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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님,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요.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7기 권민서

UX/UI 디자인과 종이책의 관계?


    UX(User Experience) 디자인이란 사용자가 어떤 서비스나 제품을 이용하면서 느끼는 경험이나 반응을 디자인하는 일을 말하고, UI(User Interface) 디자인은 사용자가 시각적으로 접하는 레이아웃을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한다. 서비스 기획자는 사용자의 편리한 경험을 위해 아이콘 하나하나를 고민하고 어플리케이션을 구성한다. UX/UI 디자인에 대해 알게 된 이후로, 어떤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할 때 왜 이 배너를 여기 위치시켰을지, 왜 홈 탭을 이렇게 구성했을지 등을 복기해보는 일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이는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과정과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독자는 책을 읽기 전, 책의 여러 부분들을 복합적으로 경험하며 책을 구매할지 말지 결정한다. 내가 어떤 과정으로 책을 구매하고 경험하게 되는지를 뜯어보면, 팔꿈치로 슬쩍 찌르며 “이게 너가 찾던 책이야.”하고 넛지하려는 편집자의 목소리를 찾는 재미를 얻을 수 있다.


*넛지(Nudge): 부드러운 개입으로 사람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



책이 독자를 끌어들이는 방법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이를 설명하고자 한다.

『그림의 힘』리커버에디션-김선현/『피프티피플』-정세랑

    [1] 제목이 안 써있는 책,그림의 힘』(리커버 에디션)이라는 이 책은 미술치료 권위자이신 김선현 저자의 책으로, 그림을 온전히 느끼며 치유받을 수 있도록 한 책이다. 이 책에서 책의 제목은 책등 (책을 책꽂이에 꽂았을 때 보이는 곳)에만 적혀있고, 표지에는 오로지 모네의 그림만 담겨있다. 수많은 책들이 누워있던 서점 매대에서 이 책은 오로지 그림의 힘으로 시선을 끌었다. 게다가 제목이 책등에만 적혀있어, 제목을 확인하기 위해 독자가 책을 집어들게 만든다. 독자는 책을 들게 되는 과정 속에서 이미 그림이 주는 감동을 경험하며 저자가 말하는 ‘그림의 힘’에 공감하게 된다. 표지만으로 이미 책의 핵심 메시지를 느끼도록 한 좋은 사례이다.


    [2] 낯설지만 마음에 드는 질감의 표지, 정세랑 작가의 『피프티피플』은 맨들맨들하고 따뜻한 천같은 재질의 표지를 가졌다. 뒷면에 적힌 ‘작가의 말’에는 “사람의 얼굴이 들어있거나, 물체의 명확한 윤곽선이 보이거나, 강렬한 색이 있는 조각은 제자리를 찾기 쉬운데 희미한 하늘색 조각은 어렵습니다. 그런 조각들을 쥐었을 때 문득 주인공이 없는 소설을 쓰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모두가 주인공이라 주인공이 50명쯤 되는 소설, 한사람 한사람은 미색밖에 띠지 않는다해도 나란히 나란히 자리를 찾아가는 그런 이야기를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파스텔톤의 표지와 따뜻한 질감을 주는 책, 그와 일치하는 작가의 말. 책의 내용과 저자의 의도를 표지 디자인에도 반영해 독자에게 전달하는 또다른 예시이다.

『부의 대이동』 - 오건영 / 『룬샷』 - 사피 바칼 / 『뉴턴의 아틀리에』 - 김상욱, 유지원

   [3] 확실하고 눈에 띄는 '띠지'의 문구,  띠지의 디자인이나 문구에도 주목해볼 수 있다. 띠지는 책의 제목보다 직관적으로 독자들에게 타겟팅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요소이다. 오건영 씨가 집필하신 『부의 대이동』은 “지금 이 투자기회를 잡을 것인가? 평생 후회하며 살 것인가?”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장 내세우고 있다. 단순 거시경제 이론서가 아니라는 점을 띠지를 통해 어필해 ‘투자를 목적으로’ 경제를 공부하려는 자들을 타겟한다. 사피 바칼의 저서 『룬샷』 역시, “내 가방에 넣어 다니며 읽는 책” - 빌게이츠 라는 문구를 내세워 빌게이츠를 닮고 싶어하는 독자들을 자극한다. 독자들은 책을 구매하고 읽음으로서 자신을 유명 경영자와 같은 책을 읽는 사람으로 브랜딩할 수 있다.

