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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귀엽고,똑똑한 배달로봇 Starship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8기 김태연


낯선 로봇과의 조우


 누군가가 작고 귀여운, 바퀴 달린 로봇들과 함께 캠퍼스 생활을 했다고 말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놀랍게도 이는 필자가 작년 한 학기간 교환학생을 하며 경험한 세상이다. 만 하루가 넘는 이동 끝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던 미국 버지니아 주의 George Mason University, 처음 맡는 타지의 공기에서 느껴지는 설렘보다도 필자를 사로잡았던 것은 길에서 열심히 돌아다니는 하얀색 박스들이었다. 깃발을 꽂은 채 적당한 속도로 캠퍼스를 누비고, 심지어 횡단 보도 앞에서는 귀신 같이 신호를 지키고 서 있던 모습은 필자가 기억하는 'Starship'과의 강렬한 첫 만남이다.

 'Starship'(이하 스타쉽)은 2014년 Starship Technology에서 개발한 단거리 자율운행 배송 로봇이다. 전용 앱을 통해 식료품점, 식당, 카페 등에서 물품을 주문하면 근거리에 위치한 스타쉽 로봇이 배정된다. 해당 상점에서는 가게 앞까지 온 로봇 안에 주문된 물품을 넣고, 로봇은 인도와 횡단보도를 활용하여 목적지까지 배송해준다. 학교에 머물며 수차례 서비스를 이용했지만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배달은 빨랐고, 지정한 장소에 정확히 도착했으며, 안의 내용물도 이상이 없었으니 말이다. 이를 증명하듯 스타쉽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필자가 스타쉽을 이용하던 2019년 8월에 이미 10만 배달 건수를 채웠고, 일 년이 지난 올해 8월에는 50만 배달 달성, 더하여 미국 내 11개의 대학교 및 6개의 새로운 도시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교환 학생 생활 당시 직접 찍은 스타쉽, 대충 크기가 감이 오지 않는가!



귀여움 뒤에 숨어있는 똑똑함


기존 맵 데이터를 통해 나뉘어진 길의 종류. 출처 : Starship Technology

 그렇다면 스타쉽 로봇은 어떻게 목적지까지 길을 찾아갈 수 있는 것일까. 정확한 배송 서비스의 기반에는 자율주행과 여러 데이터의 활용, 머신 러닝이 있다. 우선 기본적으로 위성을 통해 수집한 맵 데이터를 이용해 보도, 횡단보도, 도로 등 길의 종류를 나누고, 각각의 로봇은 위 데이터를 통해 목적지까지의 기본 경로를 설정한다.

 로봇은 이를 바탕으로 이동하며 그 공간을 이해하는데, 이 과정에서 카메라와 여러 센서는 건물, 가로등 기둥 및 옥상과 같은 다양한 요소의 가장자리를 감지하여 나오는 수천 개의 선과 같은 주변 세계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는 해당 지역을 돌아다니는 모든 로봇에게서 이루어지고, 각각의 로봇의 데이터는 서로 연결되어(ex. 두 로봇이 동일한 옥상을 감지하면 소프트웨어가 지도의 나머지 부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파악) 통합된 지도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더해, 이동시에는 실시간으로 3d 맵을 모델링하고, 이를 기반으로 이동하며 맵에 없는 변화(공사 중, 장애물 발생) 등에 대해서도 적절히 대처할 수 있게 되며 스타쉽은 안전하게 물품을 배송하는 데 성공한다.


스타쉽이 바라보는 세상. 출처 : Starship Technology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을 활용함으로써 기술의 완성도를 높인다. 도로나 차 등으로 구분되어 더 예측 가능한 구조를 지닌 도로에서의 자율주행과 비교하여, 스타쉽이 운행하는 보도에는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이 훨씬 더 많다.(실제로 스타쉽을 처음 접한 필자는 신기한 마음에 잘 가고 있는 로봇 앞을 가로막기도 했다...) 실시간으로 주변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스타쉽은 물체 감지 모듈(object detection module)을 활용하여 이미지를 오브젝트 박스의 배열로 나타낸다. 처음에는 이 숫자들이 무작위로 초기화되고 프로그램의 출력도 무작위이지만, 예측 모델을 따라 다음 번에 유사한 입력이 생길 때에는 프로그램이 개선되도록 요청된다. 알고리즘은 로봇 소프트웨어 내에 존재하는 자체 코드 작성 신경망을 통해 이를 반복적으로 변경됨으로써 최적화되고, 이 경계 상자들을 더 정확하게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며 주변 상황을 제대로 인지할 수 있게 된다.

