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28th BITor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더 리얼리얼: 지갑과 지구를 구하는 법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8기 여석원


패션 산업이 직면한 문제


[사진출처: The Guardian]

    패션 산업에서의 유행이 점점 빨라지면서 사람들은 옷을 더 많이 사고 더 빨리 버리게 되었다. 이러한 소비 행태로 인해 옷의 생산, 운반, 폐기 처리의 과정에서 야기되는 환경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BBC에 따르면,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와 산업 폐수 배출량의 20%가 패션 산업에서 나온다. 따라서 최근 패션 업계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키워드가 급부상한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이미 세계 최대의 패션 기업들인 LVMH, 나이키, 아디다스, H&M 등에서는 지속 가능한 패션을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언급한 기업들이 보다 생산자의 입장에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더 리얼리얼’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제시한다.

    ‘더 리얼리얼’은 2011년 뉴욕에서 시작된 스타트업으로 중고 명품을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중고 명품 거래를 통해 ‘더 리얼리얼’은 의류의 생산, 운송, 폐기의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폐수의 양을 줄이면서 안정적인 수익 모델까지 제시하였다. 창업 당시 한화 약 1억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더 리얼리얼’은 2019년 상장 당시 시가 총액 3조원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더 리얼리얼’은 어떻게 해서 이렇게 단기간 내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이 글에서는 피터 디아만디스가 제시한 혁신의 6D 관점에서 ‘더 리얼리얼’의 성공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사진 출처: The RealReal]

'더 리얼리얼'과 기하급수의 '6D'


    피터 디아만디스는 자신의 저서인 <볼드>에서 혁신의 진행 과정을 여섯 단계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기하급수의 6D’라고도 불리는 이 과정은 디지털화, 잠복기, 파괴적 혁신, 무료화, 소멸화, 대중화의 순서로 진행된다. 

[사진 출처: 사례뉴스]


1. 디지털화

    디지털화는 물리적 형태였던 제품 또는 프로세스가 디지털 형태로 바뀌는 것이다. ‘더 리얼리얼’의 등장 이전에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중고 명품 거래는 있었다. 하지만 이베이 등에서 이루어지던 개인간의 중고 명품 거래는 해당 제품이 진품인지 가품인지에 대한 판단이 매우 어려웠다. 따라서 구매자들은 인터넷에서 위험 부담을 안고 물건을 구매하거나, 따로 시간을 내서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신뢰도가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중고 명품을 구입해야만 했다. ‘더 리얼리얼’은 회사가 중간에서 물건을 검수하고 판매를 대행함으로써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중고 명품 구입의 전 과정을 디지털화하였다.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그저 택배로 물건을 보내주기만 하면 검수와 판매의 과정을 ‘더 리얼리얼’이 대신 진행해주었고,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전문가들이 직접 검수한 믿을 수 있는 중고 명품을 인터넷을 통해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2. 잠복기

    잠복기는 해당 서비스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그 과정을 눈치채고 있지 못한 단계이다. ‘더 리얼리얼’이 잠복기에 놓여 있었을 때의 가장 큰 고민은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의 물건이 진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일이었다. 그래서 초기에는 판매 대행 수수료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설정하였고 물건 자체의 판매 가격도 경쟁자 대비 저렴하게 책정하였다. 이를 통해 점점 더 많은 판매자들과 구매자들이 사이트로 유입되었고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3. 파괴적 혁신

    파괴적 혁신의 단계는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기존 시장을 파괴하는 단계이다. ‘더 리얼리얼’의 등장으로 온라인을 통해 믿을 수 있는 중고 명품을 거래하는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졌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패션 업계의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에서, ‘더 리얼리얼’의 성공을 지켜본 많은 기업들이 해당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결과적으로 ‘워치 파인더’, ‘스테디엄 굿즈’ 등 다수의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들이 생겨났다. 이런 플랫폼의 활성화로 기존 오프라인 중고 명품 매장들과 이베이, 디팝 등의 개인간 중고 거래 사이트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4. 무료화

    무료화는 기존 서비스에 지불하던 돈이 사라지는 단계를 가리킨다. ‘더 리얼리얼’은 현재 이 단계에 도달해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더 이상 개인 간 중고 명품 거래가 고질적으로 안고 있던 가품에 대한 위험 부담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또 오프라인 중고 명품 매장 대비 저렴한 가격에 시간도 아끼면서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해졌다.


5. 소멸화

    소멸화는 기존 서비스 자체가 사라지는 단계이다. 앞으로 ‘더 리얼리얼’과 같은 온라인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들이 더욱 활성화된다면 당연하게도 기존 오프라인 중고 명품 매장들은 문을 닫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베이와 같은 개인간 중고 거래 사이트들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6. 대중화

    대중화는 기존 서비스를 밀어낸 새로운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드는 비용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이다. 현재 ‘더 리얼리얼’이 판매를 대행해줌으로써 중간에서 챙기는 수수료는 물건 가격의 15% 정도이다. 그렇기에 5% 정도의 거래 수수료만 지불하면 되는 이베이나 디팝과 같은 개인간 거래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적지 않다. 하지만 ‘더 리얼리얼’의 서비스에 더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어 거래량이 증가하고, 기술의 발전으로 중고 제품 검수의 전 과정을 AI를 통해서 진행할 수 있게 된다면 판매 대행 수수료를 대폭 낮추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때가 되면 모두가 '더 리얼리얼'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사진 출처: The Wall Street Jounral]


연세대 경영 여석원

메일 ysw1106@yonsei.ac.kr

매거진의 이전글 밀리, eBook 혁신의 문을 열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