  [4] 활자의 크기와 모양새, 『뉴턴의 아틀리에』라는 에세이집은 물리학과 교수이신 김상욱 저자와 타이포그래피 연구자 유지원 디자이너가 서로의 분야를 넘나든 에세이집이다. 두명의 저자가 쓴 책인 만큼, 김상욱 저자는 본명조 레귤러, 유지원 저자는 아리따부리 미디엄으로 작성되어 있다. 둘의 목소리를 다른 느낌을 주는 폰트에 담아 독자와 소통한다. 중요한 코멘트들은 중간중간 별도 페이지에 그림과 함께 크게 삽입된다. 책을 후루룩 넘겨볼 때 쉽게 눈에 들어오도록, 독자들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쉽게 캐치할 수 있도록 해 구매를 유도한다. 


    책의 표지디자인, 북 커버 디자인, 띠지의 문구와 디자인, 책 날개에 적히는 문구, 속지 디자인과 활자의 크기 등등... 어떤 사람이 이 서비스를 이용할까, 어떤 불편함이 있을까, 어떤 순서로 이 서비스를 접할까 등을 고민하는 UX/UI 디자이너처럼, 출판사도 이 책을 누가 좋아할지, 누구에게 다가가고 싶은지, 무엇을 핵심적으로 전달하고 싶은지 등을 고민한 뒤 각 요소들을 총체적으로 디자인한다. 한 권의 책이 독자의 손에 들려 계산대로 향할 때, 편집자는 소통에 성공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종이책의 운명은?


    위와 같이 오프라인 서점에서 작용하는 출판사의 넛지, 독자의 책을 고르는 즐거움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얼마나 구현될 수 있을까. 


    밀리의 서재와 같은 전자책 플랫폼이 발달하고, 뉴스레터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퍼블리와 같은 지식 콘텐츠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우리의 뇌는 점점 더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짧은 호흡의 읽기'에 익숙해져간다. 종이책 시장은 분명 축소되겠지만, 아직까지는 종이책을 읽는 독자들이 많다. 종이책의 ‘물성’이 주는 경험적 가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자책에서는 활자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고, 폰트의 크기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책의 크기와 무게도 내가 사용하는 전자기기의 크기와 무게에 따라 정해진다. 그러나 종이책에는 책을 직접 손에 들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질감과 무게감,  속지의 재질과 활자의 모양새, 그 자체가 독자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있고, 여기에서 물성으로서의 소장가치가 발생한다. 이러한 가치는 전자책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고로 전자책은 종이책의 완전한 대체재는 아니며, 서로 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별개의 콘텐츠인 것이다. 


    그러나 확실히 종이책만을 읽던 과거에 비해 전자책의 인기가 늘어가는 지금, 편집자들은 독자와 커뮤니케이션할 다른 채널도 추가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띠지에 적었던 타겟 메시지를 개인화한다던가, 동영상과 같은 매체를 통해 북 트레일러를 제작하는 등이 하나의 노력이 될 수 있다. 편집자와 소통하는 기분으로 책의 무게와 촉감을 느끼며 마음에 드는 책과 운명적 만남을 경험하던 오프라인 서점의 묘미를, 전자책이 재현할 수 있을지 조금은 회의적인 마음, 그렇지만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싶다. 


연세대 경영 권민서

anika99@naver.com


*삽입된 모든 책 표지의 출처는 교보문고 홈페이지입니다. 

그림의 힘 http://www.kyobobook.com/product/detailViewKor.laf?barcode=9791186343135

피프티 피플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36434243&orderClick=LAG&Kc=

부의 대이동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96831080&orderClick=LAG&Kc=

룬샷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65963790&orderClick=LAG&Kc=

뉴턴의 아틀리에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37491214&orderClick=LAG&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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