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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발전소 VPP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BIT28기 최수연


Virtual Power Plant, 가상의 발전소 

필자는 어렸을 때 조금씩 남는 전기를 한 곳에 차곡 차곡 모아뒀다고 쓰는 상자를 상상해본 적이 있다. 2020년에 이르러서 그 상상이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다. 


바로 가상발전소 Virtual Power Plant다. 


가상발전소는 여러 곳에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는 소규모 자가 발전 설비, 예를 들면 가정의 태양광 발전 설비나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등 전력 수요를 중앙의 플랫폼에서 통합적으로 예측 제어하여 마치 하나의 발전소에서 통제하는 것처럼 구현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아래의 사진은 가상발전소 VPP의 대략적인 흐름을 보여준다. 기존의 발전소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분산적으로 생산되는 전력들을 하나의 중앙 플랫폼에서 관리할 수 있다. 



출처 | 에너지 기후정책 연구소




6D 관점에서 VPP 바라보기 

필자는 이러한  VPP를 6D(디지털화, 잠복기, 파괴적 혁신, 무료화, 소멸화, 대중화)의 관점에서 분석해보았다. 

 

디지털화

VPP의 핵심기술은 에너지 분산 발전 기술과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기술이 보급화되면서 가정에서도 쉽게 전력을 생산하고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클라우드 컴퓨팅과 사물 인터넷(IoT)의 발전이 다양한 곳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에너지원을 통합하는 플랫폼의 구축을 가능하게 했다. 이제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제어하는 것이 하나의 커다란 플랫폼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각각의 소규모 발전소들과 양방향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잠복기 

전세계적으로 가상발전소 VPP 실증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아직은 VPP가 전반적인 시스템에 모두 적용되지는 않았지만 지속적인 에너지 생산을 위한 방안으로 손꼽히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우리의 생활 속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보인다.  


미국에서는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통신망을 이용하여 수요반응 자원을 원격제어하는 Network Operation Center 형태의 모델의 연구가 활성화되었다. 특히 전력회사 Green Mountain Power는 지역단위 소규모 스토리지 시스템을 가상발전소화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최대 2000이 거주하는 주택에 12.8MW 규모의 Powerpack/Powerwall을 구축하였다. Sonnen은 주택 건설에 6kWh의 저장 장치를 주택 건설 업체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독일에서는 재생 가능 에너지를 이용한 가상발전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영국의 가장 큰 에너지 회사 Flexitricity는 45개의 천연가스 유닛을 배치하여 가상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호주에서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와 에너지 저장장치를 수요 반응 제도를 통해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어하는 하나의 발전소 계획을 발표, 이미 1000가구를 대상으로 VPP를 구축했고 현재 테슬라와 LG화학을 새로운 파트너로 선정하여 약 50,000가구에 설치하고 있다.

(출처| 서울시 에너지 연구소)


출처 | pv magazine

파괴적혁신: 에너지 프로슈머의 등장

대개 많은 전통적인 시장이 그러하듯 에너지 시장도 공급자와 소비자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어있었다. 하지만 VPP의 등장이 이러한 전통적인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전력 소비자는 발전소로부터 생산되는 전기를 일방적으로 소비했지만 분산 발전된 전력을 중앙플랫폼에서 저장하고 제어할 수 있게 되면서 전력을 자가생산하여 소비하거나 남는 전기를 거래함으로써 능동적으로 전력을 소비, 생산, 판매할 수 있는 에너지 프로슈머(Producer+Counsumer)가 등장하는 파괴적 혁신을 이뤄낼 것으로 보인다. 


무료화 

VPP를 통한 분산 발전의 대중화는 전력 발전소를 세우기 위한 국가의 예산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력이 필요한 사람들이 직접 전력을 생산 소비하고 다른 사람들의 남은 전력을 사와서 사용하는 등 새로운 전력 시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어진 발전소 이외에도 나날이 늘어나는 전력 소비량을 맞추기 위하여 새로이 원전이나 발전소를 지어야 하는 국가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또한 중앙 플랫폼에서 모든 곳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제어하며 전력계통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하여 광역정전을 방지하는 등 전력 품질을 위한 비용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소멸화 

원전 등 기존의 대형 발전 시설의 소멸을 앞당길 수 있다. 안전 문제 뿐만 아니라 환경 등 여러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기존의 대형 전력 발전 시설들에 대한 전력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탈원전을 목적으로 신재생 에너지 발전소들을 통합하는 전력망을 구축하려는 목적으로 VPP 프로젝트에 착수하였다. 


대중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의 발전과 함께 세계 각국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더해져 지붕형 태양광, 가정용 에너지 저장 장치(ESS)와 같은 분산 발전의 설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이미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이제 태양광과 ESS를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도 시장에 하나의 작은 발전소로 전기 시장에 뛰어들 게 된다면 전력의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을 마치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전기사업법에 의해 사업의 진행이 다소 더디었지만 최근 소규모 전력중개사업 법안이 통과되어 VPP도입과 함께 분산 발전된  전력을 사고 팔 수 있는 미래가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에너지 고갈이 큰 문제로 여겨지는 현 상황에서 이미 생산되는 전력을 낭비하지 않고 저장하여 거래할 수 있게 하는 장인 VPP의 등장이 현재 우리가 직면한 원전 문제나 지속가능한 에너지 생산 과제 해결에 대한 청신호처럼 느껴진다. 


신업공학17 최수연 csyeo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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