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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타고 화성 가기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8기 윤재이

표지 사진 출처 : netcarshow


세계적 석학 피터 디아만디스와 스티븐 코틀러는 책 ‘BOLD’에서 기술의 기하급수적 성장을 강조하며, 이를 이해하는 관점으로 6D 관점을 제시했다. 본 글에서는 이 6D 관점에 따라 가장 BOLD한 스타트업 테슬라를 분석하고자 한다. 



6D 관점으로 분석한 테슬라


Digitalization 디지털화

테슬라는 기계의 영역에 있던 자동차를 전자기기로 변모시켰다. 물리적 기계 장치를 디지털화한 것이다. 불과 5년여 전만 해도, 사람들은 자동차의 전자기기로서의 개념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했다. 자동차란 화석 연료를 통해서만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고, 차량의 성능과 편의 기능은 차를 새로 구입하기 전까지는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전자기기의 기능을 자동차가 완벽히 구현해 주지 못했기에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를 설치하거나, 에어컨 송풍구에 스마트폰 거치대를 달아야만 했다. 


반면 테슬라에서는 이럴 필요가 없다. 더 이상 주유소에 갈 필요 없이, 각자의 집에서 핸드폰처럼 차를 충전하면 된다. 차량 내부에 설치된 커다란 디스플레이를 통해 차량의 모든 사항들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이 디스플레이로 스마트폰의 모든 기능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면 기능을 추가할 수 있고,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오토파일럿 기능만 있다면 운전자는 핸들을 꺾고 엑셀을 밟는 물리적 동작을 하지 않아도 된다. ‘차를 탄다’는 행위를 빼놓고는 자동차의 모든 부분이 디지털화된 것이다. 


테슬라 로드스터 1세대. [출처 : netcarshow]

Deception 잠복기

테슬라의 첫 제품은 고가의 스포츠카 ‘로드스터’였다. 저가형 모델을 통해 초기부터 넓은 층의 소비자를 공략하는 대신, 전기차의 장점을 극대화한 고급 모델 출시에 집중했다. 전기차 특유의 가속력이 일품이었던 로드스터는 속도감을 추구하는 부자들의 세컨드, 서드 카로 매우 적합했고, 예상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출시된 차량은 고급 세단 ‘모델 S’였다. 역시 저가형, 보급형 모델은 아니었지만, 로드스터의 가속력과 대형 디스플레이와 같은 특별한 실내 레이아웃을 무기로 시장 장악에 성공했다. 


동시에 테슬라는 차량 충전 네트워크를 확산시켜나갔다. 또한 판매된 차량들을 통해 막대한 양의 주행 데이터를 수집했다. 모두가 눈치채지 못하던 시기에, 전기차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인 충전망과 자율 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빅데이터를 확보해나간 것이다. 이는 다른 업체들의 시장 진입에 꽤나 큰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이후 테슬라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대의 발판이 되었다. 안정적 네트워크를 구축한 이후, 테슬라는 저가 시장을 공략했다. 보급형 차량 ‘모델 3’는 연일 판매량 기록을 갈아치우며 테슬라의 성장을 가속시키고 있다. 


Disruption 파괴적 혁신

최근 자동차 시장의 쟁점은 누가 먼저 전기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보하느냐이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테슬라가 가장 독보적으로 입지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시장은 새로운 기업의 진입이 상당히 어려운 시장 중 하나였다. 좋은 주행 성능이 미덕인 물리적 기계 장치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엔진 기술, 변속기 기술, 조립 기술 등 많은 노하우가 기반이 되어야 하는데, 신생 업체가 이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테슬라 모델 3의 실내 모습. 자동차인가 컴퓨터인가?! [출처 : netcarshow]

그런데 테슬라는 이런 개념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자동차는 사실상 전자기기가 되어버렸고, 주행 성능과 같은 고전적 개념의 기술보다는 배터리 기술, 소프트웨어 기술이 더 중요해졌다. 이는 전통 자동차 제조사들이 보유하지 못했던 기술들이었다. 이 분야에서 테슬라는 앞서 나갔으며, 자동차 시장은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기업들이 설립된 지 10년 남짓한 테슬라라는 신생 업체를 열심히 따라가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시장 자체가 바뀌어버린 것이다. 


테슬라는 시장의 개념을 바꾸는 것을 넘어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있다. 이들은 얼마 전 레벨 5 수준의 자율 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한 ‘로보 택시’ 개념을 발표했다. 차량을 운행하지 않는 시간에 자동차가 스스로 자율 주행 택시가 되어 운행을 하고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온다는 개념이다. 만일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사람을 통해서만 경제활동이 가능했던 운수업, 유통업계에 커다란 변화의 바람이 일 것이다. 테슬라가 택시 플랫폼 그 자체가 된다면, 우버, 리프트 등으로 대변되는 택시 플랫폼 시장 역시 붕괴될 수 있다. 


