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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어떻게 카카오 공화국이 되었나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8기 이민희


대담한 꿈을 꾸는 자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우리가 머리로 그려내는 상상보다도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미래 산업을 선정하는 열쇠를 쥔 미래 예측가’라 불리는, 실리콘밸리가 주목하는 혁신기업가 피터 디아만디스는 저서 <BOLD>에서 대담한 선택을 하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15개가 넘는 우주·첨단 기술 기업을 설립한 바 있는 그는 이 책에서 자원과 기술의 풍요가 이끌어낼 기회에 대해 설명하며 어떻게 하면 우리가 그것들을 세상에 없던 성공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기하급수적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의 새로운 도전을 위해 6가지 D를 소개한다. 그가 정의한 ‘6D’란 기술 진보의 과정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반응을 의미하며, 거대한 격변과 기회로 이어지는 급격한 발달 과정을 로드맵처럼 보여준다. 디지털화(Digitalization), 잠복기(Deception), 파괴적 혁신(Disruption), 무료화(Demonetization), 소멸화(Dematerialization), 대중화(Democratization)가 바로 그것이다.


피터 디아만디스와 그의 저서 BOLD [출처: diamandis.com]



안녕, 집 가서 카톡해!


   한국에는 얼마나 많은 대담한 기업들이 있을까. 기하급수적 세상에서 미래를 보는 눈을 장착하고 이른바 BOLD한 도전을 이어나가는 기업으로 ‘카카오’를 골라봤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구멍가게 수준의 기업이었던 아이위랩 시절의 카카오는 그동안 굉장한 속도로 성장했다. 대한민국을 삼켜버린 카카오. 우리는 이제 카카오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렵다. 우리의 작별 인사도 이제는 ‘문자해’에서 ‘카톡해’로 바뀌었으니 말이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는 현 상태에 안주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는 일이 없다. 다수의 자회사를 세우며 끊임없이 몸집을 키워나간 결과 한국은 그야말로 카카오 공화국이 되었다.


카카오 프렌즈 [출처: kakaofriends.com]



카카오, 6D 관점으로 바라보기


   그렇다면 카카오는 얼마나 대담한 기업일까? 피터 디아만디스의 6D 관점으로 카카오를 바라보자. 


   1) 디지털화 Digitalization 물리적 형태였던 제품 또는 프로세스가 디지털 형태로 바뀌면 기하급수적인 성장 잠재력을 갖게 된다. 이에 6D의 첫 번째 과정은 디지털화다. 카카오의 모든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물리적 과정이었던 대화를 카카오톡으로 옮겨왔고, 쇼핑을 카카오커머스로 대신할 수 있으며, 택시도 카카오T를 이용해 손쉽게 잡을 수 있고, 은행에 가지 않고도 카카오뱅크로 은행 업무를 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카카오는 사람들이 모바일 환경에서 매우 다양한 종류의 디지털 프로세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하여 기하급수 곡선에 올라타게 되었다.

     

   2) 잠복기 Deception 디지털화 다음에 오는 것은 잠복기이다. 잠복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하급수적 성장을 눈치채지 못하지만, 대격변의 시기가 코앞까지 와있는 상태이다. 카카오에게도 잠복기가 존재했다. 설립 당시 2009년에는 연 매출 300만원, 카카오톡이 시작된 2010년에는 연 매출 3,000만원에 불과한 기업이었지만, 설립 후 10년 뒤인 2019년에는 연 매출 3조원을 기록하며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10년 만에 100만 배 성장하며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입증한 카카오. 앞으로의 10년 동안에는 또 얼마나 많이 성장할지 가늠할 수 있겠는가.     


   3) 파괴적 혁신 Disruption 파괴적 혁신 기술이란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기존 시장을 파괴하는 모든 혁신을 말한다. 사실 초기의 카카오는 대규모의 카카오톡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수익 모델이 없어 적자를 이어 갔다. 기존의 문자 메시지나 해외의 유료 메신저와 달리 카카오톡은 ‘무료 메신저’라는 공략을 내세웠기에 카카오톡 자체로는 돈을 벌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도전이자 혁신이었던 무료화 공략은 카카오톡의 중요한 성공 요인이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 확대에 있어서 초기부터 전국민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카카오톡은 카카오가 막강한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주축이 되었다. 초기 선점에 기반한 국내 최대 수준의 사용자 수를 주춧돌 삼아, 카카오는 이제 카카오톡 뿐만 아니라 카카오TV, 카카오프렌즈, 카카오페이, 카카오맵,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톡 쇼핑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장악하고 있다.