Object Detection Module. 출처 : Starship Technology



starship이 보여주는 가능성


 스타쉽을 통한 배송 서비스는 단순히 사용자에게 편리한 배송 옵션 하나를 추가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우선 활용성의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비슷한 기술이 적용되는 도로를 통한 완전한 자율주행 혹은 드론을 활용한 배송과 비교했을 때 스타쉽과 같은 배달 로봇은 더 큰 확장성을 가지고, 때문에 더 수월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드론, 자율주행을 통한 무인 배송 서비스는 아직 기술적으로 완성되지도 않았고, 도입에 있어 각종 규제의 난관도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사고가 발생할 시 대규모 피해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스타쉽은 인도를 통한 단거리 배송을 타겟으로 잡기 때문에 안전하며 기술적, 제도적 어려움의 허들이 훨씬 낮았고, 이를 활용하여 이미 상용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더하여 산업적 측면에서의 성장 가능성도 밝은 편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18년 820억 달러(약 95조원)였던 세계 음식배달 앱 시장 규모가 2025년 2000억달러(약 232조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더하여, 맥킨지는 라스트 마일 배달(Last-Mile Delivery), 즉 경유지를 지나서 소비자에게 마지막으로 전달되는 과정의 약 80%가 지상 로봇 및 드론에 의해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상황에서 스타쉽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안전하고 빠르게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확실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스타쉽이 서비스하는 음식 배달을 넘어서 기존 택배 물류의 라스트 마일 배달을 분담함으로써 더 확장된 활용을 기대할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배달 로봇의 성장은 근미래 사회의 도시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쇼핑과 물류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며 이를 배송하기 위한 여러 자원들 또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물류 산업의 폭발을 사람을 통한 유통 채널로만 한정 지어서 감당했을 때, 도로 인프라를 점유하고 공기가 오염되며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등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배달 로봇의 가장 큰 가치는 여기서 발생한다. 전기를 기반으로 하여 친환경적이고, 기존의 사회적 인프라를 최소한으로 사용함으로써 단순히 배달의 편리성을 넘어 사회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얼마 남지 않았어!


 한편, 아직 한국에서는 상용화된 배달 로봇이 전무한 상황이다. 작년 배달의민족에서 건국대학교를 필드로 진행한 '딜리'의 베타 서비스가 거의 유일한 서비스일 정도이니 말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주거 양식이 아파트 단지이고, 또 고층 빌딩 위주로 도시 공간이 짜여져 있다는 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기존의 서비스 개념이 식당 - 가정 앞으로의 프로세스였다면, 한국에서는 집 앞으로 가기 위해서 공동현관을 출입하고 엘리베이터를 타야하는, '찐막' last mile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결국 이 장벽도 결국은 허물어질 것이다. 앞서 언급한 '딜리'는 올해 7월 '딜리Z'로 새롭게 모습을 단장했다. 기존의 실외 주행에 더하여, 현관문/엘리베이터와 교신함으로써 고층 빌딩을 누빌 수 있는 기술적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이렇듯 우리의 일상에서도 로봇이 나에게 무언가를 배달해주는 일은 이제 곧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저녁에 시킨 치킨을 배달 로봇이 가져다주는 생활을 기대해보자.



p.s. 스타쉽 로봇의 기술적 측면은 starship technology의 블로그 내용을 참조했다. 영문이지만 더 자세한 기술적 과정이 궁금하면 참고하길. (https://medium.com/starshiptechnologies)


연세대 문화인류 김태연

naty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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