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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 배터리를 탄다는 상상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7기 김재민

    불과 2주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Andy Kim이 비핸스에 'Publictube'라는 이름의 전기 버스 컨셉 디자인을 업로드했다. 단순히 외양이 매력적인 전기 버스는 아니다. 이 버스의 포인트는 굳이 충전소에 가지 않아도 버스끼리 연결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버스가 주행하다가 배터리가 부족한 상황이 왔을 때 충전소가 아닌 버스를 찾기만 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전기 에너지를 동력으로 하는 모빌리티는 배터리 지속 시간을 큰 불안 요소로 가지고 있는데, 이 점을 조금은 해소할 디자인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Publictube의 충전 방식. 출처: Andy Kim

버스 자체가 보조 배터리가 된다는 것


    그럼 'Publictube'라는 전기 버스가 대체 어떻게 서로 충전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일단 버스 앞과 뒤에 전지를 연결할 수 있는 외부 단자가 있다고 한다. 위 사진처럼 버스의 앞뒤를 맞닿게 하면 외부 단자를 통해 전지가 직렬로 연결돼 배터리를 공유하거나 충전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버스 앞뒤도 부등호 ' < ' 형태로 디자인해 잘 맞물리도록 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상황을 가정해보자. 배터리가 애매한 상태로 남아있는 버스 한 대가 정류장에 들어왔다. 아직 충전기가 있는 차고지까지는 거리가 조금 남았기에, 버스 기사는 불안한 상태다. 그때, 뒤에서 다른 버스 한 대가 스윽 들어온다. 아직 배터리 여유가 있는 뒤 버스는 앞의 버스에 붙어 배터리를 충전시켜준다. 앞 버스 기사의 얼굴엔 안도감의 미소가 돈다.


    여기까지 글을 읽고서 '대체 이게 무슨 소리냐', '기술적으로 가능한 디자인인가?' 같은 생각이 들었다면, 정확하게 짚은 것이다. 이 전기 버스는 아직 '디자인' 상태다. 즉,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필자는 배터리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요즘의 추세라면 머지 않은 미래에 현실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 디자인의 장단점이나 함의를 이야기해보는 것도 충분히 의미있을 거라 봤다.

Publictube의 기본 아이디어. 출처: Andy Kim

Publictube가 현실이 된다면?


    일단, Publictube가 불러올 긍정적인 측면부터 살펴보자. 

1) 너무 당연하게도, 배터리 지속 시간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위에서 기술한 것처럼 배터리가 부족한 최악의 순간을 모면할 수 있다는 것이 Publictube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이다. 

2) Publictube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면, 해당 노선을 운행하는데 있어 최소 에너지로 최대 효율의 동선을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배터리를 가득 채우고 출발한 뒤에 어느 지점에서 어떤 버스와 배터리를 나누면 다음 충전 가능 지점까지 운행할 수 있을지 미리 파악해두는 것이다. 위의 장점이 비상 상황을 해결하는 측면이라면, 이는 애초에 그런 비상 상황을 만들지 않고서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3) Publictube는 직렬로 충전되기 때문에, 차고지에서 단일 전원으로 복수의 버스를 충전할 수 있다. 한 대의 버스를 충전기에 연결시킨 뒤 그 버스에 줄줄이 다른 버스를 연결하면 된다. 즉, 버스 대수만큼 충전기를 비치할 필요가 없다. 이는 설비 원가 측면에서 도움이 되면서, 공간 활용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Publictube는 분명 한계점 또한 가지고 있다.

1) 충전이 얼마나 빠를까? 버스가 멈춰있는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유의미한 충전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충전을 위해서 다른 차량을 막은 채 주구장창 서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이는 기술적인 측면이라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다.

2) 어디까지나 응급처치다. 최악의 상황에 조금의 배터리가 필요한 거라면, 굳이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디자인을 개발할 필요가 있을까. 스페어 배터리를 가지고 다닌다거나, 회생 제동 시스템을 극대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Publictube 외관. 출처: Andy Kim

Publictube 디자인이 지닌 의미


    테슬라를 필두로 자동차 업계엔 전기차 열풍이 불고 있다. 또한,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나도 테슬라 한번 사볼까?'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본인의 집 근처에 충전소가 없다면, 구매를 망설이거나 포기할 것이다. 수도권이면 조금 덜하겠지만,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겐 충분히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물론 충전소를 계속 만들면 해결되는 문제다. 하지만 아직은 내연기관 차량의 비중이 크고, 전기 충전소만 마구 세우기엔 공간적으로나 비용적으로나 부담이다. 한동안 전기차와 내연기관 차량의 공존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충전소를 움직인다'는 새로운 개념은 충분히 논의할만한 가치가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충전소를 더 세우지 않아도 되고, 운전자 입장에서는 충전소가 아닌 차만 찾아도 충전이 가능해진다. 배터리가 필요한 마지막 찰나의 상황에서 '움직이는 보조배터리'는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더불어 꼭 버스일 필요는 없지 않는가? Andy Kim이 제시한 디자인은 버스지만, 차/스쿠터/자전거/킥보드 등에도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확장은 현재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공유 모빌리티 사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새벽에 굳이 모든 모빌리티를 트럭으로 실어다가 충전하고 다시 가져다둘 필요가 사라질 수도 있다. 이렇게 충전에 드는 비용을 절약해 모빌리티 주차장이나 정비 등에 투자한다면, 공유 모빌리티 시장이 한층 더 안정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도 있다고 봤다. '움직이는 충전소'를 하나의 서비스로 런칭할 수도 있고, 운전자들끼리 충전권을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Design driven Business Innovation'. 지금은 기술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디자인일 뿐이지만,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기회를 줬다는 데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저 디자인만을 가지고 비즈니스적인 미래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디자인에 가득히 담긴 여러 욕심들은 조금씩 줄어들 것이고, 동시에 기술 역시 발전할 것이다. 그렇게 기술과 디자인이 합리적인 선에서 만나는 순간, Publictube는 우리의 눈 앞에 나타날 것이다. 실험하고 연구하는 데에는 돈이 들지만 상상하는 것은 공짜다. 당당하게 나만의 Publictube를 만들어보자.



연세대 영어영문 김재민

kimjaemin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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