   

   앞선 디지털화와 잠복기, 파괴적 혁신에 이어지는 연쇄 반응은 그 영향이 계속 누적되면서 진행되기에 후반부 3D는 훨씬 더 강력한 영향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이야기 할 후반부 3D에 대해서는 카카오의 여러 서비스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4) 무료화 Demonetization 무료화는 곧 등식에서 돈이 사라져버린다는 뜻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나눠줌으로써 결과적으로 그 기업은 막대한 영향력을 얻게 된다. 카카오톡은 인터넷이 되는 환경이라면 언제든지, 얼마나 긴 길이의 메시지든, 어떤 종류의 파일이든 무료로 메신저를 주고받을 수 있게 했다. 이전에 우리가 사용하던 우편, 팩스, 이메일, 문자 메시지, 전화 등의 상당한 서비스들이 카카오로 인해 무료화가 된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톡이 처음으로 보이스톡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국내 이동통신사에서 거센 반항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앞서 ‘파괴적 혁신’ 단계에서도 다루었듯이 카카오는 그들만의 무료화 정책을 통해 대규모의 이용자를 확보하여 대한민국의 IT 시장을 장악하게 되었다.     


   5) 소멸화 Dematerialization 무료화가 제품과 서비스에 지불하던 ‘돈’이 사라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반면, 소멸화는 제품과 서비스 그 자체가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카카오톡의 무료 메신저 기능으로 인해 요즘 세대에게는 문자 메시지나 유료 메신저 등의 사용이 매우 드물어졌다. 과거 기술 발전 속에서 인터넷과 이메일의 등장으로 우편의 사용이 크게 축소된 점, 휴대전화와 문자 메시지의 등장으로 이메일의 사용이 또 다시 축소된 점 등의 흐름을 고려해본다면, 카카오톡의 등장이 기존 서비스들의 사용을 한 번 더 상당 부분 축소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우편이나 이메일, 문자 메시지 등이 아직 완전히 소멸하지는 않았지만, 카카오톡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서비스들의 앞날은 어두워질 수도 있겠다.     


   6) 대중화 Democratization 누구나 해당 제품을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경성 비용(hard cost)이 낮아지는 것이 대중화이다. 물리적인 서비스들이 디지털화되고 이후 그 비용이 0에 가까워질 때 대중화가 일어나며, 이야말로 앞선 단계들을 포함한 연쇄 반응의 종착역이 된다. 카카오톡은 현재 월간 이용자 수 5000만 명, 하루 평균 송수신 메시지 110억 건, 한국 모바일 메시지 앱 시장 점유율 96%에 이른다. 카카오톡으로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일은 이제 ‘누구나 + 빠르게 + 무료로’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철저히 대중화된 것이다. 어쩌면 카카오톡이 밟아온 무료화와 소멸화 단계의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카카오 매출의 변화와 구성 [출처: 중앙일보, 이코노미조선]



카톡해? 이제는 페메해, 디엠해!


   피터 디아만디스가 말했듯, 세상은 기하급수적으로 변한다. 지금은 대한민국이 카카오 공화국이라고 하지만, 카카오는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영원한 권력이란 없으니 말이다. 카카오톡은 명실상부한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지만, 사실 미래 고객인 10대 이용자를 중심으로 카카오톡의 영향력은 서서히 흐려지고 있다. 흔히 말해 ‘요즘 애들’이라 불리는 Z세대들에겐 ‘카톡해’보다는 ‘페메(페이스북 메신저)해’, ‘디엠(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해’가 더 익숙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 고등학생들에게 카카오톡은 어른들과의 대화나 단톡방(단체카톡방)을 위해 존재했고, 그들이 친구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는 페이스북 메신저를 훨씬 선호했다.


Z세대의 SNS 이용 현황 [출처: 한국경제매거진]


   이에 카카오는 지난 10년의 ‘시즌 1’을 끝내고 앞으로 10년의 ‘시즌 2’를 막 시작했다고 밝히며, 모바일 생활 플랫폼을 넘어 또 다른 변화의 파고에 대응해야 함을 선언했다.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추어 최근 1년 사이 숨가쁘게 계열사 확대·정비 작업을 진행했는데, 전체적으로 모빌리티 사업을 키우고 금융·투자 및 게임 등 영역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7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지난 1년간 카카오는 37개 계열회사를 새롭게 편입하고 12개사를 제외시켰다. 새롭게 편입한 계열회사에는 출판·미디어·엔터테인먼트부터 게임, 여객운송, 과학·기술, 은행, 증권, 부동산임대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어느 한쪽을 짚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분야를 망라해 투자한 것이다.

   카카오는 앞으로 10년 뒤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대담한 꿈을 꾸는 자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하니, 끊임없이 미래를 바라보며 대담한 도전을 이어나가는 카카오는 또 한 번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연세대 불어불문 이민희

2mini0315@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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