Demonetization 무료화

첫째로 유류비가 무료화될 것이다. 전기로 자동차를 충전함에 따라, 소위 말하는 기름값을 지출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물론 전기 역시 요금을 지불해야 하며 완벽한 무료화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지금도 전기차가 차량 유지비 중에서도 특히 유류비 측면에서 큰 강점을 가진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기술 발전에 따라 자동차 충전 비용은 결국 0에 수렴하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둘째로, 기술이 무료화된다. 고가의 스포츠카에서만 누릴 수 있던 폭발적인 가속력은, 전기차에서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기술이다. 예전처럼 하드웨어적 성능이 차량 판매를 좌우하는 시대가 아닌, 소프트웨어의 완성도가 차량의 판매로 직결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테슬라의 자율 주행 기술 '오토파일럿' [출처 : time.com]

마지막으로 보다 넓은 관점에서, ‘시간’의 무료화를 논하고 싶다. 흔히들 ‘길에서 시간을 버린다’고 한다. 운전을 할 때에는 온전히 운전 그 자체에만 집중해야 하므로 다른 활동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대기업 임원이나 국회의원들은 수행기사를 따로 두고 차량에서도 업무를 볼 수 있지만, 일반 시민들이 그렇게 하기란 어렵다. 누군가 운전을 대신해준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택시비, 버스비, 대리 비용 등이 그렇다. 하물며 대기업 임원과 국회의원들도 대가를 지불하고 수행기사를 고용한다. 그런데 자율 주행 기술이 상용화되어 직접 운전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면? 모두가 차에 있는 시간에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가 있다.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차에서의 시간’이 무료화되는 것이다. 


Dematerialization 소멸화

당연하게도,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은 결국 소멸될 것이다. 세계 각국 정부들은 앞다퉈 내연기관 차량 등록 금지 시점을 수립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35년부터, 프랑스 정부는 204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정부 역시 2035년부터 휘발유 차량 등록을 금지하기로 결정했으며, 서울시 역시 마찬가지이다. 물론 일부 내연기관 차량들이 부자들의 사치품으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내연기관 자동차 개발로는 더 이상 큰 이익 창출을 도모할 수 없는 것만큼은 자명해 보인다. 시장 자체가 소멸하는 것이다. 비단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뿐만 아니라, 차량용 정유 시장도 소멸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Democratization 대중화

결국 누구나 전기자동차를 탈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배터리 비용 등으로 인해 전기자동차의 가격은 아직까지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다소 높지만, 기술 발전에 따라 배터리 가격은 계속해서 낮아질 것이다. 지난달 23일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테슬라 배터리 데이에서 일론 머스크는, 전기자동차의 가격이 내연기관 자동차와 동일해지는 변곡점인 ‘Price Parity’의 도래 시기를 기존에 예상됐던 2025년에서 3년 이상 앞당길 것이라고 선언했다. 동시에 현재 생산량의 85배를 생산할 수 있는 테라팩토리를 건설해, 모든 배터리 업체들의 현재 목표 생산량을 훨씬 상회하는 양의 배터리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18개월 내에 배터리 가격을 58% 낮춰 기존 모델 3보다 훨씬 저렴한 25,000달러가량의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 배터리 비용인 것을 고려했을 때, 테슬라의 계획이 성공하기만 한다면 전기차의 대중화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Is there life on Mars?


역사 속에서 기성 체계에 대한 도전은 늘 비난받아왔다. 먼 옛날 한글 창제는 친명파 신하들에게 비난받았고, 신분제 철폐를 향한 움직임은 양반들에게 비난받았다. 가까운 역사에서는 민주 사회를 꿈꾸던 이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움직임들은 세상을 진보시켰다. 물론 위의 역사적 사건들과 테슬라의 행보를 동일선상에 놓는 것에는 어폐가 있다. 하지만 시대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킨다는 측면에서, 테슬라의 행보가 일으킬 변화의 힘은 위 사건들의 임팩트와 맞먹는다고 생각한다.


전기차 판매 증가는 단순히 화석연료에서 전기로의 동력원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율 주행 기술이 확대됨에 따라 전통적인 운전의 개념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던 뒷자석에서의 시간은, 모든 운전자들이 누릴 수 있는 권리가 될 것이다. 초연결 사회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모든 차량이 서로 연결되어 운행된다면 교통체증은 옛말이 되어버린다. 도로 위에서의 효율성 증가는 유통업을 비롯한 산업 전반의 비약적 생산능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운수업, 유통업계 전반은 커다란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부정적으로 작용할지 단언할 수는 없지만, 자동차 산업 자체가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 화성으로 이사 가! [출처 : businessinsider.com]

혹자는 일론 머스크를 사기꾼이라고 말한다. 아직도 포털 사이트 곳곳에서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를 비난하는 댓글을 찾기가 매우 쉽다. 물론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가 정말 순수하게 인류의 밝은 미래만을 위해 일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테슬라는 타고난 장사꾼 일론 머스크의 치밀한 전략을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테슬라는 단순히 상상에 그쳤던 기술들을 하나하나 현실화시키고 있다. 그간의 행보로 볼 때, 일론 머스크가 꿈꾸는 다양한 행성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변화의 흐름을 단순히 비판하고 거역하기보다는, 테슬라가 몰고 올 미래의 변화를 심도 있게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테슬라는 미래에 대한 비전과 함께 이런 고민거리를 던져줬다는 점에서 충분히 세상에서 가장 BOLD한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BOLD한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연세대 경영 윤재이

jstud33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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