 브랜드를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만큼 디지털 패션의 지속가능성 측면도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연세대 경영 유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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