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7기 김재민
표지 사진 출처: 중앙일보
스타트업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알'이다. 분명 알을 잘 부화시키면 황금 알을 얻을 수 있지만, 그 단계까지 가는 게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이렇게 비유한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1) 깨지기 쉽다. 아무리 애지중지 다뤄도 불안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알에서 부화돼 나온 황금 알을 낳는 거위를 만나기 전까진 아무 것도 장담할 수 없다. 심지어 알 속에 든 것이 황금 알을 낳는지 여부도 모른다.
2)주변 환경에 민감하다. 알을 아무리 잘 관리해도 주변 습도가 너무 높거나, 온도가 심하게 낮거나 하면 알은 곧바로 상하고 말 것이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법적인 규제, 사회적인 인식, 경쟁하는 시장 환경 등에 따라서 너무나도 유망했던 상품/서비스도 무위가 된다.
3)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다. 이런 어려움들을 잘 극복한 후, 이젠 날아오를 시간이다. 비단 수익적인 측면의 성과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구조 변화를 이끌기도 한다.
날이 갈수록 각자의 알을 부화시키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떠오르는 기업들의 목록을 쭉 보고 있자면, 거의 대부분이 '스타트업'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들은 지금 우리가 너무 잘 아는 대기업들, 삼성/현대/SK/LG 등의 처음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성장한다. 그렇다면 '잘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은 어떤 흐름으로 나아갈까? 100% 다 적용되는 공식은 아니지만 피터 디아만디스와 스티븐 코틀러의 저서 <BOLD>에서 그 답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BOLD>에서는 기하급수적 성장의 순서를 '6D'로 설명하고 있다. 6D란, Digitalization(디지털화)/Deception(잠복기)/Disruption(파괴적 혁신)/Demonetization(무료화)/Dematerialization(소멸화)/Democratization(대중화)이다. 이러한 흐름에 부합하며 성장하는 기업들은 수익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것에 더해 사회적인 트렌드까지 바꾼다.
이런 6D의 과정을 대한민국 최대의 카셰어링 기업 '쏘카'에 적용해보려고 한다.
쏘카는 2012년 제주도에서 약 100여 대의 차량을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한 카셰어링 기업이다. 전국적인 차량 구매 감소와 '구독경제'라는 트렌드의 흐름에 잘 올라타 현재 전국 110여개 지역에서 1만 2천여대 갸량의 자동차가 쏘카라는 이름 하에서 공유되고 있다. 물론 이외에도 쏘카가 성공한 기업이라는 객관적인 지표들이 많이 있지만, 이는 6D 관점에서 쏘카를 분석하면서 더 알아보기로 하자.
1) Digitalization(디지털화)
기존에 차를 공유한다고 하면 주로 '렌터카'를 떠올렸다. 여행지에 자차를 끌고 가기는 애매한데, 여행지에서는 차를 끌고 편하게 이동하고 싶을 때 주로 이용했다. 온라인에서 예약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차를 인도할 때는 직원의 설명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쏘카는 이 모든 과정들을 어플 하나에 담았다. 지도에서 내 주변 쏘카존을 찾고, 이용 가능한 차량을 선택한 뒤 몇 가지 세부 사항들만 체크하고 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결제로 어플 상에서 바로 가능하다. 보험 혜택도 적용할 수 있고, 렌터카를 이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출발 전에 차 곳곳을 찍어두는 단계도 존재한다. 정리하자면, 전국 각지에 있는 쏘카의 차를 원하는 사람이 원하는 시간대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어플 하나로 구현한 것이다.
2) Deception(잠복기)
쏘카가 서비스를 시작하고 한동안 사람들은 쏘카와 미묘한 신경전을 했다고 생각한다. 과연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인지, 안전이나 위생은 괜찮은지, 내가 쏘카를 이용할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고려했을 것이다. 서비스 시작 초기의 몇 지표들을 살펴보면, 사람들은 단발적으로/짧은 시간만(평균 4.9시간)/자차가 없는 비율이 높은 20대 위주로(전체 사용자의 74.4%) 쏘카를 이용했다.(2016년 기준) 하지만 쏘카는 다양한 쿠폰을 지급하고, 쏘카패스/쏘카플랜 등 장기간 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전국에 쏘카존을 늘리고, 다양한 차종을 추가했다. (수입 차종이나 전기차 등. 하지만 최근에는 현대/기아차만을 남기고 다른 차종들은 사라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경쟁사인 그린카나 딜카의 차종 목록과 지속적으로 비교당하는 중이고, 쿠폰도 타 경쟁사에서 더 많이 배부한다는 의견도 있다.)
3) Disruption(파괴적 혁신)
여러 비판도 많았고, 경쟁사들과의 경쟁도 치열했지만 쏘카는 꾸준하게 성장했다. 최근 500억 가량의 투자 유치를 받으면서 '유니콘 기업'의 반열에 들기 직전이다. 이런 쏘카의 성과를 몇가지 지표들로 알아보려고 한다. 우선 신차 등록 대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는 낮은 연령대에서 더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흐름이다. 이것이 꼭 '사람들이 쏘카를 이용하느라 신차 구매 이유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특히 젊은 층의 신차 등록 대수가 준다는 점에서, 어떠한 이유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자차 구매를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추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엔 (2-30대 젊은 이용자 비율이 높은) 쏘카도 분명히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또한 쏘카 자체만 보더라도 회원이 600만명을 넘었는데, 이는 전국의 운전면허 소유자 5명 중 1명이 쏘카를 이용하는 정도이다. '잠복기'부분에서 언급했던 것의 연장선상에서, 이는 사람들이 '쏘카 사용하는 법'을 비로소 터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사회 초년생이 직장을 잡기 전 경제력이 없는 상황에서 사용하는 서비스라는 이미지를 넘어섰다. 많은 사람들은 쏘카를 장거리 출장/여행/운전 연수/드라이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꼭 차를 구매하지 않아도 차종/장소/시간/목적 등을 내 입맛에 맞춰 차를 사용하는 방법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4)Demonetization(무료화)
쏘카를 통해서 무엇이 '무료'가 될까? 쏘카를 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을 당장 줄일 수는 없을 것이다. 대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쏘카는 사람들이 자차를 사는데 지불하는 비용을 무료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혹은 자차 구매의 시기를 미루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 분명 자차를 구매하는 것의 이점은 존재한다. 필자도 언젠가는 '내 차 마련'하는 날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쏘카의 서비스가 더욱 고도화되면서 자차보다 이용하기 편해진다면, 이런 마음도 바뀌지 않을까. (일단 지금보다 차종이 더 다양해지고, 쏘카존에만 반납한다면 원래 빌린 장소에 가져다두지 않아도 된다면 좋겠다.)
5)Dematerialization(소멸화)
쏘카가 점점 성장할수록, 많은 렌터카 업체들은 사라질 것이다. 물론 아직은 쏘카를 이용하는 비용이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비싸다.(이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하지만 만약 어느 순간 렌터카의 가격적인 이점이 사라진다면, 사람들이 저렴하면서도 훨씬 편리한 쏘카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자차를 구매하는 비율이 낮아지면 전체 자동차 수 자체가 떨어질 날도 올 것이고, 그럼 자동차와 관련된 많은 관련 서비스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자동차 보험, 수리, 커스터마이징 등)
6)Demoncratization(대중화)
진짜 먼 미래에, 쏘카와 같은 카셰어링 업체들이 늘어나 전국을 빈틈없이 메꾼다면, 자차 0인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자율주행차의 성장이 이를 뒷받침할 것이다. 쏘카라는 서비스는 결국 렌터카와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운전 실력에 자신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고도화되고 쏘카가 자율주행차를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면, 운전이 미숙하거나 혹은 아예 못하더라도 쏘카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간 그냥 어플에서 주변에 있는 차를 찾아 집어 타고, 목적지를 입력하면 피곤한 나 대신에 자동차가 운전을 해주고, 나는 그저 편안한 잠에 빠져들면 되는 순간이 오길 기대해본다.
이렇게 쏘카를 6D 관점에서 분석해봤다. 쏘카의 '성장'에만 초점을 맞춰서 그런지 쏘카가 보여준 긍정적이고, 눈부신 성장 위주의 글이 된 것 같다. 하지만 분명 개선해야될 부분들도 굉장히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일단 경쟁사와의 가격적, 서비스적인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잃어가고 있다. 또한 차종을 도입하는 부분이 있어서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평가도 많다. 날이 갈수록 사람들은 구독 경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카셰어링 시장도 꾸준히 성장할 것이다. 너무 당연하게도 시장 안에서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다. 지금까지 튼튼하게 기반을 쌓아온 쏘카가 또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종종 쏘카를 이용하는 사람으로서 기대해본다.
연세대 영어영문 김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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